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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재발 방지' 2호 국회 청원이 등장한 이유청원 4개 중 딥페이크 처벌 강화만 처리 "졸속"…법사위, 사건 심각성 공감? '재청원'
송창한 기자 | 승인 2020.03.26 09:47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한 수사와 관련자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국회 1호 청원'을 졸속 처리해 연관 상임위 논의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법사위 소속 위원들이 해당 청원의 졸속 종결을 부인하는 가운데, 국회국민동의 청원에는 같은 내용의 2호 청원이 다시 올라와 1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26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n번방 재발 방지' 국회 청원이 '제1호 청원'으로 성립되자 국회는 지난달 10일 입법차장 주재 회의를 열고 법사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행정안전위, 여성가족위 등 총 4개 상임위에서 입법 등 후속조치를 논의를 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법사위는 법정형 강화, 과방위는 사이버명예훼손죄 처벌 강화, 여가위는 2차피해 방지 장치, 행안위는 경찰 수사 메뉴얼 신설 등을 논의하기로 했고, 법사위가 상임위별 논의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았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법사위가 청원 요구 중 일부인 '딥페이크 처벌 강화' 관련법만을 통과시키면서 청원 취지가 반영됐다고 결론, 해당 청원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하면서('대안 반영 폐기' 처리) 여타 상임위 3곳의 안건 처리 근거가 실종됐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국회법상 법사위가 종결시킨 청원을 다른 상임위에서 재심사할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청원 요구사항은 텔레그램 해외서버 수사를 위한 경찰 국제 공조수사,  수사기관 내 디지털 성범죄전담부서 신설, 디지털 성범죄자 강력 처벌을 위한 양형기준 재조정 등이었다.  

25일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앞서 청원을 심사한 법사위원들은 졸속 처리 논란에 사실이 아니라며 일제히 반발한 바 있다. 

정점식 미래통합당 의원은 "논란이 됐던 n번방 사건의 경우나 다른 사람에게 퍼뜨린 행위에 대해 엄히 처벌받도록 장치를 마련했다"며 "여러 법리해석과 정부 의견을 토대로 의미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고 했다.  

김도읍 미래통합당 의원은 "모 시민단체와 모 언론에서 사실 확인도 않은 채 청원이 졸속 처리됐다고 주장한다"며 "사실과 다르다. 국회의장이 국제 공조 수사와 성범죄 전담 수사부서 신설 요청은 행안위와 여가위에 각각 회부됐고, 법사위는 법 개정 부분만 넘겨받아 '딥페이크 영상물' 처벌을 강화하는 법을 통과시킨 것"이라고 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심사과정에서 저를 비롯한 여야 동료의원들은 'n번방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양형 기준을 강화하는 것으로 법안을 심사하여 통과시켰으며, 위 사건의 심각성에 깊이 공감했다"고 했다. 

졸속처리 논란과 함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법사위원들의 안이한 인식이 도마에 오른 상태다. 지난 3일 '딥페이크 처벌 강화'에 한정한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정점식 의원은 “자기만족을 위해서 이런 영상을 가지고 나 혼자 즐긴다, 이것까지 (처벌로)갈 것이냐”고 했고, 김도읍 의원은 "청원 올라온다고 다 법을 만드냐"고 했다. 송기헌 의원은 "나 혼자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처벌할 수는 없지않나"라고 밝혔다.  

이 같은 논의 끝에 법사위는 딥페이크 영상을 단순 보관하거나 소비하는 이들에 대한 처벌은 제외하고, 이를 제작하거나 반포하는 행위를 한 자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개정안(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처리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텔레그램 n번방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25일 민중당은 법사위 소속 김도읍, 송기헌, 정점식 위원 등 3명을 서울남부지검에 직무유기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 발언을 하고, 법안을 졸속으로 통과시켰다는 이유다. 23일 정의당 성평등선거대책본부는 해당 법사위원들의 사퇴를 촉구하고, 민주당과 통합당에 공천 취소를 촉구했다. 

한편, 'n번방 재발 방지' 청원 졸속 종결에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같은 내용의 청원이 재등장, 하루만에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상임위에 회부됐다.  

지난 2월 10일 통과된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성범죄 해결에 관한 청원'과 3월 24일 통과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비롯한 사이버 성범죄의 처벌법 제정에 관한 청원'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처)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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