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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고발 사주 의혹이 틀렸다는 것인가[김민하 칼럼]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21.09.13 10:03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맨날 보는 광경이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자기들에 유리한 얘기가 나오면 침소봉대를 해 상대편을 공격하는데 써먹는다. 정치인, 기자, 교수, 평론가 다 마찬가지다. 그걸 근거로 자기 편이 상대편보다 낫다고 한다. 사건의 실체엔 아무도 관심없다. 실체가 뻔해서 그런 것인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자고 일어나니 ‘제보자’ 조성은 씨가 SBS 인터뷰에서 한 말이 화제이다. 조성은 씨가 해명을 했는데 무슨 얘긴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인터뷰에 나오는 “9월 2일이라는 날짜는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거나 제가 배려받아서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거든요”라는 문장은 그냥 보기엔 마치 조성은 씨가 박지원 국정원장, 뉴스버스와 문제가 된 보도의 시점 등을 상의했다는 듯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그러나 인터뷰 전체 맥락을 보면 다른 의미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문제의 발언은 박지원 국정원장을 뉴스버스 기자 접촉과 보도 시점 중간에 만난 일 때문에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입장이 뭐냐는 취지의 질문의 답으로 나왔다. 해당 발언은 보도 시점을 뉴스버스가 알아서 결정했다는 맥락 속에 있다. 이 발언 직후 윤석열 전 총장 등과 친분이 있는 박지원 국정원장과 내용을 공유할 수 없었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이 맥락에 충실히 해석한다면 조성은 씨 발언은 ‘특정 보도 시점을 국정원장과 상의해 요구를 관철시킨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지만 그런 일은 없다’는 취지로 볼 수도 있다. 아마 SBS도 그렇게 판단해 편집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윤석열 전 총장 측은 조성은 씨의 발언을 무의식적으로 진실을 말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조성은 씨가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과 국정원장 공관을 방문했다든지 하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전 총장 측 주장이 맞다고 전제해보자. 박지원 국정원장과 조성은 씨, 뉴스버스가 한패가 돼 보도 시점에 대해 부적절한 거래를 했다면 큰 문제다.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손준성 검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김웅 의원에게 보낸 메시지 원본까지 조작할 수는 없다. 이 메시지는 박지원 국정원장이 임명되기 훨씬 전인 2020년 4월에 보낸 걸로 돼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텔레그램 메시지에 등장하는 문서와 거의 똑같은 형태의 고발장이 실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고발에 활용된 걸로도 의심되는 상황이다. 국정원이 타임머신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면 이런 조작은 불가능하다.

일부에서는 4월 3일 전달된 걸로 보이는 채널A 사건 관련 고발장에 6월에나 보도되는 사실이 적혀있다는 걸 근거로 조작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뒤집어 말하면 6월에 보도가 될 사실을 검찰은 미리 알고 있었다는 근거, 즉 해당 정보의 원 소스가 검찰일 가능성을 가리키는 걸로 볼 수도 있다. 이게 이철 씨 대리인을 자처한 ‘제보자X’ 지모씨가 실제 이철 씨와는 일면식도 없었다더라는 내용인 걸로 보면 이런 가능성은 얼마든지 제기할 수 있다.

‘제보자X’ 지모씨는 언론 보도에 지속적으로 등장해 검찰을 괴롭혀 온 인물이다. 뉴스타파의 ‘죄수와 검사’ 보도에서 역할을 했고 ’조국 전 장관 사건 때도 등장해 여당에 유리한 주장을 했다. MBC PD수첩에 나와 검사 비위를 증언하는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검찰은 채널A 사건 이전부터 지모씨가 믿을 수 없는 인물이라는 걸 다양한 방식으로 알리고 싶었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총선 직전에 불거진 채널A 사건은 ‘역습’의 기회로 삼기에 알맞았을 것이다. 고발장이 전달된 4월 3일 조선일보는 채널A 사건의 이철 씨 대리인이 지모씨라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해당 보도의 소스는 ‘법조계’이다.

이런 맥락에 맞춰보면 ‘고발 사주’는 있을법한 사건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당시 야당이 고발을 하면 오히려 수사를 하기 어려웠을 거라고 주장하지만 반쪽의 진실일 뿐이다. 수사기관에 있어서 절차는 권한의 전제이다. 권한 행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힘이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야당이 채널A 사건을 쟁점화 하고 검찰에 고발을 하며 수사를 촉구하는 상황 자체만으로도 정권과 대립이라는 맥락에서 카드 한 장을 더 쥐게 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상황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1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경선 예비후보 1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유튜브 라이브 방송 '올데이 라방' 출연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해석이 가리키는 것은 무엇일까? 정권과 검찰의 대립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쟁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이 조국 전 장관 수사를 강행한 것을 정권은 개혁을 좌초시키기 위한 ‘선전포고’로 받아들였고 그래서 인사 등의 수단을 통해 검찰 조직을 공격했다. 검찰 역시 자신들이 조국 전 장관을 수사하면 전쟁이 시작될 거라고 예상했다. 윤석열 전 총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수사 개시 직전 검찰총장 임명장 잉크가 말랐는지 만져봤다고 한 것에서 당시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이후 모든 상황은 서로간의 공격과 방어, 반격과 역습이라는 맥락 속에서만 위치하게 되었다. 그것은 비유하자면 거대 괴수들의 싸움 같은 것이었다. 언론 역시 이 전쟁을 각자의 편에서 거들었다. ‘고발 사주’ 의혹은 바로 이 상황을 보여준다. 윤석열 전 총장이 출마를 결심한 이후 대선 전체가 이 맥락에 지배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나 모든 전쟁은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비극적 결말을 안길 뿐이다. 이런 판국이라면 정권교체든 정권연장이든, 똑같은 일을 우리 사회가 다시 반복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는가?

그러므로 이 사건을 두고 또는 이 사건의 어떤 부분을 떼서 ‘내가 상대보다 낫다’고 주장할 때가 아니다. 누가 집권하더라도 이런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확신을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줄 것인가가 중요하다. ‘검수완박’과 같은 제도적 대안이 해법은 아니다. 확신은 정치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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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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