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연합뉴스가 '장애인 콜택시'의 평균 대기시간은 약 30분이라며 '장애인 이동권'이 개선되고 있다는 취지의 기사를 게재했다. 하지만 대기시간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평균값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연합뉴스가 통계의 함정에 빠져 매번 다른 대기시간이 장애인의 일상생활에 또 다른 불편함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동권은 인간으로서의 기본 권리이며 존엄"이라며 "(장애인은) 택시 한 번 타기도 힘들다. 장애인콜택시라고 있긴 하지만 그것을 위해선 출근길은 아예 포기해야 되고 2시간 이상 기다려야 될 때도 많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합뉴스는 서울시 장애인 콜택시 운영업체인 서울시설공단의 자료를 토대로 김 의원의 주장을 팩트체크했다. 연합뉴스는 지난달 31일 기사 <[팩트체크] 장애인 콜택시 타려고 2시간 기다리는 경우 많다?>에서 “서울시설공단 장애인콜센터운영처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평균 장애인콜택시 대기시간은 32분”이라며 “올해 2월까지의 평균 대기시간은 29.5분”이라고 보도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경복궁역 3호선 승강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기 위해 열린 출근 시간대 지하철 시위에 참여한 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는 “작년 기준으로 봤을 때 하루 평균 탑승건수는 3천 344건이며, 2시간 넘게 기다린 사례는 35건 정도”라며 “서울시설공단은 올해도 30대를 증차할 계획이어서 대기시간이 더 줄어들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는 “대기시간은 시간대별로 차이가 있다. 사람이 몰리거나 운행 차량이 적은 시간대에는 대기시간이 평균보다 길다”며 “작년 평균 대기시간이 가장 긴 시간대는 오후 4시(평균 58분), 오후 5시(평균 53분), 오후 9시(평균 48분)였다”고 전했다.

문제는 연합뉴스가 근거로 삼은 ‘평균 대기시간’이라는 데이터가 실질적으로 장애인들이 겪는 교통 불편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해당 보도에 대해 김원영 변호사는 4일 개인 페이스북에 “데이터만 보면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골형성부전증으로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다.

김 변호사는 “장애인콜택시(장콜)가 대중교통으로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정시성/예측가능성 때문”이라며 “장콜은 어떤 날은 5분 만에, 어떤 날은 2시간 만에 연결되므로 (장애인들이) 하루종일 일정을 비워놓는 경우가 아닌 한 신뢰하기 무척 어려운 교통수단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콜택시(사진=연합뉴스)

김 변호사는 “게다가 ‘평균’ 배차시간은 실제 배차시간보다 훨씬 짧게 책정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장콜 이용자들은 실제로 배차를 기다리는 동안 콜을 신청했다가 취소하고 재신청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대기시간을 조율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자신의 대처 방안을 소개했다. 김 변호사는 “만약 내가 퇴근하기 위해 장콜을 불렀는데, 주변 대기자수가 34명이고 배차대기 예상시간이 1시간으로 확인된다면 나는 30분에서 2시간 사이 언제쯤 차가 올지 전혀 알지 못한다”며 “이럴 때 나는 일단 배차 신청을 취소한 후 식당에 가서 음식을 시킨다. 그리고 (장콜을) 재신청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물론 여전히 대기시간은 불확실하지만 2시간 내내 밥도 못 먹고 차를 기다리는 것보다 이쪽이 훨씬 낫다”며 “아예 스케줄 하나를 새로 추가하고, 배차취소와 재신청을 적절히 조율해서 최대한 배차가 빨리 이뤄지는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이다. 실제로는 3~4시간 쯤 콜택시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처럼 나는 4시간 동안 신청, 취소, 신청을 반복하면서 차를 대기하지만 데이터에는 30분 만에 차량을 탑승한 케이스가 되는 것이다. ‘평균배차시간’ 30분은, 실제로 장애인 이용자들이 수 시간을 기다리며 배차신청과 취소를 조율한 끝에 가장 배차가 빨리 된 경우들의 평균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정시성이 생명인 현대 직업 생활에서 장콜은 대중교통으로서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공이 운영하는 장애인콜택시의 확충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일반 택시의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 사회가 ‘언더도그마’에 빠져 장애인들의 주장을 합리적 데이터로 깨부수고 있다고 스스로 믿는 자들이 이런 기사를 생산하고 읽으며 온갖 착각을 할 것을 생각하니 못참아주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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