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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에도 맞춤! 조승우 버전 토니 스타크 vs 슈퍼맨이 된 김래원[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1.02.21 10:57

[미디어스=이정희] 배우 김래원과 조승우는 2003년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와 영화 <클래식>을 통해 '청춘스타'로 세상에 그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김래원은 <옥탑방 고양이> 이래 드라마 <러브 스토리 인 하버드>, <눈사람>, 영화 <어린 신부>, <...ing> 등을 통해 사랑의 전령으로 그 역할을 다한다. 하지만 김래원은 '사랑의 메신저'에 자신의 역할을 한정 짓지 않았다. 지금도 2000년대 젊은이들의 고전으로 통하는 <해바라기>를 통해 장르물에 첫발을 내디딘 김래원은 이후 <강남 1970>, <프리즌>,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등을 통해 연기 폭을 넓혀갔다. 

그 가운데 김래원의 연기력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 작품은 2014년 작 <펀치>일 것이다. 시한부 삶을 살아가며 가족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불사르는 주인공 '박정환'을 통해 김래원은 청춘스타를 넘어선 연기파 배우의 네이밍을 얻었다.

TBC 10주년 특별드라마 <시지프스: the myth>, tvN 월화드라마 <루카: 더 비기닝>

그런가 하면 조승우에게 연기파라는 네이밍은 오래전부터 익숙한 호칭이었다. <춘향전>으로 시작된 그의 연기 인생은 <클래식>의 준하에 머무르지 않고 <말아톤>의 초원이, <타짜>의 고니, <내부자들>의 우장훈, <마의> 백광현, <비밀의 숲> 황시목까지 이르렀다.

다작은 아니었지만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조승우라는 이름보다 작품 속 캐릭터로 그를 기억하게 만들었다. 발달장애 청년과 놀음에 홀릭된 청춘을 지나며 조승우가 길어낸 청춘의 갈지자는 그가 지나온 시대의 대명사가 되었다. 영화든 드라마든, 그가 선택한 몇 되지 않는 작품이 그대로 당대의 최고 작품으로 기억되었다.

그렇게 청춘으로 시작하여 장르물을 통해 연기파로 자리매김한 배우 김래원과 조승우가 어느덧 40대의 고개를 넘어섰다. 우리 시대 40대를 더는 '중년'이란 고정관념으로 보기 힘들어졌듯, 마흔 줄 넘어선 두 배우의 행보 역시 중후함이 무색하게 ‘신선’하다. 한편, 여전히 종횡무진하는 40대 두 배우의 활약은 그들의 뒤를 잇는 남자 배우 세대의 부재를 말해주기도 한다. 김래원과 조승우는 그간 해보지 않았던 판타지 장르물 <루카: 더 비기닝>, <시지프스: the myth>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한다. 

조승우 버전 토니 스타크?

<시지프스: the myth> 1회, 조승우가 분한 한태술이 탄 비행기는 괴물체와 충돌하며 추락 위기에 빠지게 된다. 퀸텀앤타임의 창업자이자 대표로 외국경영잡지에 소개되기도 한 한태술은 조종칸으로 가서 거의 맥가이버 급 기지를 발휘, 단 몇분 만에 비행기를 고쳐 수많은 생명을 구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경각에 달린 위기 상황을 돌파한 일에 대해 그는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처럼 그저 비행기를 고치고 싶었다는 공학도로서의 순수한 의지를 앞세운다. 

JTBC 10주년 특별드라마 <시지프스: the myth>

미래와 현재, 봉착한 '파멸'의 위기에서 세계를 구하기 위해 신화 속 숙명과도 같은 시지프스의 헌신을 내세운 판타지 장르물의 주인공으로 조승우가 돌아왔다. 언뜻 보면 쓰레기장 같지만, 그 무엇도 한태술의 의지가 아닌 것이 없는 요새와도 같은 저택에 사는 한태술. 그러나 이사회에 얼굴 한번 비추는 것이 ‘하늘에 별따기’ 같은, 괴짜 공학자이자 사업가가 이번에 그가 분한 주인공이다.

한태술에게서 <비밀의 숲> 황시목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후드티나 남방을 입고 '뽕선아'를 외치며 너스레를 떠는 한태술은 수다쟁이 토니에 더 가깝다. 하지만, 10년 전 형을 잃은 극복하지 못한 채 수시로 약병을 여는 그의 이상적 행동에서는 늘 '정상'이라는 바로미터에서 조금은 빗나간 캐릭터 연주에 능한 조승우의 장기가 발휘된다. 

2회가 끝나서야 기차역에서 만나게 되는 주인공들. 미래에서 온 이들이 밀입국자로 취급되어 단속대상이 되고, 그와 접촉한 인물들이 처리되는 상황은 모호하다. <주군의 태양>, <푸른 바다의 전설>의 진혁 피디가 야심 차게 시도한 디스토피아 판타지 장르물의 서장에서 확고하게 중심을 잡아가는 건 여전히 조승우라는 배우의 연기이다. 

슈퍼맨이 된 김래원?

영화 <해바라기> 이래 배우 김래원에게 어울리는 모습은 피투성이가 되도록 처절하게 얻어맞는 '연민'의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싶다. <펀치> 속 박정환 역시 ‘개천에서 난 용’ 검사가 되었지만, 그의 야망은 하늘이 그에게 준 생명의 시간과 권력의 한계 속에서 역시나 무참하게 짓밟혔고, 그로 인해 김래원은 빛났다. 

tvN 월화드라마 <루카: 더 비기닝>

하지만 이번에는 쉽게 짓밟히지 않는다. 다종의 강력한 DNA를 가진 생명체들의 집합체로서 '괴물'로 태어난 그는 자신의 DNA를 백 명의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장렬히 산화할 운명을 가졌었다. 연구소에서 사라졌어야 할 그는 세상 밖으로 던져졌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기억과 '전기인간'으로서의 능력을 맞바꿨다. 

그를 다시 제물로 삼고자 하는 L.U.C.A 프로젝트를 준비한 연구소와 그 배후의 세력. 그리고 그 세력에 의해 다시 연구소로 돌아간 김래원이 분한 지오는 고문과도 같은 실험을 통해 외려 진짜 강한 '슈퍼맨'으로 거듭난다. 

<손 the guest> 김홍선 감독의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 <루카: 더 비기닝>은 윤리를 비껴간 과학을 통해 탄생한, 이종의 괴력을 지닌 생명체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전작 <낮과 밤>과 변별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루카: 더 비기닝>의 중심에는 여전히 짓밟히고 당해도 자신을 내어주지 않으려는 '연민의 아이콘' 김래원이 버티고 있다. 괴물이라는 구름이의 말에 '사람이 되고 싶다'는 지오. 김래원이 여전히 낮고 따스한 목소리로, 하지만 강단 있게 전하는 진심 어린 눈빛과 대사는 드라마의 설득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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