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추켜 세우자 언론 성향을 불문하고 비판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사과 대신 "전두환이 다 잘못했냐"고 강변했다. 윤석열 캠프 참모진은 당황하는 분위기다.

윤 전 총장은 20일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두환 정권 군사독재 시절 김재익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제 대통령' 소리를 들었을 정도로 전문가적 역량을 발휘했던 걸 상기시키며 대통령이 유능한 인재들을 잘 기용해서 그들이 국민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하도록 한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윤석열 캠프 참모진은 윤 전 총장의 강변에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광주 출신의 김경진 윤석열 캠프 대외협력특보는 같은 시각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참모의 한 사람으로서 후보가 조금 부적절한 어떤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일단 면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참모진 차원에서 윤 전 총장 본인의 사과를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김 특보는 "(윤 전 총장이)하고자 하는 얘기를 선명하게 하기 위해 극단적 대비를 간혹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후보의 언어 습관이라든지, 이런 부분을 말을 드려 고치도록 조금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다만 '직접 사과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특보는 "어쨌든 참모진,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9일 오후 창원 의창구 경남도당에서 열린 '경남 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서 발언 후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전 총장은 지난 19일 국민의힘 부산 해운대갑 당협 사무실을 찾아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분들도 그런 이야기하는 분이 꽤 있다"고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논란이 일자 윤 전 총장은 이날 다시 한 번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잘못한 건 아니지 않냐"며 "권한의 위임이라는 측면에서 배울 점이 있다는 건 전문가도 다 하는 얘기"라며 "호남분들중에도 그런 말 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5·18, 군사쿠데타는 잘못됐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말만 하면 앞에 떼고 뒤에 뗀다. 전문을 보라"고 자신에 대한 비판을 말꼬리 잡는다는 식으로 맞받았다.

그러나 5·18 학살과 쿠데타를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서 분리할 수 없을 뿐더러, 독재 정치를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미화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비판이 이어진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은 20일 윤 전 총장 '전두환 미화' 발언 논란을 일제히 다뤘다. 중앙일보는 홍준표 의원, 이재명 경기도지사, 5·18 단체 등의 비판을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민주당, 정의당, 5·18 단체, 홍준표·유승민·원희룡 등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비판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여야 모두에서 '천박한 정치 철학'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망언이자 호남 폄훼'라는 비난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팔면봉' 코너를 통해 "'1일 1실언' 시리즈의 끝은 과연 어디인가"라고 직격했다.

19일 국민의힘 부산 해운대갑 당협 사무실을 찾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조선일보 20일 '팔면봉'. (사진=연합뉴스 유튜브 갈무리)

한국일보는 <윤석열 "전두환, 쿠데타와 5·18 빼면 정치 잘해"… 위험한 통치관>에서 "윤 전 총장의 역사관과 정치철학이 도마에 올랐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윤 전 총장의 '권한 위임' 발언에 대해 한국일보는 "정책 능력이 미숙하다는 점을 방어하기 위해 '적극적인 분권 통치'를 대안으로 제시한 맥락으로 풀이되지만, '시스템이나 관리하겠다'는 인식은 지나치게 극단적이라는 지적도 있다"며 "대통령이 정책을 너무 모르면, 전문가를 제대로 뽑아 쓰기도 어렵다"고 썼다.

이어 한국일보는 "대선을 앞두고 '호남과의 동행'을 강조해온 국민의힘은 당혹스러워했다"면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호남에 용서와 화해를 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발언의 진위를 파악 중"이라는 당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관련 기사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 유린 전력을 짚었다. 경향신문은 쿠데타 집권, 5·18 민주화운동 유혈진압, 삼청교육대 운영, 학림사건, 부림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996억원 추징금 미납 등을 나열하며 "전두환씨는 헌법을 유린한 독재자로 민주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경향신문은 "윤 전 총장이 이날 '법과 상식이 짓밟힌 이것만 바로잡겠다'고 발언했으나 정작 전씨는 집권 과정부터 임기 내, 그리고 임기 후까지 법과 상식을 짓밟은 인물로 평가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10월 20일 정치4면

한겨레는 사설 <이젠 '전두환'까지 미화한 윤석열의 몰역사적 인식>에서 "전두환 씨가 전문가를 적재적소에 기용했는지도 의문이지만, 이를 두고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얘기하는 것은 황다하기 짝이 없다"며 "전두환 독재정권의 무자비한 폭압정치로 민주주의와 인권이 짓밟혀 국민들이 고통받은 사실을 윤 전 총장은 모른다는 말인가"라고 질타했다.

한겨레는 앞서 윤 전 총장이 부산 민주공원 행사에서 이한열 열사의 사진이 담긴 조형물을 가리켜 "부마항쟁인가요"라고 말하고, 광복절엔 안중근 의사 영정에 술잔을 올리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윤봉길 의사의 말을 올린 것 등을 짚으며 "이번 전두환 씨 관련 망언은 묵과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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