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4강만 남았습니다. 주말리그의 첫해를 마무리하는 청룡기 고교야구, 4강은 북일고와 장충고, 충암고와 상원고입니다. 공교롭게도 지역별로 고른 분포를 보이는군요. 서울권에서 두 팀, 전라중부권에서 한 팀, 경상권에서 한 팀. 아쉽게도 경기-강원-인천권이 빠지긴 했습니다만, 이 정도면 괜찮은 전국적 분포를 보이는 4강인 듯한데요. -지난 황금사자기는 광주제일고를 제외하곤 모두 수도권팀이었다는 아쉬움이 있었죠.-
비 때문에 몇 번이나 경기를 힘겹게 치러야 했고 심지어 경기 일정도 여러 차례 조정됐던 청룡기. 당초 계획은 오는 월요일 저녁 잠실구장에서 그 마무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자 했으나, 이루지 못한 꿈이 되어버린 현실.
대회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거나, 선수들의 피로도를 감안한 고민이었다면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우리 고교야구 대회에서 만나는 이런 상황들은 철저하게 "공간"의 문제에서 오는 어려움이란 점이 안타깝습니다. 서울지역에서 펼쳐지는 두 번의 왕중왕전마다 공간과 장소의 문제로 고민을 하는 현실이 한편으로는 짜증나기도 하는데요.
따지고 보면 서울이란 공간에 프로야구 팀의 35% 이상이 모여 있다는 점과 경기장은 두 곳뿐이란 점에서 생기는 한계는 더욱 답답합니다. 야구장이란 부분에서 "서울"은 만족이란 항목을 차지할 수 있는 문항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차라리, 고교야구 대회들이 서울을 버리면 어떨까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관중동원이나 전국적인 관심이라는 대의명분에서 서울이란 공간적 장점은 매우 크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고교야구의 현실을 볼 때, 과연 서울효과를 그런 부분에서 얼마나 누리고 있을까요? 학부모 및 학생들로 이뤄진 관중, 해당 신문사와 전문매체에서만 다루는 언론의 모습들은 우리 고교야구의 냉혹한 현실입니다. 인정해야 할 부분이고, 서울효과라는 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란 거죠. 서울에 있는 학교들의 편의가 크다는 점이 그나마 이유라면 이유일 듯. 일정도 조정하기 힘들고 대회를 치르는 과정에 있어 협조나 관심도 덜한 상황에서는 고교야구, 차라리 서울을 떠나야 하지 않을까요?
이번 청룡기와 지난 황금사자기의 어려움은 다른 지역에서의 대회들과 확실하게 비교되는 면도 많습니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각 지역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스포츠 대회에 대해 지역 자치단체의 유치 열정은 높고, 협조의 노력도 강하다는 거! 중학교 야구대회에도 이미 일주일간의 원정으로 구장을 비워주는 경우는 협조사례에 넣기조차 민망한 지경이죠. 지역과 고교야구는 여러 가지 면에서 함께 답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과 비교하면 서울이란 지역에선 그런 노력이 덜하다는 겁니다.
해외 유명 축구클럽을 유치하는 열정이나 노력, 예산에 비해 아마추어를 위한 공간의 배려에선 더욱 그 아쉬움이 커지는데요. 청룡기의 일정과 공간에 문제 앞에서 고교야구의 서울대회는 더욱 더 아쉬움이 커지고,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를 느끼게 합니다. 지금의 현실, 고교야구는 "서울"을 버려야 하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