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5일 LG헬로비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루 총파업을 실시하고 LG유플러스 사옥 앞에서 노숙 농성에 돌입했다. 헬로비전 외주업체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당초 합의를 뒤집었다는 이유에서다. 유용문 민주노총 희망연대노동조합 공동위원장은 “사측은 ‘노동자에겐 그렇게 해도 괜찮아’라는 인식을 가지고 합의를 깼다”고 비판했다.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 조합원들은 헬로비전이 아닌 외주업체 소속으로 경총·외주업체와 임단협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24일 헬로비전과 노동조합은 ‘LG헬로비전 고객센터(외주업체) 조합원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 합의를 체결했다. 사측은 ▲3년간 단계적으로 임금수준을 동종업계와 동일하게 개선 ▲올해 내 복지, 산업안전 등 노동조건 개선 ▲개인도급 문제 해결 및 조합원 고용보장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TF 구성 등을 약속했다.

5일 유플러스 용산본사 앞에서 총파업 중인 LG헬로비전 비정규직 지부 조합원들 (사진=미디어스)

이후 노사는 집중 교섭을 진행했다. 희망연대는 사측이 집중 교섭 중 3·24 합의를 깼다고 지적했다. 희망연대에 따르면 사측은 월급 212만 원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동종업종인 LGU+홈서비스 노동자들과의 임금 격차는 당연하다”며 약속을 뒤집었다고 한다. 또 사측은 퇴직금 적립·업무비 지급·자재비 지급·시간 외 수당 지급 등 비용을 지불하지 않겠다고 했다. 일부 외주업체는 ‘(노동조합 활동을 유지하면)역무 포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역무포기는 ‘해고’를 의미한다.

이에 반발한 희망연대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는 이날 서울 용산 LG유플러스 사옥 앞에서 1일 총파업을 실시했다. 총파업에는 조합원 백여 명이 참여했다. 이승환 지부장은 “건물 안에서 일하는 유플러스 직원에게 212만 원은 우스운 금액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에겐 하나의 희망이었다. 헬로비전과 하청업체 사장은 교섭에서 신의성실의 의무를 무시하고 임단협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고 했다. 이 지부장은 “사측은 정말 돈이 없어서 임금을 올려주지 않는 건가”라고 물은 뒤 “아니다. 사측은 말 잘 듣던 노동자들이 자신들과 동일 선상에 서는 게 싫은 거다. 이번 문제는 헬로비전의 모회사 유플러스가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5일 LG헬로비전 비정규직지부가 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준비 중이다 (사진=희망연대)

유용문 희망연대 공동위원장은 “문제의 본질은 임금 인상이 아니라 사측의 말 바꾸기”라며 "노동자에게는 그렇게 해도 된다는 태도가 문제”라고 말했다.

구자현 민주노총서울본부 부본부장은 “임금협상이 주요 주제 중 하나이지만, 배경에는 LG가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면서 “LG는 우리를 노동자가 아닌 일회용으로 취급한다. 우리를 당당한 노동자로, 함께 회사를 만들었다는 주인으로 존중해달라”고 했다. LG헬로비전 비정규직지부는 총파업 결의대회가 끝난 후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LG헬로비전 측은 “협력사와 노조가 대화를 진행 중이며 원만하고 합리적으로 합의할 수 있도록 성실히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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