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박정훈 SBS사장이 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에 노사단체협약 해지를 통고했다. 방송사 단체협약 해지 통고는 2011년 MBC 이후 처음이다.

SBS노사는 지난 1월부터 11차례 2020 단체협약 개정 교섭을 해왔다. 2월 20일까지였던 교섭 유효기간은 이미 지났다. SBS 사측 기구인 경영위원회는 2일 올린 사내 게시글에서 “현재 단체협약은 법률상 앞으로 6개월간 효력이 지속되며 이 기간 동안에도 단협 개정을 위한 노사 간 교섭은 계속될 것”이라며 “6개월 안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존 단협의 효력은 소멸되며 이른바 ‘무단협’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SBS경영위원회가 2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

단체협약 해지가 통고된 주 원인은 ‘임명동의제 조항 삭제’ 여부 때문이다. 경영위원회는 “회사는 지난 1월 18일 첫 단체협약 개정 교섭에서 10.13 합의 공식 파기에 따라 ‘임명동의제’ 조항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며 “조항 하나 때문에 부득이하게 ‘단체협약 해지 통고’라는 합법적 절차를 밟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가 임명동의제 폐지를 받아들이지 않자 사측은 단체협약 해지를 통고한 것이다.

SBS는 2017년 방송사 최초로 사장 임명동의제를 도입했다. SBS본부의 ‘소유-경영 분리’ 요구에 따라 윤세영 회장과 윤석민 미디어홀딩스 부회장은 임명동의제가 포함된 10. 13합의를 수용했다. 10.13 합의문에는 노조가 회사의 경영진을 상대로 해온 일방적인 비난을 멈추고 그 내용들에 대해 법적 대응이나 유출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도 포함돼 있다. 사측은 윤창현 본부장이 경영진을 4차례 고발해 10.13 합의가 파기됐고 이에 따라 임명동의제를 파기하겠다고 주장해왔다. (▶관련기사 : SBS 사측 '임명동의제 파기' 시도, 배경은)

2017년 10월 13일 합의를 맺은 박정훈 SBS사장과 윤창현 언론노조SBS본부장 (사진=SBS노보)

언론노조 SBS본부는 5일 "임명동의제 폐지 말고는 어떤 경우의 수도 없다는 사측의 선언 앞에 우리의 임금, 복지, 휴가, 인사원칙 등이 담긴 단체협약이 6개월 뒤 사라져버릴 위기에 처했다"며 "임명동의제가 마음에 안 든다고 그간 지난한 노사합의의 결과물을 인질로 삼아 버린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SBS 31년사 유례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언론노조는 같은 날 “방송역사상 가장 진보한 소유-경영분리, 공정방송 제도로 평가받는 ‘사장 임명동의제’를 무력화하기 위해 악질자본의 노조파괴 수단인 단협 해지까지 동원하고 나섰다”는 비판 성명을 냈다.

언론노조는 “SBS가 방송 역사상 최초로 도입한 ‘사장 임명동의제’는 소유-경영 분리와 방송의 공정성, 독립성을 실현해 온 기념비적 제도”로 “SBS 사측 스스로도 지난 2017년 임명동의제 도입 당시 획기적인 소유경영 분리의 제도화라며 자화자찬은 물론 방송통신위원회에 재허가 조건으로 반영해달라고 제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언론노조는 윤석민 회장을 향해 “즉시 단협 해지 통고를 철회하고 노사관계를 원상회복하지 않으면 언론노조는 태영 자본의 방송계 퇴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건설자본의 방송 지배 금지를 위한 법 개정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방송사 단체협약 해지 통고는 2011년 MBC 사례 이후 처음이다. 2011년 MBC 노사간 공정방송 조항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MBC 사측은 언론노조 MBC본부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고한 바 있다. 이에 MBC본부는 총파업을 예고했고 9월 극적으로 단체협약을 타결했다.

언론노조 관계자는 미디어스에 “임명동의제를 싫어했던 대주주 태영건설과 박정훈 사장이 박 사장의 연임을 염두에 두고 임명동의제를 파기하기 위해 단체협약을 깬 것”이라며 “지금까지 단체협약 해지는 MBC를 제외하고 유례가 없을 만큼 악질적인 방법이다. 노조 파괴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읽히며 언론노조는 이에 싸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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