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기독교 전문매체 '뉴스앤조이'가 기사에서 동성애 혐오 집단을 '가짜뉴스 유포자'라고 표현한 것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 아니고, 인격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논란이다. 법원은 사실관계 여부와 상관없이 '가짜뉴스'라는 표현을 '인격권 침해'라고 판시했다. 이번 법원의 판결이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대응을 후퇴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뉴스앤조이'는 "반동성애 진영이 걸어 온 소송 폭탄에서 일부 패소했다"고 알렸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4부(김병철 부장판사)가 한국가족보건협회 김지연 약사, 네이버 블로그 GMW연합, 유튜브 채널 KHTV 등이 '뉴스앤조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4건에 대해 원고들을 '가짜뉴스 유포자'라고 표현한 부분을 모두 삭제하고, 김약사에게 1000만원, GMW연합과 KHTV에 각각 1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원고측이 문제삼은 '뉴스앤조이' 기사는 성소수자, 이슬람·난민 등을 겨냥한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비판 기사다. '동성애 하면 에이즈 걸린다', '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 성경이 불법 서적이 된다', '이슬람 난민을 비판하면 처벌받는다' 등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조장·선동하는 혐오표현에 대한 비판이 주 내용이다.

'뉴스앤조이'는 "이번 법원 판결은 인정하기가 어렵다. 재판부가 사실관계를 틀렸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가짜뉴스'라는 표현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에 따르면 원고들은 처음 소송 제기 시에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재판 초반 원고측과 '뉴스앤조이'는 기사의 사실관계 여부를 다퉜다. 하지만 재판부가 재판을 이끌어 간 방향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한 시시비비가 아닌, '가짜 뉴스'라는 표현에 대한 문제점을 짚는 방향으로 흘렀다는 게 '뉴스앤조이'의 설명이다.

이후 원고측은 청구 취지 중 '정정 보도' 부분을 가짜뉴스 표현을 삭제해달라는 '기사 삭제'로 수정했다. 그리고 '가짜 뉴스 유포자', '가짜뉴스 유포채널'이라는 표현이 "원고의 신뢰를 저하시킬 의도가 담긴 공격적인 표현으로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 볼 수 없"으며 "원고의 명예 내지 인격권을 훼손하는 행위로 봄이 상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또한 재판부는 정정 보도 청구를 유지한 김지연 약사 소송 한 건에 대해서는 '뉴스앤조이'가 허위사실을 적시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김지연 약사는 '동성애 하면 에이즈 걸린다',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성경은 불법 서적이 된다'고 말한 적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이어 '가짜뉴스 유포자'라는 표현이 "사회의 올바른 여론 형성 내지 공개 토론에 기여하는 바가 없"고, "오히려 원고를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자로 낙인찍는 효과가 발생하고, 이로 인하여 원고를 성소수자의 인권이나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한 여론의 장에서 배제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판결했다. 성소수자를 겨냥한 혐오표현을 성소수자 인권,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한 필수적인 여론으로 본 것으로 풀이된다.

'뉴스앤조이' 일부 패소 소식에 여의도 순복음교회 계열 국민일보는 <"뉴스앤조이, 동성애 실체 알린 강사·매체에 총 3000만 원 배상하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원고측이 '동성애 실체를 알렸다'는 내용은 판결문에 없지만 법원이 동성애 비판을 가짜뉴스로 모는 언론에 제동을 걸었다며 이 같은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뉴스앤조이'는 "재판부는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은 채 단지 가짜뉴스라는 표현 자체만 문제 삼았다. 그렇다면 가짜뉴스라는 말대신 '허위·왜곡·과장 정보' 혹은 '혐오 표현'이라고 썼으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라며 "'뉴스앤조이'뿐 아니라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수많은 매체가 가짜뉴스라는 말을 썼고 지금도 쓰고 있는데, 이런 것들도 모두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걸까"라고 반문했다. '뉴스앤조이' 측은 항소를 예고했다.

이 같은 법원 판결에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21일 논평을 내어 "우리 사회에서 사실상 최종 심급의 위상을 지닌 사법부가 미디어의 공적 책임을 후퇴시킬 판결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이 판단에 따르면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 이른바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부류에게 '가짜뉴스'라 비판하면 오히려 비판한 사람이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며 "즉 사회적, 역사적 합의가 끝난 국가권력의 폭력이나 인권침해는 물론, 소수자와 약자를 낙인찍고 탄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명백한 허위조작정보라 하더라도 '가짜뉴스'라 부르지 말아야 한다고 법원이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질타했다.

민언련은 "지금 올바른 여론 형성 내지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바가 없고 소수자들을 낙인찍어 여론 형성 내지 공개토론의 장에서 배제시키는 게 대체 누구인가"라며 "진위 여부와 관계 없이 아무 말이나 만들어 소수자‧약자를 낙인찍고 공격하는 이들은 공론장에 참여할 자격이 있고, 그게 바로 ‘가짜뉴스’라고 지적하는 이들은 공론장에서 쫓겨나야 한단 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또한 민언련은 "'뉴스앤조이'에 대한 이번 배상 판결은 최근 이어진 ‘종북’ 표현 관련 판결과 함께, 우리 사회가 합리적으로 ‘가짜뉴스’에 대응하기 위한 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12일 대법원은 민언련을 '종북세력 5인방', '대한민국 안보를 해치는 선전·선동을 해온 단체'라고 한 채널A와 패널 조영환 씨에 대해 '사실 적시'가 아니라 '의견 표명'이라며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허위조작정보를 '가짜뉴스'라고 비판하면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인격권 침해'라는 판결이 나왔다는 비판이다.

민언련은 "'가짜뉴스'라는 표현이 '종북'이라는 혐오 및 배제의 기제보다 심각한 '인격권 침해'라는 사법부 판단 자체가 사법부에 혐오와 허위정보를 판단하는 기준이 엇나갔음을 방증한다"며 "판결들끼리 앞뒤도 맞지 않는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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