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지방선거를 앞둔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한 것일까? 정치권 현안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한 마음뿐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밥을 먹느니 마느니 하면서 입씨름을 벌이고 있는데, 본질은 인사 문제와 지방선거를 겨냥한 지지층 결집에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러나 정치적 갈등을 떠나서 집권세력과 야당이 수시로 소통하고 대화하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밥 먹는 게 어떤 특별한 이벤트로 여겨지는 환경이 아니라면 이렇게 싸울 일이 뭐 있겠나. 윤석열 대통령이 음식에 대해서만은 늘 진심으로 보이는 만큼 이번엔 안 되더라도 앞으로도 식사 제안을 일상적으로 하길 바란다.

물론 대통령과 여야가 일상적으로 모여 밥을 먹는다고 한다면 ‘식사 정치’의 효용은 그만큼 떨어질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지금 상황은 ‘식사 정치’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밥 먹는 걸로 교착국면을 단칼에 푸는 방법을 모색하기보다는 현안을 다루는 태도를 바꾸는 게 더 필요해 보인다.

윤석열 정권은 인사 문제에 대단히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여야 공히 ‘버리는 카드’로 인식해 정치적 교환 가치가 매우 낮아졌음에도 아직까지 중요한 카드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이것은 아직도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결과다.

물론 윤석열 정권의 이런 인식은 더불어민주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제대로 돌파하지 못한 데다 최근 몇 가지의 악재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마냥 거부할 수는 없게 되었다는 인식에 따른 걸로 보인다. 간단히 말해 정호영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것만으로도 한덕수 총리 인준 문제는 해결이 가능한 조건을 이미 확보했다는 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내 기자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그건 결국 여의도의 사정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인사 문제를 어떻게 처리했느냐에 대한 국민적 평가이다. 지금이야 취임 초기의 기대감이 반영돼 괜찮은 것 같아도 인사 문제에 있어서 단호하지 않았다는 평가는 결국 부담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곧 임명할 태세인데,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이 인사청문회에서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게 논란이 있는 최측근에 법무부 장관직을 명분도 없이 맡기는 일에 면죄부가 될 순 없다.

이것 자체도 야당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데, 기세등등한 한동훈 후보자의 태도는 협치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 문제다. 한동훈 후보자가 검찰 내부망에 올렸다는 글을 보면 작정하고 야당을 자극하기 위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물론 한동훈 후보자로서는 억울한 일도 있을 것이다. 채널A 사건에 ‘제보자’ 등이 등장하는 과정과 이후 이어진 ‘추윤갈등’의 구도로 보면 당시 집권세력은 ‘반칙’에 가까운 일들을 했다. 그 이전에 전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이 조국 전 장관 수사 문제를 다룬 방식도 ‘반칙’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런데 과연 한동훈 후보자는 이러한 ‘반칙’에 ‘반칙’으로 맞서는 일을 한 적이 없는가? 이 점에서 채널A사건과 고발사주 의혹의 정치적 인화성은 여전히 살아있다. 그렇다면 반성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겸허해야 한다. 무혐의 처분됐다고만 주장할 일이 아니다.

한동훈 후보자의 태도가 부적절한 것은 결국 이 인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제 식구 챙기기’의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에 포진한 검찰 출신 인사들, 그중에서도 아예 별명이 ‘음담패설’이었다는 윤재선 총무비서관 등에 대한 정권의 태도를 보면 우려하던 바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려는 노력이 정치적 행보로 이어지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정치 구도의 탈피는 어려운 것이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이라도 더 노력해야 한다. 3선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 의혹이 제기되자 발 빠르게 ‘제명’ 결정으로 대처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런 사건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았겠으나 적어도 과거처럼 축소 은폐 시도는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그나마도 보인 걸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공언한 대로 국회 윤리위 제소가 이어지는지, 또 제명 처분이 의원총회에서 추인되는지를 지켜볼 일이다.

다만 두 가지 점에선 여전히 부족한 대목이 보인다. 첫째는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별로 바람직하지 않는 맥락으로 이준석 대표 성상납 의혹을 거론했다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 문제를 처리하지 않고는 더불어민주당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하는 건 사안을 정파적으로 보고 있다는 뉘앙스를 줄 수 있다. 이럴 게 아니라 권력의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를 정치권이 공동으로 근절하자는 제안을 하면서 그 과제 중 하나로 이준석 대표 문제를 거론하였다면 훨씬 나았을 것이다. 뒤늦게라도 그런 방향으로 메시지가 정돈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둘째는 일부 지지자들의 태도이다. 지방선거에 손해가 될 일을 왜 대표급 인사가 앞장서서 키우고 있느냐는 건데, 적절치 않다. 있는 일을 없는 것으로 만드는 것은 ‘과거의 더불어민주당’을 다시 불러오는 일일 뿐이다. 당장은 손해가 되더라도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새로운 정치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점에서 가장 어깨가 무거워야 할 것은 여러 반대와 우려를 뿌리치고 보궐선거 출마를 강행한 이재명 후보이다.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정치의 전망, 이를 위한 변화의 구체적 방법을 들고 나와 이걸로 지방선거를 치르고 결과가 어떻든 같은 메시지로 8월 전당대회까지 돌파하는 전략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가 선택한 것은 “나보다 네가 더 더럽다”고 하는 과거의 방식이다. 일부 지지층은 “우리가 뭘 잘못했느냐”는 분위기다. 지방선거는 지지층 결집이 중요하다지만 당장 눈 앞에 놓인 쉬운 선택지만 따라가는 것으로는 0.73%포인트의 패배를 반복할 뿐이다. 대선 막바지에 처음에는 포기했던 2030 여성 지지층이 왜 불려나왔는지를 되새겨 보라.

더불어민주당이 제대로 해야 윤석열 정권도 정신을 차리고, 또 윤석열 정권이 똑바로 해야 더불어민주당도 위기감을 갖는 것인데, 이대로라면 그 반대의 악순환만 계속된다. 그 결론은 모두의 패배이다. 뒤집어 말하면 악순환의 고리를 먼저 끊는 쪽이 최후의 승자가 된다는 거다. 다 아는 얘길 실천하는 게 이렇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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