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한 이후 사망한 환자가 발생하자 언론이 경쟁적으로 이를 보도했다. 여러 전문가들이 언론에 "인과관계가 확인될 때까지 신중하게 보도해달라"고 당부하는 가운데 KBS가 ‘백신 접종 후 사망 관련 KBS 보도원칙’을 발표했다.

3일 KBS ‘뉴스9’는 백신 접종 뒤 사망한 2건의 사례를 보도하고 방역당국이 인과관계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지난해 독감백신 접종 뒤 사망한 110건은 백신과 인과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KBS 뉴스9의 3일자 보도화면 (사진=KBS)

이소정 앵커는 “사망원인과 백신접종의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인과관계를 추측하거나 과장하는 보도는 백신에 대한 혼란과 불안감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며 “앞으로 KBS는 의학적으로 밝혀진 부분과 그렇지 않은 것을 명확하게 구분해 보도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어 “질병관리청 등 보건당국의 공식 확인 여부와 전문가 의견, 연구 결과 등을 신중히 취재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정보를 전해드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백신 접종을 마친 뒤 숨진 사건이 2건 발생했다. 50대와 60대 남성으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기저질환자였다. 이날까지 8만 7천여 명이 1차 백신 접종을 끝냈다. 방역 당국은 백신 접종과 사망 사이의 연관성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언론에선 속보 경쟁을 넘어 불안감을 확산시키는 보도까지 등장했다. (▶관련기사 : 우려됐던 백신 속보 경쟁 시작됐다)

이와 관련해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4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바로 증명할 수 없는 허점을 악용한 보도”라고 비판했다. 엄 교수는 “백신 접종과 사망의 인과 관계를 밝히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개별적으로 사망사례를 분석하고 부검까지 진행하는데 길게는 한 달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또 다른 방법은 백신 접종 전후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사망사례가 증가했는지와 전체 지역 사회 접종이 시작된 이후 사망률이 증가했는지 추이를 지켜보는 방식으로 이 역시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엄 교수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보도가 나와도 바로 증명할 수 없는 허점을 악용하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라며 “부정적인 보도”라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수백만 명 이상이 접종했고 그 외에 백신까지 하면 2억 3000만 정도가 접종했는데 백신으로 인한 사망이 확인된 사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작년에도 독감백신 접종당시 접종 후 사망이라는 보도가 많이 나왔는데 109건 중 48건을 부검한 결과 연관성이 입증된 바가 없다”며 “코로나19 백신도 철저한 임상연구를 거쳐 안전성이 확보된 다음 접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백신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3일 발생한 두 건의 사망 사례에 대해 엄 교수는 “접종하고 가장 문제되는 건 접종 직후 15분에서 20분 사이 일어나는 아나필락시스, 즉 급성의 알레르기 반응”이라며 “앞선 사례는 시간이 지난 다음에 사망이 발생했기 때문에 아나필락시스 같은 중증의 부작용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더욱더 기저질환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엄 교수는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사망률이 높다”며 “기저질환이 있을 수록 접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언론에 신중한 보도 태도를 요청하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3일 언론에 ▲선정적인 제목을 달면 안된다 ▲인과관계가 확인될 때까지 유보적 보도 태도를 보여라 ▲백신 전문가의 의견을 반드시 인용해야 한다 ▲정치인의 비과학적 언급을 따옴표 처리해 언급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당부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자신의 SNS에 “백신 접종 후에 사망은 백신으로 인한 사망과 다르다”며 “백신 접종 후 사망에 대한 경쟁적 보도가 우려스럽다”고 했다. 정 교수는 언론인들에게 ▲속보경쟁은 의미 없다 ▲이런 논란이 벌어지면 망자가 더욱 힘들어진다 ▲과학적인 검증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해드리기 위해 부검, 역학조사, 과거 사망률과 비교 등이 이루어질 것이니 잠시만 언론인들에게 경쟁을 멈추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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