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위장 당원 여권개입'의 증거라며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내세웠다. '검찰 고발사주' 의혹이 불거지자 인터넷 언론을 폄훼한 윤 전 총장이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공작의 증거라며 제시했다. 자신이 코너에 몰렸을 때 음모를 주장하는 것이 '윤석열식 정치'냐는 언론비판이 제기된다.

5일 KBS 국민의힘 예비후보 토론회에서 "위장 당원 주장으로 상처받은 당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는 하태경 의원 지적에 윤 전 총장은 "실제 친여성향의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이런 것들이 굉장히 많이 보이고 있다"고 사과를 거부했다.

하 의원은 "근거가 없다. 이런 식으로 논란이 되면 진위가 왜곡됐다는 말을 한 게 한 두번이 아니다"라며 "말하는 윤 전 총장 입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듣는 국민의 귀는 항상 문제가 많은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근거가 있다.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SNS·인터넷상에서 우려를 많이 하고 있다"며 "여당의 이런 공작을 막아내야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제6차 방송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승민 전 의원도 "위장당원 문제에 대해 증거는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지만 윤 전 총장은 "국힘 갤러리에 민주당·친여성향 지지자들이 상당히 이중가입을 하면서 '언제까지 (입당)하면 누구 찍을 수 있느냐'를 묻는다"고 맞받았다. 유 전 의원이 "증거가 있다고 하니 계속 위장당원 개입 문제를 삼아야 되겠지 않나"라고 비꼬자 윤 전 총장은 "매일 문제삼을 일은 아니다. 투표를 좀 열심히 하자는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윤 전 총장이 거론한 '국힘 갤러리'는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국민의힘 갤러리'다.

윤 전 총장은 지난 4일 부산 사상구 당원협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민주당 정권이 우리 당 경선에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며 "위장당원들이 엄청 가입했다는 것 들으셨지 않나"라고 말했다. 기자들이 근거를 묻자 윤 전 총장은 "소문도 많고 그런 얘기들 많다"고 답을 회피했다.

윤 전 총장의 위장당원 개입 주장은 당내 유력 경쟁자인 홍준표 의원을 겨냥한 '역선택' 비판의 연장선이다. 역선택 논란을 거치며 지지율이 반등을 이뤄온 홍 의원은 지난달부터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을 제치고 야권 후보 적합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2030세대 남성 지지가 홍 의원의 '골든크로스'를 뒷받침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최근 넉 달 사이 신규 당원이 26만여명 늘었다. 이 중 11만여명이 2040세대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8일 2차 예비경선에서 당원 선거인단 30%, 일반 여론조사 70%로 4명의 후보를 추린다. 본경선은 당원선거인단 50%, 일반 여론조사 50%로 치러진다.

한겨레는 6일 사설 <윤석열 이번엔 "위장당원 많다", 입만 열면 물의 빚나>에서 "제1야당의 대선 후보를 선출할 권리를 얻기 위해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 당원이 된 이들의 상당수를 경쟁 정당의 사주를 받고 입당한 '위장당원'이라 폄하한 것"이라며 "그러면서 댄 근거라는 게 '그런 소문이 있다'는 것뿐이다. 대단히 부적절한 언행"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번 '위장당원' 발언은 상황이 불리해지면 이를 '공작'이나 '음모'의 산물로 몰아가는 윤 전 총장 특유의 대응 방식이자, 자신의 주요 기반인 50대 이상 영남권 지지자들의 위기감을 키워 표로 결집시키려는 전략적 발언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며 "우려스러운 건 이런 방식이 '윤석열식 정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앞서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윤 전 총장은 '여권과 당내 경쟁세력의 윤석열 제거 음모가 개입된 정치공작'이란 주장으로 맞불을 놓은 바 있다"면서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되겠다는 제1야당의 유력 주자가 자신이 연루된 논쟁적 현안을 음모와 공작의 산물로 바라보는 편향된 시각을 가진다면 정치도 국민도 불행해진다"고 썼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사설 <국민 실망 넘어 혀를 차게 하는 野 대선 주자들>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당 대선 주자가 새로 당원이 된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가 아니라 '위장 당원'이라고 공격할 수 있나. 윤 전 총장은 그런 비난을 하면서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윤 전 총장 측은 당원모집을 하고 있지 않나. 그런 사람들은 무슨 당원인가"라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홍준표 의원 (사진=연합뉴스)

한국일보는 기사 <컷오프 앞두고 '역선택' 또 꺼낸 윤석열… 묘수일까 악수일까>에서 "초반 30%를 웃돌던 보수야권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고, 토론회에서 잇단 실언과 '주술 논란' 등으로 수세에 몰리자 여권 개입설을 부각해 '콘크리트 지지층' 단속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신규 당원 증가에 대한 기여가 윤 전 총장에게도 있다는 국민의힘 내부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초반에는 2030세대 입당 비중이 높았지만 윤 전 총장이 당에 들어온 8월부터는 40~60대 입당도 비등하게 많았다"며 "본인도 신규 입당에 기여했는데 이를 무기로 삼기는커녕 괜한 오해만 사게 됐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윤 전 총장 발언에 비판적 입장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윤 후보 측에서 굉장히 피상적인 통계만 본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반 우스갯소리로 윤 후보가 이슈메이킹 능력은 탁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원 가입절차가 쉬워진 면은 있지만 민주당처럼 쉽지는 않고, (민주당 지지자들이)수십만명이 들어왔다고 볼 수는 없다"며 "윤 후보가 얘기한 것처럼 어떤 의도를 갖고 가입했다고 보는 건 기우"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앞서 윤 전 총장은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를 통해 '검찰 고발사주 의혹'이 보도되자 "앞으로 정치 공작을 하려면 인터넷 매체나 재소자, 의원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국민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서,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신뢰 가는 사람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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