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사업자에 망 사용료를 부담시키기 위해 유럽 각국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스페인 투자자문회사 액슨(Axon)은 지난달 16일 유럽통신사업자연합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하는 극소수 OTT 사업자가 망 사용료를 부담하도록 하는 메커니즘을 정부 주도로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지난달 27일 액슨 발제 자료 '유럽의 인터넷 생태계' 일부를 번역해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액슨은 구글·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이 급성장하면서 유럽 통신사업자가 정체·위축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유럽 통신사의 연평균 무선 서비스 가입자 성장률은 0%, 유·무선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는 1% 하락했다. 4대 빅테크 기업인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의 2017년~2021년 평균 매출 증가율은 18.25%에 달한다.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은 빅테크 기업에 집중됐다. 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6개 사업자는 트래픽 56%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53.7%는 비디오 트래픽이다. 액슨은 “OTT 트래픽은 유럽 통신사에게 연간 360억~400억 유로(48조 3천억 원~53조 6천억 원)의 비용을 유발한다”며 “5G, FTTH(광케이블) 보급률에 뒤처진 유럽의 경우 OTT 트래픽이 유발하는 비용은 백본 및 가입자 구간에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액슨은 정부의 역할을 주장했다. 액슨은 "정부의 개입 없이는 통신망의 과소투자라는 시장실패가 나타날 것"이라며 트래픽·이용자 규모 등을 기준으로 망 사용료를 부담할 OTT 사업자를 선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액슨은 “통신사업자의 경우 경쟁상황 및 규제에 따라 OTT 등 데이터 집약적인 서비스의 수요 증가에 따른 비용 인상을 통신서비스 요금 인상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며 “망 중립성 규제에 따라 통신사업자들이 특정 OTT 트래픽을 차단 또는 제한하기는 어려운데, 통신사업자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KISDI는 “액슨의 주장은 극소수의 글로벌 빅테크, OTT 사업자가 유발하는 트래픽 급증에 대한 국내외 통신사업자들의 공통된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며 “유럽의 경우 통신사업자들의 주도로 기존 거래관계의 변화를 모색하는 노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망 사용료와 관련해서도 플랫폼 기업의 기여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KISDI는 “글로벌 빅테크, OTT 사업자들은 이와 같은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어 국내외를 막론하고 향후 망 사용료와 관련된 논쟁이 한층 더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티에리 브르통 유럽위원회 집행위원은 3월 프랑스 언론(Les Echos)과 인터뷰에서 ‘통신망 투자에 대한 플랫폼 기업의 기여’와 관련된 법안을 올해 말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네트워크로부터의 공정한 보상체계를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망 사용료 지급’을 둘러싼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는 자체 개발한 캐시서버 ‘오픈 커넥트 어플라이언스’가 트래픽을 줄여주고 있어 망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CP이기 때문에 상호무정산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호무정산 원칙’은 통신사가 트래픽을 주고받을 때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1심 법원은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다.

(관련기사 ▶ 이용자 관점에서 "넷플릭스 망 이용료 지급해야")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