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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미디어에 대한 불신, 어디서 비롯됐나JTBC 신년토론이 말하는 '기레기' 담론과 유튜브 시대…"미디어의 정치화, 정치의 미디어화"
송창한 기자 | 승인 2020.01.02 09:21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언론 개혁'이라는 구호는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 수사와 함께 어느 때보다 높게 떠올랐다. 소위 '검찰발 보도' 논란에서 출입처 시스템 등 언론 관행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고, 여론의 확증편향적 언론수용 태도에 '해장국 언론만을 바란다'는 비판적 시각이 뒤따르고 있다. '유튜버'로 대표되는 1인미디어 영향력의 증대로 기성언론의 권위가 도전받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1일 JTBC는 '한국언론, 어디에 서 있나'를 주제로 신년 토론회를 진행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이창현 국민대 교수,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가 토론 패널로 참여해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불신 현상을 진단했다.

1월 1일 JTBC 신년 대토론 <한국언론, 어디에 서 있나> 방송화면.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손석희 JTBC 사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 이창현 국민대 교수.

■ '기레기' 담론… 언론은 왜 불신의 대상이 되었나

'기레기'라는 표현은 기존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불신을 표상하는 단어가 됐다. 이에 대해 토론자들은 '기레기' 표현의 오남용을 경계하면서 단어의 쓰임에 각기 다른 분석을 내놨다.

이창현 교수는 '기레기' 용어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짚었다. 이 교수는 "10여년 전, 이명박 정부에서 언론에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내고 사회에서 비정상적 일들이 진행되는데도 언론이 견제와 비판을 않던 시절에 '기레기'라는 말이 탄생했다. 한국언론이 불신의 대상이 된 시점부터 시작됐다"며 "기자 개인에 대한 멸시라기보다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조롱과 멸시다. 언론이 제 기능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를 겨냥해 비판을 쏟아낸 진중권 교수는 이날도 '알릴레오'를 언급하며 '기레기' 표현의 남용을 우려했다. 진 교수는 "정치적으로 선동된 사람들이 자기 일을 하는 언론을 향해 남용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고, 굉장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예를 들어 '알릴레오'를 듣는 분들은 기자들의 리스트를 만들고 좌표를 찍어 공격한다. 몇몇 네티즌이 그러면 몰라도 이러한 공격이 집단화, 조직화, 일상화, 전면화된 느낌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알릴레오'를 진행 중인 유시민 이사장은 '기레기' 표현이 '품질 낮은 보도'에서 비롯된다고 봤다. 유 이사장은 "왜 기레기라는 단어가 탄생했고 널리 쓰이냐, 제일 중요한 이유는 보도의 품질이 너무 낮아서다"라며 "언론보도의 사실이 정확하지 않고, 중요한 사실을 선택하는 기준이 이해가 안되고, 논리적 추론의 메시지 전달이 논리적으로 납득이 안될 때 수용자들은 여러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 이사장은 "그런데 피드백은 전혀 없고, 문제가 반복될 때 수용자들은 단순 실수가 아니라 고의라고 의심하고 불신한다"며 "'저들은 소통하지 않는다'는 불신이다. 완전히 오보로 밝혀진 경우에조차 사과도 정정도 없는 언론에 대한 불신을 언론 종사자들이 헤아려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준희 교수는 '기레기'를 전문가 권위 상실의 징표로 봤다. 정 교수는 "'기레기'라는 멸칭이 기자만의 문제인가. '판레기', '검레기' 등 모든 종류의 권위를 지닌 전문가에 대해 명칭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부정적 이유가 있다. 폐쇄성, 엘리트의식 등에 대해 권위에 눌려있던 비판적 목소리가 멸칭으로 표현된 것이다. 왜 이 멸칭이 사용되는가를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문제는 권위주의가 아니라 권위까지 무너진다는 것이다. 전문가 얘기를 믿지 않는다"며 "품질 낮은 기사에 대해 '기레기'를 쓴다고 하는데 요즘 나타나는 건 반대다. 유 이사장 책임이 상당하다고 본다. 전체주의 선동의 언어에 세뇌된 사람들이 멀쩡한 레거시 미디어를 공격하면서 기레기라고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 레거시 미디어 위협하는 유튜브, 원인은? 

