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이 여야 정치권의 KBS 이사 추천을 명문화하고, 수신료를 분리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허 의원이 27일 발의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KBS 이사회 정원은 11명에서 15명으로 늘어난다. KBS 이사 추천권은 여야 정치권과 방송통신위원회가 갖는다. 여당이 6명, 제1야당이 6명, 방통위가 3명을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야당 중에서도 제1야당의 추천권을 못박았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KBS 이사의 임기는 6년으로 정했다. 다만 법 시행 이후 최초로 임명되는 이사의 임기는 전체 정원을 3분의 1씩 나눠 각각 2년, 4년, 6년으로 설계했다. 2년마다 이사의 3분의 1씩을 교체하는 내용으로 허 의원은 이를 '임기 교차제'라고 명명했다.

허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현행제도에 따르면 11명으로 구성되는 KBS 이사회는 전원 방통위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그러나 방통위는 여권 추천 3명, 야권 추천 2명으로 구성되고, 위원장도 대통령 지명과 국회 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결국 집권여당은 방통위와 국회를 통해 KBS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KBS는 여기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지배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허 의원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KBS 이사회 이사들의 임기를 교차시켜 2년마다 3분의 1씩 교체하는 방안을 개정안에 담았다"며 "정권이 새로 들어설 때마다 KBS 이사회가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로 한꺼번에 교체되는 일이 없도록 해 더 이상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지배구조를 확립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허 의원은 현행법상 전기료와 병합해 징수되고 있는 TV수신료를 분리징수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다. KBS로부터 위탁을 받아 수신료를 징수하는 한국전력공사가 납입 고지를 할 때 전기료와 수신료를 통합해 고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허 의원은 수신료 납부 주체를 'KBS 방송을 수신하기 위해 TV수상기를 소지한 자'로 규정했다.

허 의원은 "수신료는 전기요금에 병합 징수돼 전기를 쓰기 위해서는 안 낼래야 안 낼 수도 없는 구조로 돼 있다. 매년 6천억이 넘는 수신료에 의존하는 KBS는 수신료를 좌우하는 정권의 방송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에 수신료의 병합징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여 수신료 납부에 대한 최소한의 선택권을 국민분들께 돌려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허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KBS의 정치적 편향성은 정권을 불문하고 계속되어 왔다. 보수정권 때에는 우파방송, 진보정권 때에는 좌파방송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정권의 나팔수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며 "지배구조와 재원구조의 혁신이 없다면 KBS는 앞으로도 공영방송의 이름을 단 관영방송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관행으로 이뤄진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았다. 현행법상 KBS 이사는 방통위가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고, MBC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와 EBS 이사는 방통위가 임명한다. 하지만 정치권은 관행에 따라 여야 7대4, 6대3 등 비율로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해왔다.

국민의힘은 정치권 추천을 명문화하는 방식의 재배구조 개선안을 내놓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이 지난 9월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 구성 시 국회 여야 7대6 추천 비율로 이사진을 구성하고, 사장 추천 시 이사회 3분의 2 이상의 동의(특별다수제)를 얻도록 하는 안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을 국민이 뽑게 하는 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정필모 의원은 지난해 11월 발의한 4개 법률 개정안(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통위설치법)에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을 이른바 '국민위원회'로 추천·선출하는 내용을 담았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KBS 이사회 구성을 KBS·KBS 구성원·학계·시민단체 등이 추천하는 인사로 50% 이상 구성하고, KBS 사장추천위원회를 국민 50%와 KBS 구성원 50%로 구성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국회에서 관련 입법논의가 정체되어 있다는 점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공청회 개최 등을 거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 심사에 착수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논의 결과는 없는 상황이다.

방통위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법 개정 사항인 만큼 국회 입법 논의를 우선 존중하되, 현행 법령 하에서 방통위가 할 수 있는 안들을 검토해 오는 6월까지 '공영방송사 임원 임명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영방송 이사·사장 교체시기 이전에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마무리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오는 8월 KBS 이사회와 방문진의 임기가 만료된다. 9월 EBS 이사회 임기가 종료된다. 양승동 KBS 사장의 임기는 12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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