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6월 임시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열리자 마자 파행됐다.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과방위 일정을 보이콧에 나섰다. TBS에 대해 과방위 차원에서 감사원 감사청구를 논의하지 않으면 의사일정을 소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내년 대선을 위한 정쟁의 고삐를 당기는 모양새다. 이로써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 온라인플랫폼법 등 화급을 다투는 법안이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16일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간사 박성중 의원은 "TBS에 대한 서울시 지원예산 400억원 집행내역, 계약서도 없이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장에 고액출연료를 지급한 사실과 관련해 즉각적인 감사청구를 촉구해왔다"며 "6월 의사일정 합의의 전제조건이었던 감사청구의 건 상정 자체를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거부해 일정합의가 결렬된 것이다. 그런데도 이원욱 과방위원장과 민주당이 전체회의를 일방강행한 데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주장했다.

16일 열린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는 모습 (국회방송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박 간사는 "민주당은 무엇이 두려워 의결합의도 아닌 상정조차 반대하는지 묻고 싶다. '뉴스공장'이 사실상 민주당 선거운동원이기 때문에 조직적 비호를 하는 건가"라며 "지금이라도 민주당은 감사청구의 건을 상정해 과방위 일정이 정상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 상정되지 않는다면 국민감사청구라는 우회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문재인 정권 서울시의 TBS 협찬광고액이 2015년 1억 3백만원에서 2020년도 20억 4천9백만원으로 20배 증가했다. 비트코인에 버금가는 문트코인"이라며 "TBS에 대한 처분을 바로 하자는 것도 아니고, 감사 받자는데 상정조차 못한다니 말이 되나. 논의가 안된다면 저 혼자라도 국민감사청구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측 설명에 따르면 과방위 6월 의사일정이 합의되지 않았다는 국민의힘측 주장은 신빙성을 갖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3일자로 과방위 행정실은 의원들에게 6월 의사일정 안내를 문자로 고지했다. 과방위 전체회의 일정과 안건, 법안심사소위 일정 등이 과방위 행정실을 통해 공지됐다는 건 여야 간사가 의사일정에 합의했다는 얘기다.

과방위 민주당 간사 조승래 의원은 "합의에 따라 행정실 안내가 이뤄지고 나서 느닷없이 TBS 감사청구건을 상정 안하면 합의된 의사일정 전부를 보이콧하겠다는 게 그저께"라고 반박했다.

조 의원은 "여야간사와 과방위원장은 상임위에 방송TF·반도체TF를 6월 열리는 첫 회의에서 구성해 심도깊게 논의하자고 합의했다. 방송TF는 거버넌스와 관련해 여러 이슈들이 있기 때문에 TF장을 야당에서 맡아 논의하기로 했던 것"이라며 "TBS 감사 건을 들고 나오면서 그동안 합의했던 모든 것들을 파기시켜버리는 태도에 대해 정말 유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위원장이 일방 개최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여야간사와 위원장 합의가 충분히 있었다"며 "의사일정 합의없이 행정실이 일방 공지할 일도 없다"고 했다.

국회 과방위 박성중 국민의힘 간사 (국회방송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민주당 과방위원들은 야당의 'TBS 감사원 감사청구' 촉구에 대해 정치적 공세와 언론개입이라고 비판했다. 국고가 아닌 지방비로 예산이 집행되는 TBS에 대한 감사는 지자체에 우선적인 권한이 있고, 특정 프로그램 문제를 이유로 감사를 요구하는 것은 언론자유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TBS는 서울시 산하에 있고 지방비를 쓰는데, 오세훈 서울시장 아닌가. 오 시장이 결정하면 감사할 수 있는데 국고를 쓰는 것도 아니고, 과방위 감사 권한도 아닌데 왜 논의하고 상정해야 하나"라며 "정치공세 의도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해서는 안될 일을 여기서 안해준다고 버티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필모 의원은 "TBS는 재단법인으로 독립된 언론기관이다. 방송프로그램 하나를 가지고 국회가 문제제기하기 시작하면, 프로그램 하나하나마다 감사를 청구할 건가"라며 "언론에 대한 영향력 행사, 외압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저희라고 특정 프로그램에 불만 없겠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여당 간사도 TBS 감사청구의 건의 상정을 검토하겠다는 의사가 있었기 때문에 합의를 했던 것"이라며 "언론의 독립성·편향성·중립성에 문제가 있다. 문제 없으면 (감사를)해보면 되는 거 아니냐"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TF 합의했다고 하는데, 심도있는 논의를 위해 나도 찬성하지만 위원들 의견을 들어야해 최종결정은 추후 결정된다고 했다"며 "반도체TF는 동의하지만, 방송TF는 위원들 강경발언이 많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방송TF구성 논의는 지난 2~3월부터 여야간사가 합의해 추진돼 왔다. 간사인 박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TF구성에 합의했다가 자당 내 반발이 일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의사진행발언 종료 직후 과방위 회의를 보이콧, 회의실을 나갔다.

올해 7월부터 KBS 이사 후보추천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교체 일정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에 따르면 국회에서는 벌써 여야의 '추천 관행' 정황이 감지되고 있다.

언론시민사회가 언론개혁 최우선 과제로 촉구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관행으로 이뤄져 온 정치권 추천권 행사를 명문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놓으면서 방송TF 구성을 미루고 있다. 지난달 국민의힘 과방위 의원들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문제를 이유로 방송TF 구성 회의를 보이콧했다.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기존에는 게임에만 적용되던 인앱결제 시스템을 디지털콘텐츠 전반으로 확대적용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이에 따라 구글스토어 앱수수료는 기존 10%에서 30%로 증가하게 된다. 앱개발 업계에서 과방위의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 처리 등을 촉구하고 있지만, 법안 발의에 적극적이었던 국민의힘이 돌연 FTA 저촉 가능성과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면 된다는 규제소관 문제를 언급하면서 사실상 과방위 차원의 입법을 반대해 처리가 정체돼 왔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