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건희 통화'에 대한 세 번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은 사후 심의와 배치되는, 사전 검열의 양상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보도 내용을 추정해 방송금지를 신청했으며 법원의 판단 내용은 달랐다. 또한 국민의힘은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에 그치지 않았다. 김건희 통화를 보도한 MBC, TBS, 열린공감TV 등을 공직선거법·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MBC '스트레이트' 방송에 대해 서울서부지법은 김건희 씨가 방송금지를 요청한 총 9가지 발언 중 ③ ④ 발언은 방송하지 말라고 결정했다. '정권 잡으면 가만 안 둘 것', '내가 웬만한 무속인보다 낫다. 점을 좀 볼 줄 아는데 내가 보기에는 우리가 청와대 간다' 등의 발언이다. 또 서부지법은 김건희 씨 신청내용과 별개로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발언도 방송에 포함시키지 말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열린공감TV 방송에 대한 서울중앙지법의 판단은 달랐다. 중앙지법은 김건희 씨와 가족의 사생활에 관한 내용,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가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대화 내용을 제외하고 발언 대부분을 방송해도 된다고 결정했다. 서울의소리에 대한 서울남부지법의 판결도 이와 비슷했다.

가처분은 임시적 조치를 취하는 보전제도다. 하지만 이번 건의 경우, 정치·경제권력에게 합법적인 사전 검열의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가능한 상황이다. 서부지법 판결 직후 국민의힘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소위 '쪽글'로 유포된 6개 발언에 대해 예비적으로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며 "실제 녹음 파일에 포함되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이라고 말했다. 서부지법 판사는 MBC에 "예비적 신청이 있는데 보도예정인가"라고 물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표현물의 가치를 불법적으로 판단하는 자체가 어려운데, 본안소송 전 가처분이라는 간이한 절차를 통해 판단하면 사람들은 이를 기준으로 보도의 불법성 여부를 인식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가처분 청구가 남발되는 것은 옳지 않다. 법원도 사전적 제한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방송금지 결정을 내리는 것에 신중해야 하고, 공익성 판단이 애매하다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결정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대한민국 헌법에 언론·출판에 대한 검열은 금지되고 있지만, 가처분이 무분별하게 인용되어 사실상 사법권에 의해 검열이 강제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며 "특히 이번 사례를 보면 가처분 결정이 들쭉날쭉해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추라는 거냐'는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법원이 과도하게 언론자유를 침해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위원장은 "이번 경우가 훨씬 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어떤 내용이 어떻게 방송될지 제작진 외에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압력을 가하는 방식이었다는 것"이라며 "방송법에서 정하고 있는 편성자율권의 원칙과 기준을 가처분 제도가 완전히 무력화시킨 사례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가처분이 남발되면 언론에 대한 검열효과를 강력하게 지닐 수밖에 없다"며 "언론·제작현장 노동자들에게 통제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MBC는 서부지법 가처분 일부 인용을 100% 수용하고 법원 결정에 따라 방송을 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부터 언론사에 방송을 하라 마라 겁박했다"며 "법원 판단 이전부터 언론을 위축시키려는 부수적인 효과를 노린 것 아닌가 싶다. 걸핏하면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무력시위에 나서는 건 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라고 질타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김건희 7시간 통화'와 관련해 MBC, TBS, 열린공감TV 등을 공직선거법·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선거일이 약 50여 일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도 언론인 또는 언론 관계자라 자칭하는 피고발인들과 같은 자들에 의해 무분별한 거짓과 흑색 비방선전, 편파‧가짜뉴스가 활개를 치고 있다"며 "수준 이하의 음모론과 구태의연한 공작 정치를 완전히 뿌리뽑기 위해서라도 위법행위에 대해 엄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는 지난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언론재갈법' '언자완박'이라고 반대했다. 이들은 ▲정치·경제권력의 '전략적 봉쇄소송' 가능성 ▲'고의' '악의' '허위조작보도' 등 개념 모호 ▲고의·중과실 추정, 기사열람차단청구, 정정보도 청구 표시 독소조항 등을 반대하는 이유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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