최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의 회의운영규칙 제정에서 '회의 비공개 사유 조항' 삽입 결정에 대한 '밀실행정'을 비판하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이 방통위의 회의 비공개와 그로인한 불투명성을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방통위가 형식적인 회의 공개로 교묘하게 꼼수를 부려 방청신청 자체를 현실적으로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언론노조는 지난달 22일 방통위의 회의 비공개 입장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4월 16일과 21일의 방통위 회의 비공개 사유와 회의록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시행령 제정에 관한 사항'의 비공개 이유로 "회의 내용은 방통위 의사결정 과정 및 내부 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바, 방통위원회 회의운영에 관한 규칙 제9조제1항4호의 규정에 따라 비공개한다"고 통보했다.

▲ 민언련, 언론연대, 언론노조 등은 지난 4월 17일 오전 11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방통위 회의 비공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정영은
방통위가 정한 '회의운영에 관한 규칙' 제9조(회의의 공개)에 보면 위원회의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지만 단서조항이 달려있다. 즉 △ 공개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을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 법령에 의하여 비밀로 분류되거나 공개가 제한된 사항 △개인·법인 및 그 밖의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정당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항 △감사·감독·검사·규제·입찰계약·인사관리·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검토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 공개될 경우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사항 △그 밖에 공익상 필요가 있는 등 위원회에서 공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등에 한해서는 비공개가 가능하다.

또 같은 조항에 방통위원장은 '위원회 회의일시, 장소, 의제, 제의안건이 제1항의 단서에 의한 비공개 사항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정하여 회의 개최 1일 전까지 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표한다'고 명시돼 있다. 제10조(회의의 방청)에 따르면 회의 방청은 회의개최 12시간 전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방통위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난 2일 오후 3시에 열린 '영어 라디오방송(FM) 도입' 관련 전체회의의 경우에도 방통위 측은 의사일정을 전날인 1일 오후가 되서야 홈페이지에 게재해 논란이 일었다. 12시간 전에 신청서를 제출하려면 당일 오후에 급히 신청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현재 방통위원회 홈페이지에는 방청관련 양식이나 신청 방법 등 기본적인 안내에 있어서도 '12시간 이전 제출' 등에 대한 설명이 없어 빈축을 사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회의날이 언제인지 알려고 해도 홈페이지만 계속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방통위는 국회가 정책과정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 모법(방통위설치법)에 명시한 '회의공개원칙' 조항을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언론노조는 지난 6일 '방송통신위원회는 밀실에서 양지로 나오라'는 성명을 내고 "방통위의 폐쇄적인 회의운영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이 방송사 사장 노릇을 하는 관영방송 '영어 라디오방송(FM)' 도입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방통위가 영어FM 관련 안건이 의결된 지난 2일 전체회의 진행과정에서 방청을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제방송 허용에 대한 시민사회의 우려를 교묘하게 피해가는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언론노조는 "퇴근시간까지 신청서 제출 시한이 임박한 회의 전일 오후에 의사일정을 공개하는 것은 비공개 회의 비난을 피하면서 실제로는 방청을 신청하고 허가 받을 물리적인 시간을 제약하여 공개를 피하려는 술책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재 방통위 홈페이지에 위원회 회의 시 안건 공지를 하고 있지만 공개·비공개 여부조차 제대로 명시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언론노조는 "방통위가 최소 3일 전에 의사일정과 의안내용을 상세히 공개해 관련 의안에 관심 있는 이들의 회의 방청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행정절차와 시간상 도저히 방청이 불가능한 편법으로 국민의 시선을 따돌려서는 방통위가 선의로써 행하는 일일지라도 인정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통위 설립법이 규정한 회의공개 원칙을 준수하고 설립법을 무시한 불법적 '회의운영규칙'을 당장 파기할 것을 촉구했다.

채수현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국회 본회의 방청도 이런 식으로 운영하지는 않는다"면서 "방통위에 문의해보니 어쨌든 공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의안조정팀 담당자는 "비공개가 적혀있지 않으면 공개다. 지난 2일 영어FM은 방청신청한 분들에게 공개회의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또 언론노조의 회의 개최 사전 공지기간을 늘리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 매주 수요일 열리는 전체회의의 사전 안건조율 및 위원장 결재 소요시간 등 업무처리기간이 너무 늘어나게 돼 비효율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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