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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닥터 김사부2'- 통과의례, 한 세계를 깨뜨리고 나온 돌담의 아이들[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0.01.29 16:51

[미디어스=이정희] 대부분의 사람들은 늘 '성장'의 화두에 자신을 던진다. 어제보다 더 낫지 않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어제보다 조금은 발전된 삶, 하지만 그 방향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각자 생각이 다르다. 조금 더 높은 지위, 더 많은 돈 혹은 더 좀 더 멋지거나 예쁜 모습 등등. 의사라면 어떨까? 조금 더 ‘나은’ 의사가 된다는 건 무엇일까? 여기 그 딜레마에 빠진 두 명의 젊은 의사가 있다. 바로 <낭만닥터 김사부2>의 서우진(안효섭 분)과 차은재(이성경 분)이다. 

서우진 - 진짜 의사?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

어린 시절 부모를 모두 여의고, 아버지가 남긴 빚에 자신의 학자금 빚으로 인해 추심업체 조폭들에게 시달림 받다 돌담병원까지 밀려 들어온 서우진. 그는 자퇴서를 품에 안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에 다녔지만 누구보다 뛰어난 손기술을 가진 발군의 외과의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생활고로 돈을 벌고자 택한 선배의 병원행이 뜻밖에도 그를 '내부고발자'로 만들어 동료 의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그로 인해 그의 손기술은 겨우 '페이 닥터' 언저리를 맴돌다 그마저도 내쫓겨나 갈 데 없는 상황에 이른다.

당장 빚쟁이들을 달래기 위해 단돈 천만 원이면 기꺼이 자신을 팔겠다고 나섰지만, 그런 그의 제안에 김사부는 냉랭하다. 겨우 말미로 얻어낸 1주일 동안 그가 잊고 살았던 '진짜' 사람, '진짜' 의사의 향기를 돌담병원에서, 김사부에게서 느끼며 점차 돌담의 일원이 되어가는데, 뜻밖에도 그렇게 안정을 찾아가는 그에게 들이닥친 위기는 바로 그를 외톨이로 만들었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였다.

어린 자신과 함께 음독을 했던 부모처럼 아이와 함께 약을 먹고 병원에 실려 온 아버지, 그 아버지의 치료를 서우진은 거부한다. 자기 목숨은 물론, 마치 자신의 소유물인 양 아이마저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은 그 아버지를, 어린 시절 자신의 아버지와 같아서 용서할 수 없다. 겨우 목숨을 건진 채 응급실에 누워있는 그에게 '차라리 죽었어야 했다'는 말을 한 고모의 기억.그 고모의 한탄이 그저 지나가는 말이 아닌 듯,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이후 차라리 죽는 게 나은 게 아닌가 싶도록 힘들게 살아왔다고 스스로 생각했기에 더더욱 자기 자식과 함께 죽음을 선택한 그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다.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

그러나 그는 '의사'였다. 응급실에 환자가 들어온 순간, 수술실에 환자가 누운 순간 그저 환자를 치료하는 것만이 '사명'이고 '숙명'인 의사. 그러나 서우진은 자신의 트라우마로 인해 그 의사임을 순간 벗어나고 만다. 그의 거부에 박은탁 선생(김민재 분)은 의사의 '원칙'을 환기시킨다. 그리고 김사부는 그를 당연한 책무인 양 그 아버지 환자의 수술실에 부른다. 

주저하고 고뇌한 끝에 수술실에 들어선 서우진. '나쁜 의사'가 되지 않기 위해, 덤덤하게 김사부 옆에서 수술을 돕고 마무리하는 그 과정은 그가 지난 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고민했던 '진짜'를 향한 첫걸음이요, '왜 나에게?'라며 끊임없이 그를 괴롭혔던 가족사의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용기 있는 선택이다. 그리고 '마주하는 용기'로 부모 옆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은 '아이'였던 서우진은 훌쩍 자라 외과의 서우진으로 선다. 

