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대구지역 언론사들로부터 ‘코로나19 늑장 대처’로 비판받은 권영진 대구시장과 대구시가 대구MBC에 대해 3건의 소송을 제기해 ‘언론 재갈 물리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권 시장은 지난 4월 13일 대구MBC 라디오<뉴스대행진> 진행자인 이태우 기자를 상대로 첫 형사 고소장을 제출했다. 권 시장은 이 기자가 4월 7일 앵커멘트에서 “12일 만에 코빼기를 내민 권영진 대구시장”, “늑장대처 때문에 대구만 역병이 창궐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고 말한 것을 문제 삼았다.

또한 6월 3일 권 시장은 3, 4월 <뉴스대행진>의 이 기자 앵커멘트를 문제 삼아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두 번째 형사 고소장을 제출했다. 6월 8일에는 대구시(대표 권영진)를 원고로, 대구MBC를 피고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구시는 4월 7일자 앵커멘트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 정정 및 반론보도를 신청을 했으나, 조정 불성립 결정이 나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4월 7일 대구MBC라디오 <뉴스대행진>의 진행자 이태우 기자는 앵커멘트에서 "12일 만에 코&#48820;기를 내민 권영진 대구시장"이라고 말했다. 자료화면은 유튜브 '대구MBC뉴스'채널에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고소당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5월 13일 올라온 영상 화면 갈무리.

이태우 기자는 오는 28일 검찰 출석에 앞서 2건의 고소 건으로 조사받을 예정이다. 이 기자는 “권 시장은 고소장에서 <뉴스대행진>의 앵커멘트가 허위 보도이며, 자신과 대구시 공무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지만 <뉴스대행진>의 앵커멘트는 공직자와 공직 사회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견제하는 정당한 언론 활동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대구시나 대구시장이 보여준 대처와 지도력은 공론의 장에서 논의의 대상이 돼야 할 뿐만 아니라 비판하고 견제해서 대구시장이 올바른 시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비판 보도에 소송으로 대응하는 권 시장을 비판했다. 이 기자는 “2월 18일 대구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많은 지역 언론들이 권영진 대구시장의 대처와 대구시 행정에 대한 비판 보도를 했고 이런 비판 보도가 대구시가 방역 태세를 다잡는 데 일조했다”며 "권영진 시장은 이런 비판 보도가 불편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유튜브 '대구MBC뉴스' 채널에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고소당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5월 13일 올라온 영상 화면 갈무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구지부 중심으로 구성된 변호인단은 “이태우 기자가 방송에서 한 논평이 형법에서 말하는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고소장에 기재한 내용 정도의 발언이 고소할 사안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사안에서 대구시와 권영진 시장이 반론할 내용이 있다면 권영진 시장은 기자를 고소하거나 언론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시정을 사실대로 적극 홍보하고 각종 대담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 될 일”이라고 했다.

권 시장이 대구MBC를 상대로 고소한 뒤 언론·시민사회단체·노동계·정치권에서 연달아 비판이 나왔다. 대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2일 ‘대구시장은 언론인에 대한 무리한 고소를 철회하라’는 성명을 내고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적한 보도는 권영진 시장의 입장에서 부당하고 불편한 보도로 보일 수 있지만 비방 목적의 허위사실 보도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방송기자연합회는 첫 고소가 제기된 이후인 5월 7일 ‘선출직 공직자의 언론 대응이 고작 형사 고소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언론에 불만이 있다고 형사처벌을 통해 혼을 내주겠다고 하는 식의 대응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광역자치단체를 맡은 선출직 공직자가 보여서는 안될 일”이라고 했다. 이어 “정상적인 항의가 아니라 언론탄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와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5월 14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송을 제기한 사실만으로도 취재 보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소지가 있다”며 “전형적인 권력을 앞세운 ‘언론 통제용, 입막음용 소송’이라고 판단되기에 즉각적으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선출직으로 광역자치단체의 장을 맡은 공직자가 다양한 의견을 전달할 언론사의 보도에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대구시 측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언론탄압이 아니다. 사실이 아닌 것을 바로 잡으려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대변인은 대구시장이 2차례 제기한 개인 소송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며 대구시가 제기한 6월 8일 자 정정보도 청구소송에 대해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언론중재위에서 조정 불성립돼 기간 내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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