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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닥터 김사부2’- 열폭의 근원, 우리 삶의 본질에 관한 질문[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0.02.05 18:03

[미디어스=이정희] 버스 사고 현장, 그 자신이 버스와 함께 굴렀으면서도 정신이 들자마자 환자들을 살피느라 정신없는 김사부(한석규 분). 그의 앞에 만삭인 임산부가 아이를 살려달란 말을 채 마치지 못한 채 정신을 잃는다. 임산부를, 그리고 그녀가 부탁한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심장박동을 놓쳐서는 안 될 일, 심폐소생을 하려는데 팔이 말을 안 듣는다. 

외상 환자가 쉴 틈 없이 밀려드는 돌담병원, 그리고 오래전 오늘과 같은 버스 사고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다 다친 어깨, 그 후유증과 오늘의 사고 때문이다. 하지만 임산부를 살려야겠다는 의지 하나로 김사부는 자신의 통증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능하다면 팔을 부숴서라도 고정이라도 시킬 듯이 자신을 다그쳐 심폐소생을 한다. 그리고 그런 김사부에게, 아니 김사부가 그 버스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박민국 교수는 다시 한번 열패감에 빠진다. 

열패감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그때도 그랬다. 10년 전 버스 사고 현장에서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차창을 빠져나가려는 박민국. 그와 달리, 김사부는 환자에 매달려 있었다. 당장 자신의 목숨이 사고 버스와 함께 경각에 달려있는데도 그는 의사의 본분을 다했던 것이다. 최고의 외과의, 의사로서 자신감이 철철 넘치던 그는 바로 그날 그 버스에서 그걸 잃었다. 아니 김사부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뺏어간 그걸 되찾기 위해 그는 더 연구하고 노력했다. 김사부보다 더 훌륭한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거대병원의 전 스텝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연된 수술에서 생각지도 못한 위기에 봉착하고, 그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게 된 게 '김사부가 보내준 쪽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박민국 교수는 다시 한번 좌절한다. 그리고 그 좌절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꺼이 돌담병원 원장직을 수락한다. 김사부가 아니라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

돌담병원은 박민국이 보기에는 모순덩어리였다. 쏟아져 들어오는 외상 환자들, 그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김사부는 원칙도 없고, 시스템 따위는 엿 바꿔 먹은 채 주먹구구식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헤쳐나가는 듯 보였다. 그래, 바로 이거야! 라고 박민국은 생각했다. 거대병원 최고의 외과의답게, 거대병원의 시스템을 돌담병원에 정착시켜야 한다고 다짐했다. 직원들의 월급을 대폭 인상하며 환심을 사고 병원장으로서의 권리와 권위를 이용하여 돌담병원을 장악해 가면서 김사부를 기꺼이 짓밟아주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이제 다시 버스 사고 현장이다. 그날의 '트라우마'를 떠올린 박민국 교수는 자신도 모르게 주춤 발을 돌렸다. 하지만 서우진과 마주쳤다. 차은재도 잇달아 허겁지겁 현장을 뛰어든다. 병원장인 그가 여기서 돌아설 수는 없다. 

결국 버스 안으로 들어간 박민국. 가슴에 우산이 꽂힌 환자와 버스에 다리를 짓눌린 환자를 두고 다시 한번 김사부와 의견이 갈린다. 이른바 그가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합리적'인 관점에서 박민국은 더 살릴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 집중하고자 한다. 그러나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임에도, 10년 전 그날처럼 김사부는 두 사람을 다 살리겠단다. 결국 박민국은 손을 놓고, 김사부가 매달려 두 사람을 다 살려내고야 만다. 그러곤 다시 한번 '버스의 늪'에 빠져버린 박민국에게 여유롭게 '웁스(oops)'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나는 김사부. 

기다렸다. 김사부가 살려낸 두 사람의 수술이 끝나기를. 혹시라도 두 사람을 다 살려내겠다는 김사부의 결정이 어긋나기를. 하지만 수술이 무사히 마무리되었다는 말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김사부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그가 자신을 무시해왔던 10년 전 그 버스 현장에서부터의 모든 일들을 낱낱이 그에게 따졌다. 왜 나를 무시하냐고. 왜 나한테 그러냐고. 

그만 그 버스에서 내려요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

거대병원 최고의 외과의 박민국, 그가 사사건건 김사부에 대해 예민하다 못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건 누가 봐도 정상적이지 않다. 하루아침에 전 원장 여운영을 몰아내고 돌담병원을 장악하겠다고 들이닥친 인물이 말이다. 그런데 돌담병원 원장으로 내려온 박민국이 움직이는 동인은 오로지 김사부이다. 그것도 김사부를 이기기 위해서, 김사부보다 나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서. 

하지만 10회, 그가 김사부를 찾아간 장면에서 보여지듯 김사부는 10년 전 그날 그 사고 버스 현장에 박민국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가장 어이없는 순간이다. 그토록 집요하게 김사부에게 매달려왔는데 정작 당사자는 자신을 염두에도 두지 않았다니. 그리고 사사건건 박민국을 무너뜨리려 했다는 김사부의 행동은 그저 환자를 살리기 위한 김사부의 시급한 판단이었을 뿐이다. 결국 김사부 앞에서 박민국 교수는 참아왔던 분통을 터트리고야 만다. 그런 박민국에게 김사부는 다가가 그의 어깨를 잡으며 한 마디 말을 건넨다. '그만 그 버스에서 내려요.'

김사부의 말처럼 10년 전 그 버스 사고 현장에서 박민국이 차창 밖으로 나간 것을 두고 뭐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 버스에 남아 있던 김사부가 결국 사고를 당한 것처럼, 자신의 목숨을 담보해야 할 상황이었으니. 하지만, 박민국은 스스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김사부보다 더 나은 외과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 어쩌면 그건 그날 그 버스에서 헌신했던 김사부처럼 살아오지 못했던 자신을 자책했던 시간이 아닐까. 그가 마음속 깊이 생각하는 의사라는 본분과 다른 궤도를 살아왔던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건 아닐까.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

'열폭'이라는 말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일상적인 단어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비롯한 가상과 현실의 공간에서 열폭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열폭에는 언제나 열폭하게 만드는 대상이 있다. 하지만,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2>는 바로 우리 사회 고질병처럼 된 '열폭'의 근원을 명쾌하게 짚는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 자신이 마음속에 그어놓은 어떤 선, 혹은 진실에 스스로 다가가지 못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 아니겠냐고. 그 누구가 아니라 바로 문제의 근원은 자기 자신이 아니겠냐고. 

최고의 외과의조차 휘둘려 자신을 내모는 감정, 그래서 그 누군가를 탓하고픈 감정. 하지만 그 감정의 근원을 드라마는 차분히 짚어왔다. 도대체 의사가 왜 누군가를 이겨야 하는 건지, 의사가 본질이 ‘다른 의사보다 더 나은 의사’인 것이냐고. 무한경쟁을 하며 살아가는 세상에서 우리는 늘 한 걸음마다 누군가를 의식하며 누군가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매뉴얼'되어 왔다. 하지만, 이제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2>는 김사부와 박민국의 이야기를 통해 묻는다. 의사의 본질이 무엇이냐고. 하지만 그저 의사의 문제만이 아니다. 삶의 질문이다. 당신 삶의 본질이 그 누군가를 이겨서 얻어내는 그것이어야 하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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