각자도생의 가장 유용한 길이라 생각해 선택한 의사라는 직업에서 그는 김사부를 보며 '진짜'가 아닐까 했다. ‘나만 잘 살면 돼’ 하던 그는 왜 '내부고발자'가 되었을까. 그에게 다가온 물음표 '진짜', 어쩌면 홀로 살아남은 그가 가장 원했던 건 더부살이처럼 사는 인생이 아니라 '진짜'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제 그 '진짜'의 답을 서우진은 찾아가는 중이다. 

차은재 - 의사의 재능?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

차은재에게 가난은 없다.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의사였던 아버지, 그 아버지를 따라 자식들 모두가 의사인 집안에서 은재 역시 '선택'의 여지없이 의사가 되었다. 물론 다른 생각을 해본 적도 있었다.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가르치던 선생님이 재능이 없으니 취미로 하라는 말에 그만두었다. 가업을 따라 의사가 되었지만, 첫 해부학 실습에서 그만 토하며 쓰러졌다. 역시 이번에도 재능은 없는 건가? 

그렇게 자신의 재능을 심각하게 의심하게 되었다. 아니 내내 의심해 왔지만 차마 입에 담지 못했던 자기 내부의 고민을 떠올렸다. 고열에 시달리는 어린 환자를 데리고 온 부모. 하지만 어린 환자의 아빠는 아이 걱정에 애달픈 엄마에게 폭력을 휘두르려 했다. 참다 못한 엄마는 아버지를 향해 커터칼을 들이밀었고, 그걸 차은재는 자신의 몸으로 막았다. 그런데 그런 차은재의 선의는 병원장 측에 의해 왜곡되고, 외려 '가해자'의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하지만 차은재의 억울함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결국 아이의 엄마는 커터칼을 마저 휘둘렀고 그 아버지이자 남편은 살아남지 못했다. 

‘나 하나 참으면 돼’에서 나온 타협, 혹은 김사부의 말대로 '편한 선택'이 가정폭력으로 인한 한 가정의 파멸을 막아내지 못했다는 절망감에 차은재는 자신의 재능을 떠올렸다. 해부학 실습실에서 쓰러지고, 흉부외과의지만 수술실에서 견디지 못해도 악바리처럼 응급실에서라도 자신의 몫을 다하려 하며 '할 수 있습니다'를 외치던 차은재였는데, 비로소 그날 해부학 실습실에서 쓰러졌던 자신을 복기한다. 바이올린처럼 이번에도 나는 재능이 없는 것일까 라고. 

그러나 그런 그녀의 절망에 돌담병원은 시간을 주지 않는다. 다시 불려온 응급실, 이번에는 무기수 청년이다. 오랜 투석으로 혈관이 다 망가지고 거기에 설상가상 본인이 살고자 하는 의지조차 없는 환자. 그 환자를 어떻게든 살려보려 애쓰고 나서 허탈함에 나선 복도에서 서우진을 만난다.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

'살려고도 하지 않는 무기수'에게 내가 무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차은재에게 그녀가 자조적으로 쏟아부었던 '재능론'을 들었던 서우진은 그게 바로 '의사의 재능'이라 용기를 북돋아 준다. 그 말에 은재의 얼굴에 반짝 불이 들어온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김사부의 '니 탓이 아니라'는 덤덤한 위로가, 그리고 수쌤의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직시하라는 충고가 재능을 탓하던 은재에게 비로소 자신으로 설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인생은 묘하다. 자신에게 다가왔던 트라우마든 과제든, 그걸 피해 제아무리 도망쳐도 결국 다시 그 문제에 마주서게 된다. 그래서 일찍이 헤르만 헤세는 '새는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고 말했는지도 모른다. 이제 서우진과 차은재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과거의 알, 과거의 세계에서 한 걸음 나섰다. 

물론 나섰다고 끝이 아니다. 서우진과 차은재는 뇌사자와 그 뇌사자의 장기이식을 두고 예우와 기증의 적시를 두고 날카롭게 맞섰다. 그들은 그렇게 또 다른 의사의 길에 대한 질문과 과제를 떠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두 사람은 이제 그들을 오래도록 붙잡았던 과거에 머물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건 '모든 사람의 삶은 제각기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그 누구도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본 적이 없건만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애쓴다.'는 <데미안> 속 그 문장처럼 또 다른 나를 향한, 의사 서우진과 의사 차은재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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