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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 이주민 차별·배제 조장하고 있다"[이 언론이 사는 법] ⑫ 이주민 목소리 전하는 언론 '이주민방송 MWTV'
윤수현 기자 | 승인 2019.12.16 08:39
편집자주 = 경제에 위기가 없던 적은 없다. 저널리즘의 위기라는 진단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저널리즘은 위기였다. 그러나 경제 호황은 있어도 저널리즘 호황이라는 말은 없다. 다른 영역이기 때문일 게다. 방금 전까지 저널리즘은 ‘언론이 질문을 못 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터널 속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저널리즘 위기는 질문의 방식을 묻는다. 정해진 결론은 없다. 미디어스는 질문의 방식을 묻고 있다고 판단되는 언론에 대해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질문의 방식은 다양하며 다양함 속에 길이 있다고 믿는다.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한국의 ‘단일민족국가’ 환상은 깨지고 있다. 수많은 이주민이 한국에 살아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은 200만 명에 육박했다. 다문화가족 구성원 수는 88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주민에 대한 인식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결혼 이주여성 체류실태 결과' 자료에 따르면, 가정폭력의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2.1%에 달했다. 이주여성들은 가정폭력을 겪고도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가정폭력 시 도움요청 여부에 대해 '없다'는 응답이 '있다'는 응답보다 더 많았다. '주변에 알려지는 것이 창피해서',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몰라서' 등이 이유로 꼽혔다. 또 2017년 이주노동자 임금체불액은 783억 원에 달했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이주민의 생활을 면밀하게 보여주는 언론은 없다. 언론은 서구권 백인 이주민들이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모습, 아시아 국가 이주민이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이주민이 뉴스에 등장할 때는 사건·사고가 대부분이었다.

미디어스는 이주민방송 MWTV 정혜실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주민방송 MWTV는 이주민의 목소리를 전하는 미디어 운동단체다. 정혜실 대표는 “한국 언론이 이주민의 실생활을 제대로 다루지 않고 차별과 배제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언론의 변화를 촉구했다. 아래는 정혜실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정혜실 이주민방송 MWTV 대표 (사진=미디어스)

- 이주민방송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정확히 말하면 미디어 운동단체다. 주류 미디어가 이주민의 목소리를 실어주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우리 스스로 미디어를 만들어보자고 해 2004년 출범했다. 이주민 당사자가 한국에 목소리를 전달한다는 뜻에서 시작했다.

한국에는 많은 이주민이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돈을 받으며 살았다. 불만을 가진 노동자들이 늘어나면서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이에 한국인 활동가와 이주노동자 활동가들이 이주노동자방송을 시작했다. 출범 이후 2011년부터 이주민방송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이주노동자뿐 아니라 이주여성, 유학생, 난민, 청소년 등 모든 이주민을 포괄하려 하고 있다.

- 운영 구조가 궁금하다

재정이 열악한 것은 현실이다. 별도의 수익사업이 없으므로 후원에 의존한다. 사실 전체 후원금을 다 합쳐도 상근 직원 한 명도 커버하지 못한다. 이에 시민방송에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기부금을 축적해 상근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그래도 재정이 부족하면 ‘후원의 밤’을 연다. 운영위원들이 기부를 하기도 한다. 대출도 받고. 사실 빚 위에 서 있는 셈이다. 어려운 상황이다.

사람은 없는데 취재나 기자회견, 토론회는 많다. 소수자 인권은 악화되고 있다. 계획을 꾸려 일을 해야 하는데, 뭘 취사 선택할지 몰라서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재정적 어려움이 우리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재정이 어려우니 상근 직원 고용이 힘들다. 현재는 외부에서 활동가 지원을 받지만 과거에는 지속성 담보가 어려웠다. 급여는 낮고 하는 일은 많으니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활동가들도 버티기 힘들어진다. 언제까지 활동가들의 사명감과 헌신, 희생으로 단체가 이뤄질 수 없다. 그런 건 단기적이다. 많아도 3년이면 활동가들에게 한계가 온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뼈를 갈아서 운영하는 방식은 오래가지 못한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외부의 시각을 확인하고 내부적으로 부족한 점은 도움을 구해야 한다. 다른 미디어 운동단체와 연대해 네트워크도 꾸려나가야 한다.

