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전두환 정권의 5·18 민주화운동 탄압 장면을 차용한 매일신문의 '보유세 인상' 비판 만평에 대해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을 훼손하고, 희생자를 모욕했다는 비판이다.

매일신문은 지난 18일 <[매일희평] 집 없이 떠돌거나 아닌 밤중에 두들겨 맞거나>라는 제목의 만평을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만평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보유세 폭탄론'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시민 폭행 장면에 빗댔다. 논란이 일자 매일신문은 해당 만평을 온라인에서 삭제했다. 매일신문은 "폄훼할 의도는 추호도 갖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매일신문 3월 19일 <[매일희평] 집 없이 떠돌거나 아닌 밤중에 두들겨 맞거나> 오피니언 26면

하지만 매일신문 측의 공식적인 사과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언론은 기사와 사설을 통해 매일신문을 직격했다.

22일 전남일보는 1면 기사, 4면 전체, 사설을 통해 매일신문을 비판했다. 전남일보는 1면 기사에서 청와대 국민청원 등 논란과 함께 매일신문 사장이 천주교 대구대교구 사제라는 점을 들어 "가톨릭 교리를 어겼다는 지적까지 나온다"고 보도했다.

4면에서는 매일신문의 만평 논란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 광주시 정치권이 매일신문에 대한 처벌을 촉구한 점 등이 보도됐다. 지난해 8월 23일 매일신문에 게재된 만평 <민주도 완장을 차면…>은 '친문' 완장을 찬 '코로나 계엄군'이 8·15 집회를 허용한 사법부를 진압봉으로 폭행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이 역시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시민 폭행 장면을 차용한 것이다.

전남일보는 "법조계에서는 5·18 특별법 등으로 형사처벌 할 방법이 생겼지만, 해당 만평을 당장 형사처벌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면서 "이번 만평의 경우, 허위 사실을 다루는 게 아니라 형사처벌은 어려워 보인다"는 양기석 변호사 발언을 전했다. 5·18 특별법 제8조는 5·18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다만 양 변호사는 "언론사에 만평 형식으로 실은 만큼 그 영향력 등을 감안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도 책임과 의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보다는 차별과 혐오 표현을 금지하는 식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성명을 내어 "매일신문의 5·18 모독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게 더 문제"라며 "5·18 관련 3법이 통과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시 자행된 모독 행위에 광주시민은 분노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구을)은 자신의 SNS에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지역 유력 언론사가 한 짓이며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제가 속한 민주당 미디어언론대응 TF 의원들과 함께 대응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남일보는 사설 <정부 비판에 5·18 계엄군 폭력 빗댈일인가>에서 "금도가 있다. 이번 만평은 5·18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멸시와 모욕, 역사왜곡"이라고 썼다. 전남일보는 "역사의 아픔을 만평의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오히려 역사의 아픔을 곡해하는 것이어서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매일신문에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촉구했다.

22일 광주·전남지역 주요 언론 지면 갈무리

무등일보는 기사 <대구 일간지 도 넘은 만평… 빛바랜 달빛동맹>에서 만평 논란에 더해 매일신문 외부필진들의 글이 5·18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등일보는 "아무리 외부 필진의 기고가 해당신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논란의 글을 여과없이 게재하면서 독자들에게 허위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광주매일신문은 1면에 기사 <5·18 공수부대 시민 폭행사진 모방 정부 정책 비판 언론사 만평 '논란'>를 실었다.

광남일보는 사설 <악의적 5·18 희화화 매일신문을 규탄한다>에서 "만화업계에서는 이렇게 원본 사진을 그대로 따라 베끼는 것을 ‘트레이싱’ 방식이라고 부르는데, 원본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알고 그렸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정권욕에 눈이 먼 전두환 신군부의 만행을 떠올리게 하고, 5·18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악의적인 만평"이라고 썼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이날 경향신문 칼럼 <종합부동산세와 광주 민주화운동>에서 "비유는 두 대상을 ‘연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종부세를 공수부대에 비유하면 거꾸로 공수부대도 종부세에 비유될 여지가 생긴다"며 "그래서 이 만평을 통해 (창작자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광주시민이 겪은 고통은 세금 부담이 커지는 일 정도로 재규정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신 평론가는 "요컨대 이 만평은 종부세 자체에 대한, 국가폭력에 대한, 도래한 시대에 대한 삼중의 무지가 낳은 결과물로 보인다"며 "어떤 것을 폭력에 비유하려다가 비유 자체가 폭력이 되어버린 사례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만평에도 선행 비유가 있다. 일부 언론이 오랫동안 전략적으로 사용해 온 ‘세금 폭탄’이라는 비유"라며 "세금이 폭탄인 게 아니라, 세금 폭탄이라는 비유가 폭탄이다. 이번 만평은 저 프랑켄슈타인 언론사들이 만든 피조물"이라고 분석했다.

21일 매일신문 <3월 19일자 매일희평에 대한 입장문>, 22일 경향신문 신형철 문학평론가 칼럼 <종합부동산세와 광주 민주화운동> 갈무리

그러나 매일신문은 5·18 정신을 훼손·모욕했다는 비판에 대해 "얼토당토않은 주장"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매일신문은 21일 밤 입장문을 내어 매일신문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자의 주장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매일신문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광주민주호운동과 그 정신을 폄훼할 의도는 추호도 갖고 있지 않다"며 "그런데 광주시민의 명예를 훼손하려 했다는 건 얼토당토않은 주장"이라고 했다.

매일신문은 "그럼에도 매일신문을 향해 그런 주장은 펴는 건 매일신문이 일관되게 현 정부에 대해 너무 뼈아픈 비판을 해왔기 때문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다만 매일신문은 "이날 만평이 광주시민들의 아물지 않는 상처를 다시 소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이날 만평이 저희의 보도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광주시민들의 아픈 생채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리고 들춰낸 점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매일신문은 "이 만평을 그린 김경수 화백은 '어떤 성역도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비판한 것이라고 했다"며 "김 화백의 비판은 현 정부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김 화백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 너무나 강하게 비판을 해서 걱정과 응원의 기사가 실리기도 한 주인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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