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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사측 '임명동의제 파기' 시도, 배경은임명동의제 신임 기준 굳히기?…"최상위 규범인 단협의 핵심 조항 무력화"
김혜인 기자 | 승인 2021.01.26 18:47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SBS 사측이 ‘임명동의제’를 파기하겠다고 밝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임명동의제 신임 기준 굳히기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SBS는 방송사 최초로 단체협약을 통해 사장 임명동의제를 시행했다. 

SBS 사측은 22일 사내 알림글을 통해 “회사는 지난 1월 18일 노동조합에 회사측 단체협약개정안을 전달했으며 오늘까지 2차례 협의를 진행했다"면서 "개정안에 ‘윤창현 위원장의 일방적 10.13 합의 파기에 따른 임명동의제 원인무효’ 내용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22일 SBS 사내 공지글로 올라온 '[알림] 단체협약 개정을 앞둔 회사의 입장'

2017년 10월 13일 박정훈 SBS사장과 언론노조 SBS본부는 소유경영 분리원칙을 세우고 SBS 사장과 SBS A&T사장, 보도와 편성, 시사교양 본부장에 대한 임명동의제 시행을 합의했다. 또한 사외이사 3인 중 회사와 노조가 각각 1인을 추천하기로 했고 노사가 수익 정상화를 위해 함께 방법을 찾기로 했다.

하지만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취임한 이후 합의 내용이 사실상 무효화됐다고 주장해왔다. 2019년 4월 윤 회장 취임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를 무보직으로 좌천시켰고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SBS본부는 이를 ‘이사회 폭거’라고 규정하며 “10.13 합의가 명시했던 소유와 경영 분리를 전면에서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관련기사 : 2017년 'SBS 소유경영분리' 합의, 3년 후 현실은)

사측은 노측이 먼저 10.13 합의를 깼다고 주장하고 있다. 10.13 합의의 핵심 내용 중에는 노조가 회사의 경영진을 상대로 해온 일방적인 비난을 멈추고 그 내용들에 대해 법적 대응이나 유출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윤창현 SBS본부장이 2019년 11월 4일 10.13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내용을 담아 대주주와 전, 현직 사장들에 대해 4차 검찰 고발을 단행했다는 것이다. 사측은 “4차 고발로 인한 10.13 합의 파기행위와 그로 인한 도의적, 법적인 모든 책임이 윤 위원장에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사측은 “2018년 8월 임명동의제를 단체협약에 넣자는 노측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원칙을 따라 왔지만 단협 개정을 앞두고 분명한 입장표명을 할 때가 됐다”며 “합의 파기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면 향후에도 노사합의 자체가 무의미해질 뿐 아니라 노사합의의 신뢰성 역시 담보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7년 10월 13일 박정훈 SBS사장과 윤창현 언론노조SBS본부장이 맺었던 합의 (사진=SBS 노보)

SBS본부는 25일 “구성원들이 한목소리로 요구했던 공든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려하고 있다”며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SBS본부는 사측의 ‘10.13 합의가 파기됐기 때문에 단체협약에서 임명동의제를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전제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단체협약은 2018년 합의된 것으로 2017년 맺어진 10.13 합의와 별개라는 것이다.

10.13 합의문에는 “단협에 반영한다”는 문구가 없고 지금의 단체협약에도 “10.13 합의에 따라”라는 수식어가 없다. SBS본부는 ‘(노동조합이)10.13 합의 파기에 대비해 임명동의제를 단체협약에 넣자고 제안했고 회사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사측의 주장도 2018년 단협과 10.13 합의는 별개로 이뤄졌음을 인정하고 있다고 봤다.

SBS본부는 “기존 별개의 합의문 파기로, 노사 간 최상위 규범인 단협의 핵심 조항을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논리는 법치주의 국가에서 불가능한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미 주요 언론사에서 임명동의제는 대의가 됐고, SBS의 임명동의제는 그 자체로 대의가 되고 있다”며 “노동조합은 사측의 치졸하고 허황된 임명동의제 파괴 시도에 대해 조금의 흔들림 없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26일 사측은 노조의 입장문에 대해 “10.13 합의가 없었다면 단협의 임명동의제도 존재할 수 없었다”며 “10.13 합의를 파기한 당사자인 윤 위원장의 논리대로라면 단협에 포함되지 않은 노사합의는 언제든 위반해도 상관없다는 것인데 모든 노사합의의 당사자인 노조위원장으로서 책임있는 자세인지 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SBS 내부에서는 사측의 ‘임명동의제도 파기 시도’가 갑작스럽다는 반응이다. SBS본부의 고발이 문제였다면 지난해 초 이뤄진 2019년 단협에서 제기했어야할 사안이라는 얘기다. 올해 말 차기 사장에 대한 임명동의 투표가 실시될 예정이다. SBS본부는 임명동의 신임 기준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의 ‘임명동의제도 파기'는 신임 기준 변경을 막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2019년 11월 사장 임명동의 투표 결과를 두고 SBS 내에서는 ‘재적 인원의 60% 반대’라는 기준 탓에 박정훈 사장 연임이 가능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후 SBS본부는 사측에 임명동의제를 ‘재적 60% 반대를 재적 40% 찬성으로 바꾸자’고 제안했지만 2019년 단협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오는 29일 단협 개정을 위한 노사 3차 협의가 예정돼 있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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