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20.7.10 금 11:48
상단여백
HOME 뉴스 뉴스
"이주민 국적 따라 차별 방송", 과연 트집일까민언련, 이주민 출연 예능프로그램 전수 조사…'빈곤의 포르노'부터 동화주의까지
윤수현 기자 | 승인 2019.12.19 17:31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한국 예능·교양 프로그램들이 이주민 국적에 따라 차별적 방송을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주민 출연 프로그램이 동남아권 이주민의 열악한 생활환경을 강조하고, 한국 문화를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9일 <이주민 출연 예능 속 ‘사소하지 않은 차별’> 모니터에서 이주민 출연 예능프로그램 전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EBS <다문화 고부열전>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 KBS <이웃집 찰스>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 every1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대한외국인>, 다문화TV <우리들의 슬램덩크> 등이다. 이번 모니터에는 이주여성 평가단이 함께했다.

사진=KBS <이웃집 찰스>(8/13 199회) 갈무리

조사 결과 한국 예능 프로그램은 동남아권 이주민의 부정적 모습을 강조했다. 동남아권 이주민은 방송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거나 갈등을 빚으며 도움을 청하는 모습으로 표현됐다. 반면 서구권 이주민은 부유하고 유능하게 그려졌다. 민언련은 “이러한 구성은 특정 국가에 대한 편견과 인종차별적 시선을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에게 한국 문화를 강요하는 ‘동화주의’ 행태도 보였다. 이주민 예능은 외국인에게 순댓국이나 매운 음식을 먹이고 “한국 사람 다 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KBS <이웃집 찰스> 진행자는 8월 20일 방송에서 순댓국에 새우젓과 들깻가루를 넣어 먹는 외국인을 두고 “진짜 제대로다”라고 말했다. MBC Every1 출연자는 국밥을 좋아한다는 외국인의 발언에 “한국 사람이네”, “진짜 한국 사람이야. 국밥 좋아하면 끝난 거야”라고 했다. 

민언련은 “어쩌면 국민 대부분은 ‘별 트집을 다 잡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면서 “하지만 외국인은 외국인이다. 아무리 한국에 살고 있어도 그들은 그들의 언어와 식습관 등 자신들의 문화가 있다. 따라서 외국인에게 무조건 한국인화되라고 요구하는 것은 또 하나의 폭력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사진=EBS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6/3 128회) 갈무리

가난을 전시하는 행태도 나타났다. EBS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는 6월 3일 캄보디아 주인공 가족들이 가난하게 사는 모습을 강조했다. EBS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 목욕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줬다. 방송에서 할머니의 상반신은 그대로 노출됐다. 민언련은 “당사자로서 자신의 몸이 노출된 채 목욕 당하는 장면을 불특정 다수가 보는 것을 원치 않을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제작진은 동정심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러한 장면을 거리낌 없이 연출했다”고 강조했다.

민언련은 이러한 방송을 ‘빈곤의 포르노’라고 규정했다. 민언련은 “동남아 이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예능‧교양 프로그램에선 이주민을 가능한 불쌍하게 보이도록 연출하곤 한다”면서 “불쌍한 모습을 과장되고 의도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빈곤 포르노’다. 이 과정에서 촬영 대상의 인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민언련은 “예능‧교양 프로그램에선 이주민, 이주민 가족을 불쌍히 여기고 도움을 베풀어야 하는 시혜의 대상으로 묘사한다”면서 “이는 그들이 우리보다 열등한 존재라는 왜곡된 인식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빈곤 포르노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일방적이고 부정적인 편견을 형성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다문화TV <우리들의 슬램덩크>(7/21 5화) 갈무리

이주민 예능 프로그램에선 ‘다문화’라는 단어가 일상적으로 사용됐다. 2015년 유엔 인종차별 특별 보고관 무토마 루 티에르는 ▲특정 집단을 인종주의적으로 구별하는 ‘다문화’라는 용어의 오용 금지에 대한 금지 ▲방송심의 규정에 인종차별금지에 대한 구체적 서술 등을 권고한 바 있다. 이주민 활동가들은 다문화라는 단어가 ‘다른 문화’라는 인식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민언련은 “비록 다문화라고 하는 호칭이 비하하거나 차별하려는 의도를 갖지 않았을 수도 있고 악의가 없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무관하게 ‘다문화’라는 표현은 다문화인 사람과 다문화가 아닌 사람으로 나누는 경계선이 된다. 특정 출신 국가나 대륙의 사람들을 '다문화'로 불리는 범주 안으로 넣음으로써 개인의 다양성과 정체성을 보이지 않게 만들기도 한다”고 짚었다. 

(관련기사 ▶ "한국 언론, 이주민 차별·배제 조장하고 있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수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편집인 : 임진수  |  개인정보책임자 : 윤희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희상 팀장
미디어스 후원 계좌 안내 : 하나은행 777-910027-50604 안현우(미디어스)
Copyright © 2011-2020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