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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혐오표현 대응할 준비됐나언론 '혐오표현 반대' 선언에 찬물 끼얹은 '뉴스앤조이' 판결
송창한 기자 | 승인 2020.01.28 07:51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난 15일 법원은 기독교 전문매체 '뉴스앤조이'가 성소수자, 이슬람·난민 등에 대한 혐오표현을 '가짜뉴스'라고 비판한 것이 인격권 침해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가짜뉴스' 비판의 사실관계 진위여부, 혐오표현으로 인한 소수자 피해 등을 따지지 않은 채 '가짜뉴스'라는 비판이 '공격적'이라는 이유로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가짜뉴스 유포자'라는 '공격적 표현'은 "사회의 올바른 여론형성 내지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바가 없고, 오히려 원고를 허위사실 유포자로 낙인찍어 여론형성 내지 공개토론의 장에서 배제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해당 법원 판결이 내려진 다음날인 16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언론 종사자 단체 등 9개 미디어 단체와 함께 '혐오표현 반대 미디어 실천 선언식'을 개최했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미디어가 혐오표현에 관대한 태도를 보이면 결과적으로 시민의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미디어 분야 실천선언을 시작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혐오표현 반대 선언이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선언문에는 ▲혐오표현 개념과 해악 등 인식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 적극 대응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의 혐오표현에 대한 엄격한 시각 ▲왜곡된 정보 팩트 체크를 통한 비판적 전달 ▲역사부정 발언 지적 등 혐오표현에 대한 언론 종사자의 실천 사항이 담겼다.

지난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혐오 표현 반대 미디어 실천 선언식'. 선언에는 국가인권위원회와 9개 미디어 단체가 함께 참여했다.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사법부 바깥에서는 혐오표현을 허위조작정보의 일환으로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 사법부는 이를 명예와 인격권 보호의 범주 안에 두고 공론장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되는 주장으로 인정해 언론의 비판대상에서 제외시킨 셈이다. 

'뉴스앤조이' 측은 "가짜뉴스라는 말 대신 '허위·왜곡·과장 정보' 혹은 '혐오표현'이라고 썼으면 문제 되지 않았을까. '뉴스앤조이'뿐 아니라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수많은 매체가 가짜뉴스라는 말을 썼고 지금도 쓰고 있는데, 이런 것들도 모두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걸까"라고 물었다. 사법부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까. 

혐오표현과 그로 인한 피해는 허위조작정보 대응 논의의 바탕이자 제1목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수자와 약자를 겨냥한 혐오표현은 인터넷을 타고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전 세계적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이에 세계 각국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 주도로 '허위조작정보 전문가 회의'를 구성해 대응책을 모색했다. 전문가 회의는 지난해 12월 허위조작정보의 개념을 정의하고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 시민, 언론, 정부 등 사회 각 영역별 허위조작정보 대응 역할을 위한 제언을 내놨다. 하지만 혐오표현에 대한 언론 비판을 명예훼손이라고 한 이번 법원 판결대로라면 허위조작정보를 판단하고 검증해 이를 조치하는 각 주체의 대응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통신심의를 통해 혐오표현이 담긴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시정요구(삭제)를 결정하고 있는데, 이 역시 이번 법원 판결대로라면 개인의 명예와 인격권을 침해한 사례가 된다. 

방통심의위는 2018년 9월 '반인륜혐오 표현'이라며 479건의 혐오표현 인터넷 게시물에 시정요구를 결정했다. 당시 방통심의위는 "최소규제 원칙에 따라 누리꾼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나, 폐륜·혐오표현은 어린이·청소년의 정서함양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이나 실제 범죄로까지 번질 우려가 크다"고 시정요구 취지를 밝혔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이 방통심의위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차별·비하 시정요구 상위 5개 사이트 현황'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5개 사이트의 차별·비하 시정요구 건수는 6497건에 달한다. 

