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언론이 ‘디지털 대응’이라는 명목으로 ‘포털 트래픽 수’를 늘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3년 전 인터넷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던 사건이 다시 기사화됐다. 언론사들이 클릭 장사에 몰두해 오보와 다름없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2019년 인터넷 언론사 <인사이트>는 “‘쓰레기 산’이었던 오피스텔 집이 ‘청소 천재’를 만나 탈바꿈했다”며 “청소비용은 100만원이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다음 해 2020년 <위키트리>가 같은 내용의 기사를 전했다. 해당 기사들의 출처는 각종 커뮤니티였으며, 사진이 촬영된 시점은 명시되지 않았다.

네이버 포털 화면 갈무리

그런데 2021년 현재 같은 내용을 다루는 기사가 보도되고 있다. 17일 <데일리안>, <조선일보>, <중앙일보>, <서울경제>, <한국경제>에 이어 18일 <파이낸셜뉴스>, <인사이트>, <머니투데이>, <서울신문>, <이데일리>, <MBN>, <노컷뉴스> 등은 ‘1.5룸 청소하고 100만원 받았다’는 내용의 기사들을 앞다퉈 보도했다. 해당 기사들은 언론사 자체 홈페이지에서 ‘많이 본 기사’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인사이트>는 같은 내용을 2019년에 이어 2021년에 한번 더 보도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8일 신문방송 모니터에서 “‘1.5룸 청소하고 100만원 받았다’는 사연이 포털 뉴스 등에서 크게 퍼지고 있다”며 “별다른 취재와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그대로 긁어온 글이 포털의 '많이 본 뉴스'에 올라온 것만으로도 한국 언론의 수준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기사에 등장한 사진이 언제, 어디에서 찍힌 것인지, 작성자는 누군지 기사작성의 기본 요건인 ‘육하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며 “검색 한 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인데 ‘일단 쓰고 보자’는 한국 언론의 게으른 관행이 낳은 사건이다. 클릭 장사를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오보와 다름없는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 행태가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또 민언련은 “지난해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서도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일제히 보도해 논란을 부추겼다”며 “‘연봉 5천 소리 질러’ 오보로 비정규직 노동문제 본질은 가려지고 계급 간, 세대 내 갈등만 키웠다. 언론이 검증없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메신저 내용을 출처로 베껴쓰기 보도할 때 어떤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어뷰징 기사 등에 대한 감시를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 맡겨놓고 언론사 뒤로 물러나 있는 포털 역시 언론의 상업적 클릭 경쟁으로 벌어지는 오보 양산 등 저널리즘 품질 하락에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21일 현재 <인사이트> 홈페이지에서 18일 작성된 "청소비 100만원"...전날까지 사람 살았다는 '1.5룸'의 충격적인 상태" 기사가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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