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2일 통합진보당에 입당하던 서기호 전 북부지법 판사의 모습 ⓒ연합뉴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번으로 원내입성했던 윤금순 의원이 사퇴하면서 비례대표 14번이었던 서기호 전 북부지법 판사가 의원직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처리되면 의원직을 승계할 수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서도 통합진보당의 쇄신을 요구해왔기 때문에 반대할 명분은 없는 상태다. 서기호의 원내 입성은 5월 2일 1차 진상조사위 보고서 발표로부터 촉발된 ‘통합진보당 사태’의 쇄신조치가 의원 구성에 영향을 미친 첫 번째 사례다.

비례 14번 서기호가 의원이 된 사연

부정파문이 터진 날부터 미디어스는 국참당 계열이 전략명부를 제외한 비례대표 후보 일괄 사퇴를 요구할 것임을 예측했다. 1,2,3번은 경선으로 뽑힌 사람이고 4,5,6번은 전략명부이므로, 1,2,3번을 사퇴시키고 역시 전략명부인 12,14,18번이 의원을 승계토록 하여 비례의원 6명 모두를 전략명부로 채우려고 할 거란 예측이었다. (링크)

이렇게 되면 부정투표로 뽑힌 이들을 일괄배제할 수 있다. 그후 실제로 전개된 상황에서 통합진보당 측은 대표단의 일괄사퇴를 주문하면서 12번 유시민 후보의 원내진출 가능성도 막았다. 이렇게 줄줄이 사퇴하면 통합진보당엔 더 이상 후보가 남지 않아 비례의석이 6석에서 5석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이렇게 한 석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태를 해결했다면 국민들은 통합진보당이 엄중한 책임을 졌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2번 이석기와 3번 김재연의 사퇴 거부로 이 방안은 실행되지 못했다. 덧붙여 7번 조윤숙과 15번 황선이 사퇴를 결정하지 않아 사퇴선언을 한 1번 윤금순 후보도 사퇴를 실천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윤금순 후보가 사퇴를 할 경우 당의 결정대로 14번 서기호 후보가 승계를 받는 것이 아니라 7번 조윤숙 후보가 승계를 받게 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석기, 김재연, 조윤숙, 황선 등이 사퇴를 거부하자 별 수 없이 통합진보당 측은 당기위를 열어 네 사람을 제명조치했다. 당기위의 제명조치로 조윤숙 후보가 권리를 상실하자 윤금순 후보가 사퇴한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서기호 전 판사로서는 통합진보당 내에서 입지가 없었음에도 '행운'을 획득했다고 볼 수 있다. 통합진보당의 한 관계자는, "선거 때 보면 서기호는 정치에 대한 의지는 있는 것 같아 보였는데 (당내 세력이 없어) 주변에 붙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도 (의원이) 되는 것이 정치 아니겠는가"라고 설명했다.

'서기호 원내 입성'이 통합진보당 사태에 미칠 영향

또한 관계자는, “통합진보당이 그간의 논란으로 상실한 신뢰를 다시 얻고, 야권연대의 한 축이 되려면 최소한 두 가지를 해야 한다. 이석기와 김재연을 출당시켜야 하고 당권선거에서 혁신파 측이 승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사퇴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이석기와 김재연이 서기호의 원내 입성에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증거도 없이 당권파에게만 책임을 물리는 억울함’을 호소해왔던 그들의 주장은 비당권파인 윤금순 후보의 사퇴로 인해 빛이 바랜 것이 사실이다.

제명당한 조윤숙 후보가 즉각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처음부터 특정인에게 승계되도록 하여 특정정파의 이익을 챙기려는 꼼수”라고 비난한 것은 구당권파의 인식을 드러내는 일이다. 그러나 명확히 하자면 혁신파측의 주장은 당 조직의 정당한 의결에서 나온 반면 구당권파의 조직적 저항이야말로 ‘특정정파의 이익을 챙기려는 꼼수’다. 서기호의 원내 입성은 당원과 유권자들에게 그 점을 좀 더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여겨질 수 있다.

서기호의 원내 입성이 당권선거에 영향을 미칠까. 여기에는 찬반양론이 있다. 한 관계자는 “당권파의 정서적 항변에 대한 반론이 되지 않겠는가. 고민하던 평당원들에게 하나의 판단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 섞인 예측을 드러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벌써 두달 동안 공방을 펼쳤다. 다들 이미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며 이 사안이 당권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석기와 김재연 의원의 경우 당기위에서 제명 결정이 난 다음에도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출당이 결정된다. 지역구 의원 중 김미희, 김선동, 오병윤, 이상규, 그리고 비례대표인 이석기와 김재연은 구당권파로 분류된다. 13명 중에 6명은 구당권파인 셈이다. 혁신파 측은 지역구 의원 중 강동원, 노회찬, 심상정, 비례대표 중에선 박원석과 윤금순(서기호)를 확보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진후와 김제남이 어느 쪽에 붙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난다.

힘겨루기, 그리고 분당의 가능성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정진후는 혁신파 쪽으로 거의 넘어왔다고 판단된다. 근데 김제남이 아직 미지수다. 정진후와 김제남 두 사람에 대한 양 파벌의 공세는 뜨겁다. 이상규는 김제남 의원실에 상주하다시피 한다. 결국 어느 쪽이 이기든 7대6 싸움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당권선거와는 달리 의원 개인들의 성향은 분명하기 때문에 서기호의 원내 입성이 미칠 영향은 없다.

그러나 이석기와 김재연을 출당시키는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두 사람은 무소속이 될 뿐 여전히 의원직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다시 분당의 가능성이 대두된다. 한 관계자는 “이미 서로 바닥 다 드러내며 볼장 다 보며 싸웠다. 진 쪽이 짐싸서 나가야 하는 상황 아니겠는가”라고까지 설명한다. 그는 “경기동부로서도 전혀 손해볼 것이 없다. 통합 전 민주노동당이 가졌던 의석이 6석이다. 그들 모두가 경기동부도 아니었다. 근데 지금 경기동부만으로 확보하고 있는 의석이 6개다. 또한 그들은 의원 제명이란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사실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지금이 당권파 역사상 가장 성공한 시기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이제 통합진보당 사태는 원내에서도 힘겨루기가 함께 이루어지는 ‘2라운드’로 접어든 셈이다. 서기호 전 판사의 원내진입은 그 힘겨루기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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