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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을 부르는 웹툰계의 혐오표현서울YWCA '이 웹툰 나만 불편해?' 토론회..."차별금지법 제정되면 규범적 근거 마련할 수 있다"
김혜인 기자 | 승인 2020.12.11 18:01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이태원 클라쓰>, <메모리스트>, <루갈>, <편의점 샛별이> 등 웹툰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 제작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웹툰의 다양한 콘텐츠화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특히 오랜기간 지적받아온 소수자 혐오 표현이 함께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지난 10일 서울YWCA에서 주최한 ‘이 웹툰 나만 불편해?’ 토론회가 열렸다. 서울 YWCA가 10월 12일부터 7일간 네이버 웹툰 및 카카오 페이지 요일별 인기웹툰 상위 4위 내 등재된 웹툰 53편을 모니터링한 결과, 성평등 웹툰은 2회차, 성차별적 웹툰은 16회차로 집계됐다.

성차별적 웹툰에는 ▲성적 도구화(대상화) 문제(6회차) ▲젠더에 기반을 둔 폭력 부각·강조(5회차) ▲성차별적 고정관념 강화(4회차) ▲외모에 따른 차별 내용 포함(1회차) 등의 문제가 발견됐다. 액션과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많은 성차별 사례가 나타났고, 액션 장르에는 ‘성적 도구화’ 내용이, 드라마 장르에서는 ‘성차별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내용이 발견됐다.

강유민 서울YWCA 여성운동국 활동가가 공유한 웹툰 모니터링 자료 일부. 위 웹툰은 성폭력을 여성을 지배하는 방법으로 묘사하고 있다

강유민 서울YWCA활동가는 “성적 도구화는 모니터링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성차별 유형”이라며 “권력에 대한 보상으로서 여성의 몸과 성을 제시하거나 소유 가능한 객체로서 등장하는데, 이런 장면이 반복될 때 여성은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권력의 보상 혹은 소유 가능한 성적 존재로만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짚었다. 웹툰에서는 주로 남자 캐릭터의 힘이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슴을 노출한 여성의 신체를 주무르는 장면 등이 쓰인다.

젠더를 기반으로 한 폭력은 다양하게 재현된다.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 문제를 희화화하거나, 성폭력을 여성을 지배하는 방법으로 사용하거나, 여성에 대한 신체적 폭력을 묘사하고 있다. 해당 폭력들은 모두 사소하게 그려지고 있다.

카카오 페이지에 전체이용가로 연재되는 한 만화의 경우, 강간당할 뻔한 여주인공을 남주인공이 보호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강 활동가는 “강간 미수는 심각한 범죄임에도 오직 러브라인을 만들기 위한 장치로 사용한다”며 “이는 성폭력이 범죄가 아닌 여성을 지배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으며, 수동적이고 약한 여성과 능동적이고 강인한 남성에 관한 성차별적 고정관념을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강 활동가는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폭력에 따른 보상이나 해결이 웹툰에 나타나지 않을 때 청소년 수용자들이 폭력에 무감각해질 수 있다고 한다”며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요소로 사용될 때 해당 웹툰을 즐겨보는 청소년들은 이것이 처벌받을 수 있는 사안으로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고 밝혔다.

위근우 평론가는 웹툰에서 반복되는 여성 혐오 양상을 6가지로 범주화했다. ▲서사 내 여성의 주변화 ▲여체 노출 및 대상화 ▲여성에 대한 스테레오타입 강화 ▲여성 비하 ▲욕받이용 여성 캐릭터(민폐) ▲여성에 대한 징벌적 서사 등이다.

웹툰 '외모지상주의'의 2015년 6월 11일 '파프리카TV'편에서는 남자 캐릭터가 여자 캐릭터가 바람핀 것으로 의심된다며 때리는 장면이 담겼다. 베스트 댓글은 "유이(여자캐릭터) 맞을 때 뭔가 통쾌해요"다. (사진출처=웹툰 외모지상주의)

여성 캐릭터는 주로 남자 주인공 옆에서 치어리더 역할을 하거나 유혹하는 캐릭터로 그려지며 (‘윈드브레이커’의 셀리), 착한 남자 주인공을 이용하는 여성상(‘가우스 전자’의 모해영)으로 그려진다. 경차 이름을 ‘김여사’(‘쌉니다 천리마마트’)라고 해 운전 못 하는 여성을 비하하거나, 양다리 걸친 여성을 구타하는 장면(‘외모지상주의’)을 삽입하는 경우도 있다. 여성에 대한 징벌적 서사는 ‘뷰티풀 군바리’에 전부 등장한다고 꼽았다. 해당 웹툰의 베스트 댓글(베댓)은 “여자들이 군대 가서 개고생하는 게 통쾌하다”는 내용이다.

위 평론가는 남자 캐릭터의 폭력성을 묘사하는 방안으로 여성을 때리는 장면을 넣는 것은 ‘게으른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위 평론가는 “영화 ‘스포트라이트’를 보면 단 한 번도 아동 성추행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굉장히 잘못된 범죄라는 걸 보여준다”며 “모든 작품을 그 정도로 만들 수는 없지만, 악을 보여주기 위해 악행을 재현하는 방식은 굉장히 게으른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재현을 해야만 한다면 폭력을 자극적으로 표현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알려줘야 한다”며 “이를 작가의 표현의 자유 위축이라고 한다면 그런 장면 없이 창작을 못 하겠다는 작가들이 본인들의 창작 범위를 굉장히 위축시키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위 평론가는 “웹툰에서의 백래시는 남성들이 남성 중심적 서사를 즐기려다가 비판에 직면하자 ‘우리 취향을 비판하는 이들과 그 동조자들을 공격하고 침묵시키자’는 태도”라고 설명했다. 이는 여성 혐오 웹툰을 비판하는 비평가들을 공격하거나, 김자연 성우를 지지한 웹툰 작가들을 검열하는 운동을 진행하거나 별점 테러를 하는 등의 양상으로 나타났다.

