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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알고리즘, 연예 뉴스 '가짜 단독' 양산연예 매체, 에어스 도입 후 [단독] 남발-악용…"알고리즘,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작동"
윤수현 기자 | 승인 2021.01.25 14:50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연예 매체들이 네이버의 뉴스 편집 알고리즘 에어스(Airs)를 악용해 기사에 [단독] 표기를 남발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이버가 공정성 시비를 불식시키기 위해 도입한 에어스가 도리어 가짜 단독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달 ‘방송통신연구’에 기고한 '포털 사이트의 인공지능 뉴스 큐레이션 도입과 뉴스 생산 관행 변화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네이버 인공지능 편집의 기본 전제가 저널리즘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제기했다. 네이버는 2019년 4월 인공지능 기사 편집 시스템 에어스를 전면 도입한 바 있다.

네이버 연예 관련 [단독] 보도. 본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련이 없습니다.

이 위원은 종사자 15명 인터뷰를 토대로 연예 매체들이 에어스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살펴봤다. 조사 결과 연예 매체들은 에어스가 [단독] 표기가 붙은 기사에 가중치를 둔다고 판단해 ‘가짜 단독’ 기사를 다수 양산했다. 이 위원은 “실제 취재한 내용이 아니라 ‘제목 장사’ 차원에서 단독으로 포장한 기사가 증가했다”며 “이런 경향이 인공지능 전면 편집 이후 더욱 심각해졌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기자들이 단독을 남발하는 이유는 알고리즘을 속이기 위해서”라며 “기사에 단독을 붙이는 경우 포털 사이트 알고리즘이 ‘최신성’이 높다고 받아들이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알고리즘이 이전 기사들보다 정보가 추가된 최신 기사를 ‘좋은 기사’로 인식한다고 여기고 단독 외에도 [전문], [공식] 등을 제목에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한 기자는 심층 인터뷰에서 “네이버가 단독 기사에 가중치를 부여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언론사는 단독에 힘을 쏟아야 한다”며 “많은 양의 기사를 생산해야 하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단독을 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조금만 새로운 내용이 있어도 제목에 단독을 붙이는 매체가 늘어나고, 서로 질세라 단독을 붙이면서 악순환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단독 남발이 너무 심하다”며 “예전에는 (단독 기사에) 새로운 내용이 있었지만 지금은 기준이 없이 단독이라고 붙인다. 이미 나온 것에도 단독을 붙인다”고 했다.

1월 25일 오후 1시 네이버 모바일 ‘연예HOT 랭킹’ 페이지

에어스 도입 후 유명인 SNS 게시글 어뷰징 기사가 다수 등장했다. 에어스가 클릭을 많이 받은 기사를 중요 기사라 판단해 뉴스 페이지 전면에 배치하기 때문이다. 실제 25일 네이버 모바일 ‘연예HOT 랭킹’ 상위에 배치된 기사들은 유명인 SNS, 방송 프로그램 인용보도였다. 이 위원은 “연예뉴스의 소비 양상이 스타 시스템 중심으로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뉴스 생산자들은 스타가 아니라면 호기심에 클릭할 정도로 강력한 키워드가 더욱 요구되는 저널리즘 환경에 처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시간을 들인 심층 기사, 기획 기사, 인터뷰 기사 등은 실종되었다”며 “문화 현상을 짚어주고, 트렌드를 분석하며 사안의 뒷면을 해설해주는 기사는 찾아볼 수 없다. 기자들은 독자 개인이 아니라 포털 사이트의 작동 방식에 적응하기 위해 기존의 저널리즘 가치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에어스 이후 클릭이 많이 나오는 인증된 인물과 시청률이 많이 나오는 프로그램 위주로 (기사) 노출이 진행되는 듯하다”며 “(에어스 도입 후) 폭넓은 이슈를 소화하기 어렵고,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뉴스는 기사가 나오기도 화제가 되기도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연예 뉴스 생산자들은 알고리즘을 새로운 뉴스 가치로 삼고 있었다”며 “단독 기사를 취재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꼼수로 넘어서는 상황에 부닥치고 말았다. (기자들은) 기사 내용의 충실성과 상관없이 제목에만 ‘단독’ ‘종합’ 등의 표현으로 차별화를 꾀하거나, 심지어 ‘가짜 단독’까지 내놓으며 자괴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했다. 이 위원은 “연예 매체들은 포털 사이트에 뉴스를 서비스하며 가속화되는 ‘저품질’ 경쟁에서 벗어나도록 자정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네이버)

포털 알고리즘 공개에 대해 네이버는 ‘알고리즘이 공개되면 언론이 남용할 수 있다’며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 위원은 “네이버는 세부적인 방향성을 뉴스 제작자들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며 “알고리즘은 기업의 영업 비밀처럼 간주하여 비밀에 부쳐지고 있지만, 저널리즘 영역에 영향을 끼치는 알고리즘이라면 사회적으로 공개되고 논의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에어스 도입 이후 어떤 기준으로 알고리즘을 구성하는지 공개하고 논의해야 한다”며 “포털 사이트와 뉴스 생산자, 독자들이 함께 합의를 이뤄가야 할 것이다. 포털 사이트와 연예 매체가 협의해 이용자의 취향에 맞추는 알고리즘만이 아닌 저널리즘 가치가 구현되도록 상생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해당 논문은 네이버 연예 뉴스 전수조사 방법이 아닌 종사자 심층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돼 정확성에 한계가 있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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