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지방선거 결과보다 그 이후에 관심이 더 가는 요즘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분열은 불가피할 듯하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의 대국민 사과를 둘러싼 논란이 당장은 커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이것도 지엽적 문제에 불과하다.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민낯’이 문제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의 대국민 사과와 뒤 이은 메시지를 내용, 시점, 형식을 기준으로 평가해보자. 내용은 흠잡을 데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거듭나기 위해 꼭 필요한 내용이다. 시점과 형식은 문제였다. 사전투표를 며칠 앞둔 상황에서, ‘단독플레이’로 나온 것은 지방선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선택이다.

그런데 보다 큰 문제는 지도부 포함 당내 주요 인사들이 이 ‘도움이 되지 않은 선택’의 책임을 박지현 위원장에게 떠넘기는 듯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애초에 그런 역할을 하라고 데려온 인사였다. 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를 선출하고 나서 겪은 일을 돌이켜보면, 이런 일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돌발변수를 돌발변수가 아니게 만드는 것도 정치적 능력이다. 그런 능력을 발휘하지도 못하면서 박지현 위원장에게 왜 프로답게 행동하지 못하냐는 핀잔을 주는 것은 오히려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이럴 거면 왜 이 자리에 앉혔냐”는 박지현 위원장의 항변은 일리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27일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열린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식에서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에게 마이크를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당내 인사들이 이런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86용퇴론’이 언급된 영향이다. 박지현 위원장이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하면서 ’86용퇴론’과 지방선거 결과 책임론은 8월 전당대회에서 다뤄지는 게 불가피해졌다. 행보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핵심 지지층의 반발이다. 박지현 위원장에 대한 정치적 린치 국면이 이미 조성된 상황에서 주요 정치인들은 전당대회 결과와 공천까지 고려해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핵심 지지층의 박지현 위원장에 대한 거부반응은 어디서 시작된 것인가? 말할 것도 없이 박완주 의원 성비위 징계 문제다. 선거를 앞두고 이 문제를 키우는 의도가 뭐냐는 식의 비판은 말할 것도 없는 단견이다. 그런데 지지층의 반발 배경을 선거에 대한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 더 큰 문제가 여기에 있다. 박지현 위원장을 겨냥한 반발에는 박원순 전 시장이나 안희정 전 도지사 사건에 대한 반감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박지현 위원장의 대국민사과가 어디로부터 연유한 것인지가 명확해진다. 지지층이 박지현 위원장을 이런 방식으로 공격한 것은 과거 사건에도 제대로 된 반성은 멀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당내의 힘 있는 주요인사들은 이런 상황을 선거를 핑계로 일단 덮거나 아예 외면하려고 든다. 지지층이 원하는 방향으로 용감하게 가겠다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결국은 그 안에서 안분지족하겠다는 근성이다.

이런 식의 정치는 매우 무책임한 것이다. 민주당의 무책임은 대선 직후 모든 행보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른바 ‘검수완박’ 국면이 그랬다. 지방선거 전략이 꼬이는 것도 근본적으로는 이 문제다. 가령 이재명 후보가 정말로 전체 선거를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연고가 없다’는 비판에도 불구 보궐선거 출마를 강행한 것이었다면 그럴만한 이유를 보여줬어야 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금배지’를 달고 싶은 정치적 이유가 무엇인지 잘 설명이 되지 않으니 결국 ‘방탄출마’라는 국민의힘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이재명 후보가 인천 계양구 을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지지율을 얻는 이유는 여론조사가 잘못됐기 때문이 아니라 ‘지역구 유권자들의 오랜 민주당 지지를 자기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이용한 인물’이 돼 있기 때문이다.

김포공항 이전 논란은 이런 모습의 화룡점정 같다. 이재명 후보가 전국 선거를 지휘하기 위해 보궐선거에 나선 게 맞다면 굳이 수도권과 제주가 대립하는 이슈를 꺼내들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김포공항 이전을 들고 나왔다는 것은 결국 제주에는 좀 손해가 있더라도 수도권, 특히 인천에서 유리한 국면을 창출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재명 후보가 출마 강행의 명분을 민주당 지지층 밖의 유권자들에게 그럴듯하게 설명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김포공항 이전 문제도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만을 위한 가벼운 처신으로 공격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제주에서 일종의 ‘빈집털이’를 감행할 태세이다. 제주시 을 보궐선거는 그렇잖아도 접전이다.

지방선거 이후의 민주당이 ‘이재명의 민주당’이든 아니든, 이런 모습으로는 5년 후 정권을 되찾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박지현 위원장이 불을 붙인 쇄신론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지방선거 결과가 어떻든 냉정한 평가와 이렇게까지 하는가 싶을 정도의 자기 반성, 혁신이 있어야 한다. 그저 박지현 위원장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하던대로 하는 정치’로 일관한다면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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