혐오표현 대응 관련 대표적인 해외 사례로 혐오표현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독일이 꼽힌다. 나치를 경험한 독일은 형법에서 혐오표현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를 2018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까지 확장시켰다. 일반법으로는 2006년 '일반평등대우법'을 제정했다. 인종, 민족적 출신, 성별, 종교·세계관, 장애, 연령, 성적 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아선 안 된다는 내용의 차별금지법이다. 

영국은 '공공질서법'에 따라 인종이나 성적 지향에 대한 혐오를 자극하는 위협적·모욕적 표현을 처벌하고 있다. 프랑스는 '언론과 자유에 관한 법'에서 민족, 국가, 인종, 종교, 성·성적 지향, 성 정체성, 장애 등을 이유로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명예훼손 및 모욕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수정헌법 1조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미국의 경우 혐오표현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지만 공민권법을 통해 인종차별을 금지하고, 혐오가 폭력 등 범죄가 될 시에 강력한 처벌을 가한다. 혐오표현을 제한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적 기제들도 작동하고 있다. 

책 <말이 칼이 될 때>의 저자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2015년 한겨레21 칼럼 <'혐오할 자유' 보장하는 미국? 멋모르는 소리!>에서 "더 중요한 것은, 미국에 혐오표현 처벌법이 없을 뿐, 혐오표현을 제한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적 기제들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실제 상당수의 미국 대학과 기업들은 '차별금지 정책' 또는 '다양성 정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혐오표현이 '괴롭힘'에 해당하거나 실질적인 차별을 야기할 경우 징계할 수 있도록 하는 학칙이나 사규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럽의 혐오표현 규제는 혐오표현 판단 기준의 모호함과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등으로 법 집행의 한계가 나타나고 있는 게 사실이며, 미국의 경우 혐오표현 자체에 대해서는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한국 법원의 판결은 혐오표현에 대한 언론의 비판을 명예훼손으로 판결한 것으로 수정헌법 1조에 따라 언론을 포함한 출판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과 대조적이다. 

이번 법원의 판결은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으로 금지되어야 할 차별이 명확히 선언될 때 이 같은 판결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보수 개신교 측의 반동성애 운동으로 지난 10여 년간 좌초돼왔다. 2007년 참여정부 시절 정부 입법으로 처음 발의된 이후 '성적 지향'이 차별금지사유에 포함되는 것에 보수 개신교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서면서 폐기되고, 철회되다 20대 국회에서는 발의조차 되지 못했다. 

심지어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 등 여야 의원 40명은 지난해 말 국가인권위법에서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규정을 지우자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는 2017년 김태흠 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과 같은 내용의 법안이다. 당시 한국당 의원 17명만 이름을 올렸던 것과 비교해 이번 법안에는 여야의원이 골고루 이름을 올렸고 그 수도 대폭 늘었다. 당장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하지 못하는 20대 국회가 '차별조장법'을 발의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우리 사회 혐오와 차별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뉴스앤조이’에는 이번에 법원 판결이 내려진 4건의 소송 외에도 유사 소송이 3건 더 남아있다. 이 중 1건은 이번 판결을 내린 재판부가 담당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측의 항소와 남은 소송 등으로 해당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앤조이’ 강도현 대표는 23일 <‘가짜 뉴스’ 근절 위한 싸움에 함께해 주십시오> 칼럼에서 조정에 임할 수도 있었지만 관련 소송을 이어간 이유에 대해 “이미 많은 언론과 온 사회가 ‘가짜 뉴스’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거짓·왜곡된 정보가 생산·유통되는 현상에 경각심을 높이는데,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판단일 수 있겠다 싶었다”며 “더 크게는 ‘가짜 뉴스’라는 표현을 삭제했을 때 극우 개신교 세력이 자신들 주장을 ‘뉴스앤조이’가 받아들였다는 아전인수식 여론 몰이가 일어날 게 뻔했다”고 밝혔다.

언론시민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관련 논평에서 “진위여부와 관계 없이 아무 말이나 만들어 소수자·약자를 낙인찍고 공격하는 이들은 공론장에 참여할 자격이 있고, 그게 바로 ‘가짜 뉴스’라고 지적하는 이들은 공론장에서 쫓겨나야 한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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