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MBC가 개표방송 진행 중 여성 후보들의 접전 상황을 두고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라고 말해 여성혐오 논란이 일고 있다.

MBC는 15일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하던 도중,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선거가 펼쳐지고 있다"며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선거 드라마'라는 컨셉으로 판세를 소개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후보(예상득표율 54%)가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예상득표율 43.2%)를 앞서고 있는 '서울 동작을'에서 MBC 내레이터는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라고 말했다.

(사진=MBC)

이에 선거방송을 보던 네티즌 사이에서는 총선 후보 간의 경쟁을 여성 간의 감정싸움으로 몰고 가는 게 아니냐며 여성혐오성 발언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MBC 시청자 게시판에는 현재 300개가 넘는 항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여성후보끼리 나온다고 저런 멘트 쓰신 거 뭐에요? 설마 아직도 구시대적으로 ‘여자의 적은 여자’ 프레임을 만드는 건가요?”,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는 엄연한 혐오발언입니다", "'여자의 적은 여자다‘가 여성혐오 발언이라는 걸 모르시는군요. 사과해주세요”, “여성혐오적 성별 프레임 그만두세요”라며 MBC의 정식 사과를 요청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는 2015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선후배 여성 연예인 사이에 신경전이 펼쳐지던 도중 논란이 됐던 말이다. 이후 SNL 등에서 패러디하며 여성들 간에 신경전이 일 때 이를 희화화하거나 비하하는 데 주로 쓰였다.

MBC 시청자 게시판

노혜경 시인은 시사저널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여적여?>(2018.05.16.)에서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지닌 진정한 뜻은 ‘여자는 여자하고만 경쟁하라’는 뜻이다. 여자들에게 허용된 범주를 벗어나 약진하는 여자는 다른 여자들을 초라하게 만드니 ‘여자들이 응징하라’는 뜻이다. ‘하여간 여자가 문제’라는 뜻이다”라며 “이때 말해지지 않는 것은, 말하는 권력에 속한 남성을 향해서는 비판이나 분석의 칼날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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