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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올림픽방송 참사 해석 "저개발 국가에 대한 우월감"개막식 중계방송 사과 이후 또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 자막…2008년 베이징 올림픽중계 중징계 ‘주의’
김혜인 기자 | 승인 2021.07.26 11:24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MBC가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 사용으로 사과한 데 이어 25일 루마니아 선수를 조롱하는 자막을 방송했다. 반복되는 논란에 "한국사회가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국가를 바라보는 시선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한국과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예선 전반전에서 루마니아 선수 라즈만 바린이 자책골을 넣었다. 전반전이 끝나자 MBC는 광고와 함께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라는 문구를 우측 상단에 게재했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지상파가 스포츠로 경쟁하는 상대방을 조롱하냐고 비판했다.

MBC 도쿄올림픽 개막식 사진과 사과방송, 25일 루마이나와의 축구 경기 관련 자막 (사진=MBC)

MBC는 23일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 중계방송에서 일부 참가국에 대해 부적절한 사진과 문구를 사용해 사과했다.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등장하자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진을, 엘살바도르 선수단 소개에는 비트코인 사진을 사용했다. 아이티 선수단이 입장할 때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고 소개했다.

올림픽 개막식 중계 중반 이후 트위터 등 SNS에서 논란이 빠르게 확산되자 MBC는 방송 말미에 사과했다. 또 MBC는 24일 MBC 홈페이지에 한·영 사과문을 올려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다”며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영상 자료 선별과 자막 정리 및 검수 과정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한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스포츠 프로그램 제작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 유사한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고를 두고 일각에서는 올초 단행된 MBC 스포츠국 조직개편으로 인한 예견된 사고였다는 주장이 나온다. MBC는 1월 스포츠국 조직개편을 단행해 본사 스포츠국을 기획 조직 중심으로 재편하고 제작 기능을 자회사인 MBC플러스로 이관했다. 이 과정에서 스포츠국 PD는 22명에서 10명으로 줄었고, 12명은 다른 부서로 전출됐다.

스포츠국 PD들은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인력난을 호소했다. 지난 5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노보에서 스포츠국 조합원들은 “본사 PD들은 해설자 섭외, 방송 편성, 올림픽 경기 중 실시간 대응을 위한 자막시스템, 편집시스템, 정보 검색 시스템 등의 부조 설비 확충 등으로 정신없이 바빴고, MBC플러스 PD 2명이 합류했지만 국가대표 선수단의 선수촌 입촌이 시작돼 출전 선수나 감독들의 인터뷰가 들어가는 사전 제작물을 새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인력난보다 근본적인 인식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MBC가 올림픽 개막식에서 부적절한 자막을 사용한 게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MBC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 중계방송에서 케이멘 제도에 대해 ‘역외펀드를 설립하는 조세회피지로 유명’, 차드에 대해 ‘아프리카의 죽은 시장’, 수단에 대해 ‘오랜 내전 등으로 불안정’이라고 소개했다.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MBC 중계방송에 대해 중징계인 ‘주의’를 결정했다. 방통심의위는 “특정 국가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 또는 흥밋거리에 지나지 않는 이슈 등을 해당 국가를 소개하는 대표적인 것인 양 자막으로 표시한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심의에서 지적된 문제 자막은 약소국가에 집중되어 있는 바 이는 약소국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어 해당 방송내용은 국제친선 및 이해 증진 관련 심의규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2008년도 심의 의결 현황 (자료제공=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와 관련해 이승한 평론가는 SNS에서 “중계 참사는 복합적인 이유가 작동했을 것”이라며 “기저에 깔려있는 건 한국사회가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국가를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우리는 이만큼 노력해서 한강의 기적을 만들고 ‘BTS도 있고 봉준호도 있고’ 그렇다는 자부심의 이면에는 우리보다 운이 없었던 저개발 국가들을 향해 부리는 우월감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라며 “지정학적 이유로 오랜 세월 미국의 지원을 받아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다는 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근거 없는 우월감”이라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갑자기 벼락부자가 된 이후 졸부근성을 드러내는 이들이 있는 것처럼 한국 또한 그런 성향을 좀처럼 감추지 못하는 나라”라며 “MBC의 중계는 그걸 걸러내지도 숨기지도 못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국제적인 이슈가 되어버린 탓에 중계 말미에 사과하고, 책임자가 시말서 쓰는 수준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송국 차원에서 세계 시민들을 차별 없이 고르게 대하는 제작 규범을 더 확고하게 갖추기 위해 전사적인 의식개조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하는 수준쯤 돼야 망신살을 극복할 수 있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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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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