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을 기소하고 공소유지를 담당한 이시원 전 검사를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발탁했다. 이와 관련해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이시원 씨는 그의 주장대로 최악의 무능 검사였고 검찰의 얼굴에 똥칠을 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최승호 PD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을 취재, 보도한 바 있다.

최 PD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변호인단과 뉴스타파가 보기에 너무나 뻔한 증거조작, 심지어 변호인단이 사전에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던 증거조작도 그는 '몰랐다'고 변명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담당 이시원 검사에게 질문하는 최승호 뉴스타파 PD.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 스틸컷)

최 PD는 "나는 그가 출세를 위해 간첩을 잡고 싶은 공안검사와 그 욕심 때문에 상식의 눈에는 뻔히 보이는 증거들을 보지 못하고 자기 무덤을 파는 바보의 모습을 다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시원 씨가 명예퇴직을 하고 변호사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간첩조작에 연루된 자도 대한민국에서는 변호사가 되는구나라고 개탄했는데, 드디어 청와대 비서관, 그것도 공직 기강을 잡는 비서관이 된다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고 적었다.

이어 최 PD는 "그런 사람을 비서관에 앉히는 것은 아마도 그가 다른 어떤 검사들보다 유능하다는 윤 당선자의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며 "윤 당선자는 검사 경력만 있는 사람이고 그에게서 유일하게 살 만한 것이 검찰에 대한 판단력일 텐데, 그가 '국민에게는 무능검사였던 이시원씨가 그나마 가장 유능한 검사였다'고 판단했다면 나머지 검사들의 능력은 어떠한 것이냐"고 꼬집었다.

5일 대통령실 비서관급 1차 인선 결과가 발표됐다. 공직기강비서관에 이시원 전 수원지검 형사2부장, 총무비서관에 윤재순 전 대검 운영지원과장, 법률비서관에 주진우 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 정책조정기획관(신설)에 장성민 당선자 정무특보 등 윤 당선자 측근 인사들이 대거 기용됐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은 지난 2012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검사 시절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를 간첩혐의로 구속기소한 후 공소유지를 맡았다. 1심에서 유 씨의 간첩 혐의에 무죄가 선고되자 국정원은 항소심 과정에서 조작된 증거물을 검찰에 제시했으며 검찰은 이를 그대로 법정에 제출하고 유 씨를 간첩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뉴스타파와 유 씨 변호인단은 검찰이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증거 문서 3건이 조작됐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조작된 증거 문서는 ▲중국 길림성 화룡시 공안국이 발급한 유 씨 중국·북한 출입경기록 ▲화룡시 공안국이 선양 주재 대한민국총영사관에 보낸 출입경기록 발급사실 확인서 ▲변호인단이 제출한 삼합변방검사참 출입경기록 정황설명서를 반박하는 삼합변방검사참의 답변서 등이다. 중국 정부가 출입경기록이 위조된 경위에 대해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한·중간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였다.

유 씨는 2015년 대법원에서 간첩 협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 받았다. 이 전 검사는 증거 조작에 연루된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이 전 검사가 국정원이 내민 조작 증거를 검증하지 못했을 뿐, 조작에 관여하거나 조작 사실을 인지하지는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법무부는 이 전 검사에게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9년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이 전 검사를 비롯한 검찰 수사팀이 국정원 증거 조작을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검찰과거사위는 이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사과를 권고했고,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은 "굉장히 안타깝고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대국민 사과했다. 이후 유 씨가 이 전 검사 등을 고소했지만 윤석열 총장 체제의 검찰은 이 전 검사를 재차 불기소 처분했다.

이 전 검사는 2014년 8월 해당 사건으로 대구고검으로 좌천성 발령을 받았을 당시 윤 당선자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자는 2014년 1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로 징계를 받고 대구고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전 검사는 2018년부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로 활동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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