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신문사의 불법 판촉행위를 규제해왔던 신문고시는 '경쟁을 하되 링 위에서 싸우자' '경기는 하되 병따개는 사용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러한 신문고시가 없어지면 공정한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신문시장을 정상화 시켜야할 공정위가 '신문고시 폐지'를 얘기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다."

지난 13일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의 '신문고시 전면 재검토' 발언 이후 이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 목소리가 거센 가운데 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정연우·박석운·정연구)·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 주최의 '신문시장 정상화 방안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 토론회가 서울 서대문 한백교회에서 28일 열렸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의 '신문시장 정상화 방안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 토론회가 서울 서대문 한백교회에서 28일 열렸다. ⓒ곽상아
이날 토론회에서는 백용호 공정위원장의 '신문고시 폐지'방침에 대해 "신문시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그동안 신문사의 불법판촉행위를 규제해왔던 신문고시가 오히려 강화돼야 한다"는 반대의견이 잇따라 제기됐다.

"신문고시 폐지? '강화'해야"

김보협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신문사지부 위원장은 "신문고시는 '경쟁을 하되 링 위에서 싸우자' '경기는 하되 병따개는 사용하지 말자는 것'인데 신문고시가 없어지면 링 자체가 없어진다는 것"이라며 "신재민 문화부 차관은 '지원도 규제도 없다'고 하지만 신문고시를 통해 신문사의 불법 판촉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정부로서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김보협 위원장은 "제대로 된 공정위라면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본사가 아닌) 지국장에게 벌금을 물리는 현재 처벌 방식의 실효성 등에 대해 재검토해서 신문고시를 강화해야 한다"며 "한겨레도 90년대 후반에 수십억씩 쏟아 부어서 무한경쟁에 뛰어들어본 적이 있지만 단기적으로 독자수가 늘고 열독률이 늘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김순기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도 "신문시장을 정상화 시켜야할 공정위가 현재 신문고시 폐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공정위의 '신문고시' 폐지 방침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김순기 부위원장은 "신문사 입장에서 불탈법 경품과 무료 구독으로 인한 재정 손실은 광고수익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곧 '저널리즘의 위기'를 불러온다"며 "이를 막기 위해 언론노조, 민언련, 기자협회 등이 참여하는 공동신고센터를 전국에 설립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정연구 민언련 공동대표 역시 "지난 십수년간 신문구독자수가 꾸준히 감퇴하고 있다는 것은 과도한 판촉이 신문업의 발전과 전혀 무관하거나 오히려 해가 된다는 사실을 설명한다"며 공정위 방침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정한 시정경제시스템 확립을 위한 공정위, 능력 없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정위의 '직무유기'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함께 현실적으로 공정위가 신문사의 불법 판촉행위를 제지할 능력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동조 신문판매연대 위원장은 "기업간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존립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언론사의 눈치를 보느라 신문사의 불탈법 경품을 단속할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며 "진정으로 의지가 있다면 지국이 아닌 본사를 직권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조 위원장은 "그동안 신문시장이 본사를 직권조사 하면 신문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10건 이상 고발했었으나 공정위는 이를 묵살했다"며 "신문판매시장이 혼탁해진 이유는 바로 '공정위의 무능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영인 KBS <미디어포커스> 기자는 "공정위가 신문사간의 질 경쟁을 유도하길 바라는 것은 공정위한테 지나친 기대를 하는 것"이라며 "현재 공정위는 업무가 이원화되있고 가용인력도 별로 되지 않는다. 공정위가 제 역할을 다하길 기다리는 것 보다 불탈법 현장을 계속 고발하고, 사회이슈화해서 공정위와 정부를 압박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인 기자는 또 "정권이 '지원도 규제도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데 공정위가 어떤 움직임을 취할 수 있겠는가"라며 "현재 상황은 모두가 손해보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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