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8일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위반 행위 규제 실효성 등 통신요금 문제가 다뤄졌다. 이동통신사 불법보조금 살포 논란이 방통위 행정조치에도 반복되면서 방통위 규제의지를 의심하는 지적이 이어졌다. 상대적으로 방송정책에 대한 질의가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시행 6년째를 맞은 단통법의 실효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통위가 수백억원대의 과징금 부과해도 불법보조금이 횡행하는 상황에 "이통사가 방통위를 허수아비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민주당 이용빈 의원)는 말까지 나왔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통위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정필모 의원은 "재발방지 약속에도 불구하고 불법보조금이 계속된다는 건 불법보조금을 통한 이득이 과징금보다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라며 "방통위의 접근방식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방통위는 5G 상용화 초기였던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의 기간동안 이동통신 가입자 734만 1437명 중 영업채널별·지역별로 표본추출한 119개 유통점 가입자 18만 2070명을 대상으로 불법보조금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불법보조금은 267억원으로 집계돼 방통위는 이통3사에 51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정필모 의원실은 방통위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조사시기 이통3사가 전국적으로 뿌린 불법보조금 액수는 1조 68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과징금이 불법보조금의 5%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 조사 대상이 전국 이동통신 가입자의 2.5%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불법보조금 규모와 방통위 과징금 규모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 의원실은 방통위 과징금이 이통사별 법 위반행위 정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통위 조사 결과 이통사별 불법보조금 규모는 SK텔레콤 129억 5천만원, KT 66억 7천만원, LG유플러스 71억 7천만원으로 집계돼 업계 1위인 SK텔레콤이 단통법 위반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과징금 규모는 SK텔레콤 223억원, KT 154억원, LG유플러스 135억원으로 불법행위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 의원실은 '5G시장 과열'에 따른 불법보조금 문제였다는 방통위의 평가는 사실과 달랐다고 밝혔다. 조사 시기 4G LTE 단말기에 대한 불법보조금 지급도 적지 않게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의원실은 통신사별 공시지원금 위반 비율을 볼 때 4G 51.7%, 5G 68.9%로 세대를 구분하지 않고 불법보조금 경쟁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별 불법보조금 지급 편차는 185배까지 났다. 공시지원금을 초과하는 불법보조금 지급현황을 보면 최저위반금액은 1만원, 최고위반금액은 185만원(4G 가입자)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단통법 시행 이후 142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방통위가 규제의지가 없는 것 같다. 문제 소지가 많은데도 과징금을 감경해주기도 했다"며 "단통법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방통위 의지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지적에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과징금 부과하는 과정에서 많은 요인들을 고려했다"며 "소비자들이 지원금을 받아 싼값으로 구입할 기회를 방통위가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있고, 5G 세계최초로 도입되면서 사업자가 드라이브를 걸었던 부분과 코로나19 상황 등 여러요인을 함께 고려했다"고 답했다.

이어 방통위가 '이용자 권익 보호'를 명분으로 도입한 통신분쟁조정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통신분쟁조정제도 도입 이후 1년이 넘도록 접수된 조정건수 108건 중 해결건수는 5건에 불과하다"며 "이용자 불만을 해소하려 만든 통신분쟁조정위원회가 오히려 이통사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왜 5건밖에 조정이 안됐는지 감사해 경위를 보고해달라"고 질타했다. 한 위원장은 "유념하고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통신분쟁조정위원회 운영과 도출된 조정결과가 시행령에 따라 비공개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 의원은 지난달 통신분쟁조정위 제도설계와 운영이 이통사 이익단체(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KAIT)에 맡겨져 '조정결과 비공개' 등의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동통신 3사 로고 (사진=연합뉴스)

한편, 방송정책 관련 질의는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대상 확대와 용도 재편, 지역방송 지원책 등이 언급되는 정도에 그쳤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넷플릭스·유튜브 등 OTT사업자, 포털사업자, MPP인 CJ ENM 등에도 방발기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변화한 미디어 환경과 매체별 매출 추이를 근거로 들었다. 한 의원은 "방송통신발전기금 중 방송사 분담금 징수 규모는 올해 약 360억 원으로 2011년 906억 원 대비 약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지상파 등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을 뛰어넘은 OTT와 포털이 사회적 영향력과 경제적 이익에 부합하는 공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의원은 방발기금에서 집행되는 아리랑국제방송과 국악방송 지원금에 대해 "최근 국회에서 국악방송에 방발기금을 지원하는 법안이 발의됐는데, 언론의 지적처럼 방발기금은 방송사와 통신사들이 매출 일부를 부담한 ‘특별 부담금’ 성격"이라며 "정부 산하기관인 국악방송, 아리랑TV에 대한 방발기금 지원은 용처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지역 지상파 방송사 경영위기 상황을 강조했다. 변 의원은 "지역방송 어려움이 심각하다. 지역 MBC의 경우 사내유보금을 8~9년내로 소진된다"며 "정치권이 지방자치를 강조하는데, 지방정권을 견제할 수 있는 언론이라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역방송 지원예산을 80억원 신청해도 40억원 삭감된다고 하는데 최소한의 숨구멍은 틔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1개사당 1억원도 안되는 돈"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해 지역방송 지원예산 82억원을 기획재정부에 신청했지만 기재부는 40억 3천만원을 책정했다. 방통위는 올해 지역방송 지원예산 56억 3천만원을 요청했지만 기재부는 40억 3천만원 동결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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