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조선일보가 정부·공공기관이 의뢰한 애드버토리얼(기사형 광고)에 기자 바이라인을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기사형 광고로 의심되지만 ‘애드버토리얼’ 표시를 붙이지 않은 경우도 다수 발견됐다. 기사형 광고에 기자 바이라인을 넣는 것은 신문업계에서 금기시되는 일이다.

기사형 광고 지면은 광고주가 신문 별지를 통으로 구매하는 것을 뜻한다. 신문사는 기사형 광고에 Advertorial section, OO부 제공, OO부 지원 등 문구를 넣어 독자가 광고임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문법은 “편집인, 기사배열책임자는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아니하도록 명확하게 구분하여 편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선일보 2018년 3월 30일 별지와 같은해 9월 14일 별지. 위 별지에는 애드버토리얼 표시가 있지만 아래에는 없다. 대구광역시는 각각 5천만 원의 광고비를 집행했다

미디어스가 입수한 조선일보 정부광고 내역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조선일보에 집행된 4천만 원 이상 정부광고 중 기사형 광고는 3건이다. 광고액은 건당 최대 5500만 원에서 최소 5000만 원이다. 조선일보는 기사형 광고 지면에 기자 바이라인을 넣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2건(광고비 각각 5500만 원), 대구광역시가 1건(광고비 5000만 원)의 기사형 광고를 의뢰했다.

기사형 광고로 의심되는 지면도 다수 있었다. 조선일보의 2018년 9월 G면은 대구 물산업 클러스터 특집 지면이었다. 애트버토리얼 표시는 없었지만, 조선일보는 물산업 관련 기사를 작성하고 대구광역시 광고를 게재했다. 광고비는 5000만 원이다. 같은 해 3월 조선일보는 F면을 대구광역시 안경 박람회 소식·광고로 채웠는데, 해당 면에는 ‘Advertorial section’ 표시가 있었다.

이밖에 D면 경북도청 신도시 홍보(광고비 5000만 원·2018년 9월), D면 대구 물산업 클러스터(광고비 5000만 원·2019년 10월), E면 의성군 홍보(광고비 5000만 원·2020년 6월), D면 경북 관광 홍보(광고비 5000만 원·2021년 4월), G면 전라남도 홍보(광고비 4500만 원·2019년 9월), C면 경북 관광 홍보(광고비 4100만 원·2021년 10월), E면 문경시 홍보(광고비 4000만 원·2019년 12월)에 ‘Advertorial section’ 등의 표시가 없었다.

언론재단은 기사형 광고 지면에 기자 바이라인이 붙은 것에 대한 수정 요구를 하지 않았다. 언론재단 광고운영국 관계자 A 씨는 “애드버토리얼 표기 방법은 다양하게 인정된다”면서 “기자 바이라인을 붙여도 되는지 명문화된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A 씨는 “애드버토리얼 표기가 붙으면 기자 바이라인을 붙여도 된다는 뜻인가”라는 질문에 “(기사형 광고라는 사실을) 공지하면 괜찮다”고 답했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2016년 11월 발행한 신문윤리 1면. 기사 본문 문단 순서는 편집했다

하지만 기사형 광고 지면에 기자 바이라인을 넣는 것은 금기시된다. 독자들이 광고를 기사로 오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문윤리위원회는 2016년 11월 “바이라인을 붙이는 것은 독자들이 기사와 혼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기로 봐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언론재단 관계자 B 씨는 ‘Advertorial section’ 표시가 없는 지면에 대해 “신문사가 의도적으로 애드버토리얼 표시를 달지 않았을 수 있다”며 “언론재단도 광고 검수 과정에서 이를 따져 묻지 않았다. 광고비만 집행되면 되니 관례적으로 내용에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와 관련된 문제가 제기됐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등이 별지에 ‘Advertorial section’ 표시를 하지 않고 정부광고를 게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언론재단은 ‘기사형 정부광고’에 대해 아무런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이들은 실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명백한 불법 광고임이 드러나도 판단을 회피하거나 아무런 대응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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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 (사진=미디어스)

또한 언론재단에 등록된 광고 일자와 실제 광고 게재일이 상이한 경우도 있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20년 9월 1일 32면에 광고를 집행했지만 실제 게재일은 2020년 8월 29일이었다. 또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9년 11월 26일 40면에 광고를 집행했지만 게재일은 2019년 11월 19일이었다. 정부광고 업무편람에 따르면 언론재단은 매체사로부터 결과보고서를 받아 광고 집행을 점검한 후 광고비를 정산한다.

A 씨는 광고 집행일과 실제 게재 날짜가 다른 것에 대해 “광고주가 정부광고 시스템에 늦게 등록했거나, 행정상의 실수일 수 있다”며 “누구의 실수인지 파악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B 씨는 “언론재단이 확인하고 광고 대금을 지급해야 했다”며 “하지만 광고주랑 이야기해서 (날짜를 다르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B 씨는 “기업 간 광고도 아닌데,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B 씨는 언론재단의 정부광고 데이터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부끄러운 경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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