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동료 기자를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MBC 카메라 기자의 해고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다시 나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복직한 권 모 씨는 27일자로 해고됐다.

서울고법 민사 15부(부장판사 이숙연)는 19일 카메라 기자 권 모씨가 MBC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 무효 확인 등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2018년 블랙리스트 문건을 만든 당사자로 지목돼 해고당한 권 씨는 MBC를 상대로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했으며 2019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패소한 뒤 지난해 8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일부 승소했다. 하지만 지난 5월 대법원은 2심을 뒤집어 파기환송했다.

2012년 MBC 파업 당시 '제대로 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갈무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와 MBC영상기자회는 2017년 기자회견을 열고 MBC 내부에서 카메라 기자들을 회사 충성도와 노조 참여도에 따라 ‘격리대상’, ‘방출대상’, ‘주요관찰대상’ ‘회유가능’ 등 4등급으로 분류한 블랙리스트가 작성됐고 이에 따른 인사상의 불이익이 있었다고 문제 제기했다.

MBC 감사국은 2018년부터 ‘MBC블랙리스트 및 부당노동행위 관련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권 씨가 문건 작성에 관여했다고 판단해 인사위원회에 징계를 요청했다. 인사위원회는 2018년 5월 권 씨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권 씨의 해고 사유는 ▲복무질서 위반 ▲블랙리스트 문건에 기초해 작성한 인사 이동안을 인사권자에게 보고해 결과적으로 실행된 점 ▲블랙리스트를 작성·전달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점 등 3가지였다.

법원 1심은 ‘복무질서 위반’과 ‘블랙리스트 작성·전달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점’ 등의 해고사유를 인정해 해고가 정당하다고 했지만 2심 재판부는 복무 질서 위반만 징계사유로 인정했을 뿐, 명예훼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건 맞지만 일부 집단에만 공유돼 법리상 모욕·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5월 대법원은 “‘명예훼손 내지 모욕죄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징계사유가 인정된다”며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징계사유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관련기사 : 대법원, MBC 블랙리스트 작성 기자 '해고' 적법)

MBC 법무팀 관계자는 29일 미디어스에 “1심은 해고 사유 중 ‘복무질서 위반’과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점’ 2가지가 인정됐다. 2심은 '명예훼손의 공연성이 없다'는 이유로 불인정돼 해고는 과하다고 했다”며 “대법원은 이를 ‘명예훼손에 해당되는 부당행위’로 보고 2심 판결을 파기했고 파기환송심이 1심과 똑같은 결정을 했으니, 해고 사유 2건이 인정돼 해고가 과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복직된 권 씨는 MBC에 판결문이 송달된 다음 날인 27일자로 해고됐다. 권 씨는 파기환송심(2심) 결과에 상고할 수 있다. 앞서 고등법원 판결에 따라 권 씨가 복직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블랙리스트의 피해자들은 당시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심 재판부는 블랙리스트 작성을 개인 일탈 행위로 보면서 권 씨가 동료들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기술했다”며 “백번 양보해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꾼 납득할 수 없는 말”이라는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관련기사 : MBC 블랙리스트는 일부만 공유해 '문제없다'는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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