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의 고교야구 주말리그는 모두 끝난 가운데 전국 단위의 유일한 토너먼트, 대통령배 고교야구만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목동구장에서 펼쳐졌던 전반기와 후반기의 왕중왕전, 황금사자기와 청룡기는 모두 끝났는데요. 최근 고교야구에 보이는 뚜렷한 경향, 하나의 작은 특징을 짚어볼까 합니다. -오늘 이야기는 당초 기획했던 포스팅, "프로야구, 지역시대가 열리나?"의 프리퀄입니다만, 청룡기 결승을 반영해 먼저 올린다는.-

청룡기 결승전, 결과는 아시다시피 상원고등학교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12년 만에 청룡기 탈환, 주말리그 첫해 우승팀이란 영광도 같이 했습니다. -상원고의 스토리는 주말 포스팅에서 따로 다룰 예정입니다.-

결승전의 맞상대는 상원고 출신 이정훈 감독이 이끄는 천안 북일고등학교, 이번 대회 최강 타선을 자랑하며 주목받았던 팀입니다. 프로야구 한화 3군이란 별명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의 실력을 대회 기간 보여줬습니다. 역사도 깊은 명문고교이지만, 2000년대 중반 대부분의 지역 고교들이 겪었던 선수 수급 문제로 어려운 시절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최근 들어 전국 규모 고교야구 대회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팀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북일고"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2009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의 4대 전국대회 결승전 대진을 보면 북일고의 약진, 나아가선 지역 고등학교들의 선전이 눈부십니다. 4개 대회의 3년 동안 결승전 10번(봉황기는 올해부터 사회인 야구대회로 바뀌었고, 대통령배는 아직 대회 전이죠.)을 분석해보면, 모두 20개 팀 가운데 13팀이 지역에 위치한 고등학교라는 거. 수도권에 위치한 제물포고를 제외하더라도 12개교, 절반 이상입니다.

고등학교 야구부 학생이나 전력이 중심이 서울에 몰려 있는 현실에 비춰 지역 고등학교들의 선전은 대단한 결과입니다. 올 청룡기 준우승과 2009년 봉황기 우승을 차지한 북일고가 4번의 결승전 진출, 이번 청룡기 우승팀 상원고가 2번 결승전을 맛봤죠. 올해 황금사자기 준우승과 지난해 같은 대회 우승팀 광주일고가 3번, 그밖에 경남고와 대구고, 군산상고 등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 청룡기와 황금사자기 8강 이후 성적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황금사자기에선 8강에서 4개팀, 청룡기에서는 5개팀이 서울권 외에 학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거. 물론, 광역리그 기준으로 4개 권역 중 하나인 서울권 팀이 4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는 것에 여전히 강세임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구단이 많고, 지원이나 여건이 우수한 서울 지역의 야구부에 비해 지역 야구부들의 활약은 눈부십니다.

사회 대부분의 분야에서 비슷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스포츠 가운데 "야구"라는 종목에서 두드러진 수도권 집중화, 프로야구가 이미 만성화된 수도권 편중을 보여주는 가운데 고교야구까지 지역의 야구가 사라진다면 그 문제는 더욱 커질지도 모를 텐데요. 최근 들어 지역의 고교야구가 활성화되고 강해지는 모습엔 박수를 보내게 됩니다.

물론, 이런 결과들이 좋은 성적으로 그쳐선 안 됩니다. 지역의 야구 저변 확대와 중학교, 또 리틀야구로의 전홛이 이어져야 할 터. 고교야구의 호성적에도 지역의 리틀야구나 중학교 야구는 여전히 어려움을 계속 겪고 있는 현실은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여러 가지 것들을 고민해야 할 시점, 좋은 성적이란 결과가 더 많은 고민과 숙제를 안겨주는 지금의 상황. 우승을 했지만, 그런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한 자양분이 필요한데, 현실을 결코 녹녹치 않습니다. 고교야구의 선전이 주목받지 못하고, 그 가운데 선수들의 영광은 그들만의 함성으로 사라지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

선전이 거듭되는 지역의 고교야구엔 박수를 보내면서, 다른 한편으론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지금의 좋은 분위기가 더 좋은 내일을 위한 바탕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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