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수신료 조정안과 관련해 보수언론에서 야당 의원과 KBS노동조합발 의혹 제기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27일 KBS 이사회에 수신료 조정안이 올라온 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단독 보도와 사설이 두드러진다. 조선일보는 29일 <정권 나팔수 KBS, 방만 경영하며 국민에 ‘수신료 더 내라니’> 사설을 실었다.

1월 28일부터 2월 2일까지 조선일보 홈페이지에 올라온 KBS 관련 보도들

1일 ‘KBS 직원 60%가 억대 연봉자’라고 주장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 측 주장을 인용해 기사와 사설을 썼고, 같은 날 KBS노동조합이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KBS 아나운서가 북한·여당 비판 뉴스를 무더기 삭제했다는 의혹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KBS 수신료 인상안에 평양지국 개설 계획이 들어있다'는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의 ‘북한 퍼주기’ 주장을 바탕으로 단독 보도를 냈다. 일주일 동안 조선일보는 KBS 관련 기사를 13개 작성했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29일 사설에서 <방만경영·공정성 논란 KBS의 수신료 인상은 안 된다>고 주장했으며, 1일 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KBS에 화나는 3가지 이유>를 게재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2일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文생일 즈음, 두 번이나 ‘달님에 바치는 노래’ 튼 KBS> 기사에 단독을 붙였다. 문재인 대통령 생일과 가까운 2019년 1월 27일과 2021년 1월 24일 KBS <열린음악회>에서 ‘Song to the moon’, 직역해 ‘달님에게 바치는 노래’를 선곡했다는 의혹 제기다.

KBS의 대응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KBS는 수신료 조정안 상정 이후 ‘억대 연봉자’, ‘부적절한 직원 글’, ‘북한 퍼주기’, ‘열린음악회 선곡’ 논란 등으로 일주일 새 총 5번의 해명 및 반박 자료를 발표했다. 억대 연봉자 60%가 넘는다는 주장에는 46.4%라고 반박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KBS 라디오 뉴스 진행자 논란은 해당 아나운서와 뉴스 편집기자 등 관련자들에 대한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고, 익명 직원의 부적절한 글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했다. 평양지국 개설 계획에 대해서는 국가기간방송사로서의 책무라고 반박했다. <열린음악회> 선곡 논란에 “제작진은 출연자가 선정한 곡들 중 전체 편성 길이를 고려해 선곡했다”며 “해당 곡은 <열린음악회>에서 5번 연주된 바 있으며 영화음악 중에서 매우 대중적이고 친숙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고 해명했다.

KBS의 대응을 두고 내부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KBS 한 관계자는 미디어스에 “최근 회사 대응을 두고 양승동 사장의 리더십 위기라고 보는 시각까지 나오고 있다”며 “사측의 답변이 파장과 문제 본질을 고려하지 않고 즉각적이다. ‘억대 연봉자가 60%’라는 주장은 ‘KBS가 고액연봉자 문제에 대한 자구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으로 지적의 핵심을 짚어서 답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한 “블라인드 글의 경우는 무대응이 나았을 거다. 하나의 예상치 못한 사고인데 이 정도 폭발력을 가진 걸 보면 KBS가 국민들의 평균 정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수정당과 조중동의 반발은 예상했다. 이를 제외한 시청자, 시민단체, 노동단체, 방송 전문가 그룹,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관심도에 따라 수신료 조정안이 통과될 수 있다고 보는데 이들조차 설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 1월 27일 '텔레비전 수신료 조정안'이 올라온 KBS이사회 (사진제공=KBS)

KBS 이사회는 수신료 인상을 둘러싼 정파적 대립을 우려한 바 있다. 수신료 조정안이 상정된 지난달 27일 KBS 이사회에서 강형철 이사는 “수신료 인상안이 정파적 대결의 장으로 쓰여지고 왜곡된 역사로 기록되는 걸 지양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태일 이사는 “수신료 인상안이 최종적으로 다뤄지는 곳은 양분화된 정치판”이라며 “첨예하고 배타적인 정파적 대립의 장 위에서 수신료 조정안이 다뤄질 것이고 이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공론 민주주의’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공감을 얻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이분법적 정치구도를 돌파할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수신료 조정안 상정→정치권 공방→국회 회기종료 자동폐기’는 반복된 수순이었다. 2007년 4000원 인상안이 17대 국회에 상정됐으나 회기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2010년 3500원, 2013년 4000원 인상안도 마찬가지였다.

‘미디어개혁시민네트워크’(시민넷)는 지난해 미디어정책 보고서를 내며 독립기구인 수신료산정위원회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민넷은 “과거 세 차례의 수신료 인상 시도와 실패 과정에서 확인했듯이 현행 수신료제도 상의 절차와 방식은 정치적 이해관계나 후견주의가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 공영방송·미디어의 건전한 재원구조 설계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동할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치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수신료 납부 주체인 시민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직접 개입과 참여가 가능한 방식과 절차의 제도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신료(산정)위원회 설치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은 천영세 의원(2004년), 이병석 의원(2012년), 허원제 의원(2012년), 노웅래 의원(2014년) 등에 의해 각각 대표 발의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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