지난해 시사인이 실시한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에서 유튜브는 가장 신뢰하는 매체 2위로 꼽혔다. 같은조사에서 2017년 0.1%, 2018년 2.0% 신뢰도를 기록한 유튜브는 2019년 12.4%의 신뢰도를 기록했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동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동안 뉴스 관련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시청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한국은 40%가 '그렇다'고 답했다. 조사대상 38개국의 평균 26%를 크게 웃돌았다. 한국의 연령대별 뉴스 관련 유튜브 영상 이용률은 전 연령대에서 40% 전후로 고르게 높게 나타났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이용률이 낮아지는 세계 평균과 다른 양상을 나타냈다. 한국언론계에서 유튜브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들이다. 

1월 1일 JTBC 신년 대토론 <한국언론, 어디에 서 있나> 방송화면

이 같은 현상에 진 교수는 "유튜브 콘텐츠는 신뢰도가 낮은 게 많은데도 신뢰도가 높다는 건 콘텐츠가 판타지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유튜브를 본다는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보는 것이다. 편향성이 강하다"며 "확증편향이 심화되고 공급자도 거기에 따라가게 된다. 진실과 사실을 말하는 것에 대한 보상이 없고, 처벌만 있다. 사실을 말한 사람들은 욕을 바가지로 먹는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유튜브 확증편향 우려에 공감하면서면서도 이 현상의 근본 원인에는 기성언론의 역할수행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고 봤다. 정 교수는 "한국이 유독 편향적인 사회이기 때문이 아니라, 기성매체로부터의 이탈이 심해져가는 부분이 중요하다. 기성매체로부터 기대감을 충족할 수 없다는 생각들이 유튜브를 대안으로 찾는 방식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유 이사장은 "유튜브 이용자들도 기성언론을 같이 이용한다. 그런데도 유튜브를 들어가 여러가지를 뒤지는 이유는 채워지지 않는 호기심 때문"이라며 "이용자들의 갈증에 가닿을 수 있는 콘텐츠를 내보낸다면 유튜브는 소중한 심층정보를 찾는 경로인 것이다. 편향은 실체가 없는 인식으로 그 때문에 대안미디어가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유튜브가 자칫 레거시 미디어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위축이냐, 개선 가능성이냐의 기로에서 언론이 첫 경험을 하는 것"이라며 "위축효과 우려는 충분히 대응해야겠지만 첫 경험의 역사를 좀 더 되새겼으면 한다. 미디어의 정치화, 정치의 미디어화가 유튜브 상황에서 존재하는데 이게 좀 더 언론과 정치를 진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 솔루션 저널리즘과 협력 저널리즘 

이 교수는 한국언론에 대한 불신 해소를 위해 비판을 넘어 대안을 모색하는 '솔루션 저널리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오늘 날 나쁜 일은 좋은 뉴스가 되고, 좋은 일은 뉴스가 되지 않는다"며 "언론은 그저 사회의 일들을 논평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고, 사회적 환경 감시를 한다고 하지만 실은 기관의 보도자료를 전달하는 기능에 충실할 뿐 국민의 가려운 부분을 긁는 것에는 미흡하다"고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그는 "부정의 저널리즘에서 벗어나 긍정의 저널리즘으로 나아가야 한다. '솔루션 저널리즘'이라고 하기도 한다"며 "언론이 삼성, 검찰, 청와대의 해결사는 아니지 않나. 국민의 해결사로 거듭날 때 레거시 미디어와 1인미디어 둘 다 살아나고 '기레기'로 시작했던 언론의 불신 문제를 좀 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한국언론정보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솔루션 저널리즘은 기존 저널리즘이 감시와 비판을 앞세워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는 등 문제만 제기함으로써 사회와 언론에 대한 대중의 불신과 무관심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한다"고 지적했다.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 공동설립자 데이빗 본스타인, 티나 로젠버그는 "문제는 비명을 지르지만 해법은 속삭인다", "세상은 문제를 지적하는 것만으론 바뀌지 않는다"는 말로 이를 압축해 설명한 바 있다. 

정 교수는 언론과 대중의 소통과 협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 교수는 "직업적 저널리스트의 내공은 그냥 쌓인 건 아니다. 사실과 그렇지 않은 것을 끊임없이 구분하는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을 해왔다"면서 "그러나 진리의 담지자는 아니기 때문에 직업적 저널리즘이 과정 상에서 길잡이를 하고 있다는 걸 인정하고 대중들과 소통하는 '협력 저널리즘'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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