위 평론가는 “백래시를 정당화하는 논변들이 있다. 작품은 작품으로만 봐야하고, 규제로 표현의 자유가 제약되며, 여성주의자들의 극성은 갈등만 심화시킨다는 지적”이라며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기안84의 지난해 5월 사과문과 올해 8월 사과문은 동일하다. 가만히 두면 절대 스스로의 자정 능력은 없다”고 강조했다.

김수아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부교수는 혐오표현으로 인한 폐해가 커지는 '웹툰 플랫폼'을 더 이상 지켜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부교수는 “혐오표현, 차별화를 정당화·조장하는 행위는 표적 집단에 상처를 줄 뿐 아니라 공론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백래시는 표적 집단이 공론장에 참여할 기회를 박탈하고 공론장 내 부정적 여론을 형성시켜 공론장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김 부교수는 “온라인 미디어는 접근성이 높고 즉각적인 피드백이 있기에 동조 의견이 강화되는 특성이 있다. 온라인 공간은 최소 규제해야 한다고 하지만, 웹툰을 둘러싸고 공론장이 형성되고 이는 유사언론의 기능을 하기에 공적 책임이 필요하기도 하다”며 “온라인 미디어라고 언제나 내버려 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웹툰의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위원회가 있다. 자율규제위원회는 사업자나 사업자 단체가 스스로 판단해 규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현재는 유통사와 작가가 ‘자가진단표’를 활용해 자발적으로 12세, 15세, 19세 연령별 등급을 부여한다. 민원이 발생할 경우, 웹툰이 올라온 플랫폼에 내용을 공유하고 자율규제위원회를 소집한다. 위원회에 이견이 없으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검토 결과를 전달하고, 이견이 있을 경우 플랫폼이 자율규제위원회와 함께 재논의해 최종 결과에 따라 서비스를 유지·수정·등급 조정을 한다.

홍난지 웹툰자율규제위원회 위원장은 “절차를 가지고 운영하지만, 자율규제이기에 제한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강제적으로 규제를 할 수도 없고 창작보다 규제가 앞서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작가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안하는 역할이라고 봐서, ‘웹툰의 차별 표현에 대한 인식 실태 연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김수아 부교수는 웹툰 자율규제위원회의 노력만으로는 개선이 어렵다며 플랫폼의 책임을 언급했다. 김 부교수는 “플랫폼 기업은 웹툰을 유통하며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 또한 알고리즘 추천을 통해 필터링 작업을 한다는 점에서 콘텐츠 유통에 책임이 있다”며 “이를 작가만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건 무책임하다. 트위터나 유튜브의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처럼 국내 플랫폼이 이를 상세히 정리하고 선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플랫폼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집행 투명성과 일관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율규제를 시행할 때는 AI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여성 혐오표현인 ‘메퇘지(메갈리아+돼지)’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 못 한 채 단순한 표기 오류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YWCA에서 주최한 '이 웹툰 나만 불편해?-여성혐오 없는 웹툰을 위한 온라인 토론회' 모습 (사진=서울YWCA 유튜브)

여성 혐오 만화를 부추기는 베스트 댓글(베댓)이 문제라는 지적이 라운드 테이블에서 나왔다. 위근우 평론가는 “네이버가 스포츠 기사 댓글을 없앴다고 세상이 나빠지지 않았다. 어떤 작가들은 연재 내내 악플에 시달리다가 연재를 그만두기도 했다”며 웹툰 댓글을 유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난지 위원장도 “댓글에 힘을 얻는 작가들보다 힘들다는 작가들이 많다”며 “댓글 허용 여부를 선택할 권리가 작가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베댓기능은 댓글이 순위 없이 나열됐을 때 작가들의 편의를 위해 보완제도로 생긴 기능인데, 지금은 베댓이 혐오를 선도하는 나쁜 기능을 한다면 다른 쪽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검열’ 논란이 일었던 네이버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모자이크처리에 대해 토론자 모두 ‘게으른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김수아 부교수는 “미국 힙합의 경우 라디오로 방송되는 ‘클린버전’을 만드는데 우리나라의 ‘삐’ 처리와 다르다. 창작자는 하고 싶은 대로 다하고 방송사가 알아서 처리하라는 우리와 다른 문화”라며 “모자이크 처리된 부분이 왜 문제였는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은 채 모자이크로 대응한 부분은 게으른 방식”이라고 했다. 홍난지 위원장은 “모자이크로 가리는 건 눈가리고 아웅”이라며 “애초에 안 그렸으면 될 문제이고, 문제제기가 있으면 모자이크가 아닌 새로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혐오표현이 담긴 웹툰 규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위근우 평론가는 “차별금지법이 나오면 적어도 규범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며 “내가 느낀 주관적 불편함으로 혐오표현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닌 합의된 가치로 설득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김수아 부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혐오표현 규제가 힘든 이유는 차별금지법이 없기 때문이고, 과도한 규제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며 “웹툰뿐 아니라 포괄적 여성 혐오, 소수자 차별이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것을 법으로 최소한 정해 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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