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서울대 언론인 대상'을 받은 배인준(55) 동아일보 논설주간의 수상 선정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칼럼을 써온 것으로 평가받는 배 주간을 과연 언론인의 귀감으로 삼을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다.

배 주간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에서 열린 '서울대 언론인 대상' 시상식에서 "좌파정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통렬한 비판의 길을 걸어온 진정한 저널리스트"라는 극찬을 받으며 대상을 받았다. 하지만 배 주간은 그동안 동아일보 칼럼을 통해 일방적인 친기업 논리를 고스란히 드러내는가 하면 이명박 새 정부를 노골적으로 예찬하는 등 참여정부에 대해 '증오'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낸 것으로 유명하다.

배 주간, '편향적 시각' 고스란히 칼럼으로 쏟아내

배 주간은 지난 12일자 동아일보 34면의 칼럼 <실전(實戰)에 강한 정부라야 성공한다>에서 "재작년 서울시가 숭례문을 개방한 것은 '국보 1호를 시민 품으로'라는 명분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 취지를 살리면서도 안전대책 등 문화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보완조치를 병행했어야 했다"며 "불이 나도 못 끄는 '입만의 정부' '퍼포먼스 프렌들리 정부'는 국민 누구도 더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참여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정작 숭례문을 개방한 장본인으로 도마에 오른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

▲ 지난 20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대 언론인 대상' 시상식 ⓒ곽상아
배 주간은 또 동아일보 2005년 9월 27일자 34면의 칼럼 <1등 때리기의 유탄(流彈)>에서는 "삼성그룹은 한국 수출의 20%를 해내고 국민 총세금의 6%를 부담한다. 자체 종업원 20만 명에 협력사를 포함하면 100만 명이 이 그룹과 삶을 함께한다"며 "정권이나 시민단체가 기업들을 도와준 게 뭔가. 투자를 해외로 내쫓고, 일자리와 소비도 물 건너가게 한 것 말고 뭐가 있냐"는 등 일방적인 친기업 논리를 펼쳤다.

동아일보 2004년 6월 8일자 6면 <'신문 퇴장'의 국민 손익>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신문법을 비롯한 신문시장 정상화 움직임에 대해 "지도자나 정부의 힘이 국민에게서 나오듯이 신문의 힘도 국민인 독자에게서 나온다"고 반박, 현재의 기형적인 신문시장을 '국민의 선택'으로 떠넘기며 본질을 오도하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배 주간, 결코 언론인들의 사표될 수 없다"

이에 대해 서울대 출신의 한 일간지 정치부 기자는 "참여정부와 이번 대선에서 동아일보는 일방적인 '명비어천가'를 불렀고 배씨 역시 논설주간의 이름으로 '이명박의 대변인'과 같은 편향된 시각을 칼럼에서 그대로 드러냈다"며 "일선 언론인의 입장에서 배씨의 서울대 언론인상 대상 수상에 대해 전혀 공감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서울 언론인 대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는 동아일보 배인준 논설주간 ⓒ곽상아
그는 "현장기자도 아니고 동아일보의 편향적 시각을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논설주간에게 상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며 "관악언론인회는 일선 언론인들로부터 공개적으로 의견을 듣고 구체적으로 어떤 칼럼과 기사를 명분으로 배씨에게 상을 수여했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3년에 창립된 관악언론인회는 서울대 출신의 전·현직 언론인과 언론 홍보분야 학계 및 단체 동문들의 모임으로 '서울대 언론인 대상' 시상과 함께 언론인의 친목 도모와 동창회 발전 사업, 언론 연구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제1회 서울대언론인 대상 수상자는 김대중 조선일보 주필, 2회는 권석천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3회는 문창극 중앙일보 주필, 4회는 엄기영 MBC 신임 사장 내정자가 각각 상을 받았다.

서울대 출신 언론인들의 모임인 관악언론인회는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제5회 서울대 언론인 대상' 시상식을 열고 배인준(55) 동아일보 논설주간에게 대상을 수여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유재천 심사위원은 "배 주간은 1980년 비상계엄 하에서 언론자유선언에 앞장서다 해직된 이후 줄곧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국가안전 확보'라는 논지를 일관되게 견지해 대한민국의 정체성 지켜내고 국가선진화의 틀을 다지기 위한 공론의 장을 형성했다"고 심사평을 밝혔다.

유 심사위원은 이어 "날카로운 시각·힘있는 문장을 담아낸 칼럼으로 글쓰기의 모범을 보여준 배 주간은 좌파정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자율·창의·경제·효율을 시민사회에 펼치려고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임광수 서울대 총동창회장도 "배인준 동문은 권력에 영합하지 않고 통렬한 비판의 길을 걸어온 진정한 저널리스트"라고 치켜세웠다.

이날 대상을 받은 배인준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모교는 그 자체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가지고 있으며 나에게 언제나 '지적 나태를 부끄러워하라'고 말하는 암묵의 명령자 같은 존재였다"며 "'상 중의 상'을 받게 된 것이 무척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 주간은 "글에 뜻을 담을 수 있게 해준 동아일보에도 감사드린다'며 "지난 시대의 구비구비마다 남다른 희생을 보여주며 언론의 사명을 우직하게 받아들여온 동아일보가 국가 공론의 장으로 계속 신뢰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곽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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