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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더 비기닝’, ‘낮과 밤’ 이은 디스토피아 시리즈의 탄생?[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1.02.03 21:05

[미디어스=이정희] 2월 1일 tvN을 통해 <루카: 더 비기닝(이하 루카)> 첫 회가 방영됐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배우 김래원을 비롯하여 <보이스 1>, <손 더 guest>를 통해 장르물의 장인이 된 김홍선 감독, <추노>의 작가 천성일, 그리고 <베를린>, <도둑들>의 최영환 촬영 감독의 조합만으로도 화제가 된 작품이다. 

제목 루카(L.U.C.A.)는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의 약자이다. 모든 생명체의 기원을 거슬러 가장 원시적인 세포의 단계를 뜻하는 이 조어는 결정적인 순간 두 눈을 파랗게 빛내며 초월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주인공 지오(김래원 분)가 보이는 '괴력'의 기원이 된다.

2회, 이손(김성오 분)과의 격투 과정에서 건물 옥상에서 떨어진 지오는 생사의 기로에 놓인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그의 혈액형조차 판별할 수 없다. 국과수 오종환(이해영 분) 교수에 따르면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듯하다는 지오의 혈액형. 거기엔 과학적 금단의 선을 넘은 류중권 교수의 연구가 있다. 

루카 프로젝트의 성공작, 지오를 잡아라

tvN 월화드라마 <루카: 더 비기닝>

아직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과학자 류중권(안내상 분)은 재력과 권력을 가진 집단의 지원을 받아 여러 생물체에서 가장 발달한 유전인자를 추출하여 초월적 존재를 만들고자 하는 과학적 욕망을 실현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의 욕망은 언제나 분화 과정에서 실패했다. 유일하게 성공했던 사례가 Z 시리즈의 10번째 세포 지오(Z-O). 하지만 그 성공은 류중권의 손을 떠났다. 

<루카>의 첫 장면, 의문의 검은 옷을 입은 무리에 쫓기던 한 여성은 지오로 추정되는 갓난아기를 건물 난간에서 떨어뜨렸다. 그 아기는 2회 건물 옥상에서 떨어진 지오처럼, 스스로 빛을 내며 폭탄처럼 주변을 파괴하며 자신을 지켜냈고 그를 실험대상으로 하는 무리로부터 탈출했다, 

<루카>는 이렇게 실험 대상으로 인간을 넘어선 능력을 가지게 된 존재 루카와, 그 이후 다시는 실험에 성공하지 못한 채 루카를 쫓는 국정원 김철수(박혁권 분)의 하수인들, 그리고 그 배후에 류중권과 김철수를 쥐락펴락하는 황정아(진경 분)가 이끄는 사이비 종교 단체의 두 축의 갈등으로 진행된다. 거기에 어린 시절 지오로 추정되는 아이와 함께 집을 나간 후 실종된 부모님을 쫓는 형사 하늘에구름(이다희 분)이 끼어든다. 

강력한 세포 분화 과정에서 기억을 잃은 루카와 그를 쫓는 무리의 대결은 김홍선 감독의 장기인 액션씬을 위주로 진행된다. 특히 2회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벌어진, 루카와 그를 잡으려는 이손, 유나 그리고 하늘에구름 사이에서 벌어진 액션 씬은 기존 장르물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통해 차별화를 꾀한다. 좁은 장소라는 딜레마를 역으로 이용해, 격투하는 자의 시선에서 장면을 재구성하며 긴박감을 증폭시킨다. 거기에 세포 분화를 통해 괴력을 발휘하는 전기인간 같은 루카의 특성은 <루카>만의 차별성을 만들어낸다.

낮과 밤 VS 루카, 과학적 디스토피아 시리즈? 

tvN <낮과 밤>, tvN 월화드라마 <루카: 더 비기닝> 포스터

그런데 ‘더 비기닝’이라며 시리즈의 서막을 알리는 <루카>를 보고 있노라면 동시간대 전작 <낮과 밤>이 떠오른다. ‘지금은 밤일까, 낮일까’라는 모호한 화두로 16부작 시리즈를 이끌었던 <낮과 밤> 역시 자기 아이들조차 실험 대상으로 삼았던 '하얀 밤 마을 프로젝트'가 비극의 씨앗이 되었다. 영생을 추구하는 권력집단이 과학적 욕망에 도덕적 윤리를 넘어버린 과학자 집단과 결탁하여 하얀 밤 마을을 배경으로 많은 아이들을 희생시켰다. 재벌이나 권력 혹은 조폭이라는 악의 무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들 모두가 '과학'을 매개로 하나의 이권 세력으로 뭉친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밤이자 낮인, 선과 악의 이중인격을 가진 슈퍼맨들이 탄생한다. 그중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도정우(남궁민 분)는 일찍이 자신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던 하얀 밤 마을을 몰살시켰고, 여전히 이어지는 프로젝트를 막기 위해 자신을 던진다. 

공교롭게도 <루카>와 <낮과 밤>의 주인공들은 '윤리의 선을 넘어선 과학적 연구'로부터 잉태된다. 그리고 그들은 그 연구의 성공작이자, 목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연구를 하는 단체로부터 '튕겨져 나와' 단체의 음모에 맞서 싸운다. 그 싸움의 수단은 바로 그들이 '연구의 성과'로 얻은 초월적 능력이다. 

tvN 월화드라마 <루카: 더 비기닝>

<낮과 밤>의 도정우는 탁월한 지적 능력으로 영생의 공식을 만들어내는 한편, 한 사람쯤은 저 멀리 던져버릴 정도의 괴력과 건물 전체의 전기를 껐다켰다 하는 염력 등을 발휘한다. 그의 아킬레스건이라면 늘 사탕으로 위장한 진통제를 입에 물고 다녀야 할 만큼 뇌동맥류의 위험, '밤'이라는 상징으로 드러난 그림자와 같은 반사회적 인격 장애의 측면이다. 

반면 지오의 경우, 아직 그의 능력 전체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강력한 세포 분화를 거듭하며 신체적 능력이 증폭되어가고 있다. 건물 옥상에서 떨어지고도 스스로 회복할 만한 능력을 가짐은 물론, 죽어가는 하늘에구름을 살리는 전기충격부터 철로를 휘고 열차를 멈출게 할 정도의 괴력을 가진다. 그의 아킬레스건은 강력한 세포분화 과정에서 뇌세포가 타버려 스스로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상실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tvN 월화드라마 <루카: 더 비기닝>

유사한 설정을 가진 듯한 <낮과 밤> 그리고 <루카>. <낮과 밤>은 주인공과 같은 하얀밤 프로젝트의 희생물이자 성과물인 능력자에 의한 연쇄살인사건 수사를 통해 과학적 욕망의 실체에 접근해 들어간다. 반면, <루카>는 1주일이라는 시한을 정해놓고 루카를 잡기 위한 총력전을 통해 쫓고 쫓기는 ‘액션 장르’로서의 특성을 드러낸다. 거기에 남궁민과 김래원, 믿고 보는 두 배우의 걸출한 활약에 의지하는 점은 공통적이다.

비록 시청률 면에서는 흡족하지 않았지만 신선한 이야기란 평가를 받은 <낮과 밤>. 5% 후반대의 안정적 시청률로 첫발을 내디딘 <루카>는 작품성과 시청률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5252-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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