- 어떤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나

프로그램은 라디오와 TV가 있다. 라디오는 정책적인 이야기와 생활 이야기로 나뉜다. 정책은 이주민 관련 정책을 비판하고 토론하는 내용이다. 뉴스의 형식을 빌려 칼럼·취재 기사 등을 낸다. 생활 이야기는 이주민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가 담긴다. 이주민이 직접 제작을 해 당사자들이 즐길 수 있는 라디오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선주민(일반적 의미에서의 한국인)이 만드는 프로그램이 있고, 이주민이 만드는 프로그램이 있다. 스마트폰이 발전하면서 모든 시민이 생산자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주민 역시 마찬가지다. 이주민들은 당신들의 언어로 본인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작한다. 방식의 제약은 없다.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면 된다. 우리는 초기 교육과 장소를 제공할 뿐이다. 모든 제작과 편집, 콘텐츠 선정은 이주민들이 한다.

사실 이주민들은 한국방송을 잘 안 본다. 한국방송이 이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도 않는다. 실질적으로 필요한 방송이 제공되지 않는 셈이다. 이주민방송은 이주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준다. 임금체납 문제가 발생하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등 말이다. 이런 방송은 이주민에게 큰 호응을 얻는다. 기존 미디어가 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 당사자성이 뛰어난 방송이다

그런 측면이 있다. 당사자들이 제작하는 방송이니까. 우리가 이주민을 위한 방송만을 제작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의 변화를 촉구하는 프로그램도 만든다. 선주민이 우리가 제작하는 방송을 듣고 이주민의 삶을 알아주길 바란다.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선 선주민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 현재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파를 획득하면 더 많은 시청자가 우리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주민방송의 역량, 인력, 재정적 측면을 봤을 때는 부담이 있다. 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전파를 소유하긴 힘들다. 하지만 전파를 공유할 순 있다고 본다. 시민방송 RTV가 대표적이다. 현재 RTV에 우리가 제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 콘텐츠의 질을 담보 받으면 지상파로의 진출도 가능할 것이다. 라디오는 공익 채널에서 편성시간을 받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2019년 10월 개최된 제13회 이주민영화제 MWFF 포스터

- 매년 이주민영화제 MWFF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13회째다

이주민영화제는 2006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대표사업이다. 국내외 이주민 관련 영화를 발굴, 소개하고 있다. 매년 관객 호응도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관객이 없었는데, 지금은 많은 분이 찾아온다. 작품에 따라서는 만석이기도 하다. 자발적으로 영화제를 찾는 관객이 늘어났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많은 분이 영화제를 후원하기도 한다.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좋았던 건 ‘딥 토크’ 시간이었다. 영화 제작자와 전문가가 관객들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의 메시지를 관객에게 직접 전달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영화에 대한 개인적 해석은 한계가 있다. 딥 토크를 통해 깊이 있는 논의가 가능해졌다. 이렇게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게 미디어 운동이 아닐까.

- 언론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 현재 기성 미디어에서 다루는 이주민의 모습은 어떤가

우선 단어 사용에 큰 문제가 있다. 가장 흔히 사용하는 ‘다문화’는 특정 집단을 구분하는 단어다. 2015년 유엔 인종차별 특별보고관은 한국에 “특정 집단을 인종주의적으로 구별하는 다문화라는 용어의 오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주로 아시아 출신의 국제결혼 가정 구성원에게 다문화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 단어의 오용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언론은 다문화가 인종차별적 용어라는 걸 인지하지 못한다. ‘정부가 다문화라고 쓰니 우리도 쓴다’는 변명도 나온다. 언론이 정부의 용어 선택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정부의 잘못된 단어 선택을 비판하고 알리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불법체류자, 혼혈이라는 단어 역시 마찬가지다. 불법체류자라는 단어는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가져온다. ‘미등록이주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

이주민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적을 밝히는 것 역시 위험하다. 대표적 사건이 고양 저유소 화재 사고다. 언론은 용의자의 국적을 밝혔다. 이는 실명을 공개하는 것만큼 위험한 행위다. 또 지난해 인도네시아 친구들이 IS 깃발을 들었다는 이유로 강제추방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언론은 이들의 국적을 밝혔다. 이에 사건과 관련 없는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이 해고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우리 사회가 이주민 배제를 부추긴 것이다.

한국 역시 비슷한 역사를 경험한 바 있다. 간토 대지진 당시 일본인들은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며 학살을 벌였다. 분노의 대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사건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사회와 언론이 이주민을 이주민으로 살게 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 목적으로 희생시킨 셈이다.

- 최근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방송이 늘어나고 있다

결혼 이주여성을 중심으로 하는 방송이 많다. 이주여성이 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보여주며 ‘착한 며느리네’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이주노동자를 보여주는 방송에는 시혜적 관점이 있다.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상황을 보여주고, 이주노동자 고국의 가족을 보여줘 성실함을 강조하는 식이다. ‘이주민은 성실하고 모범적이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방송은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국가의 이주민을 이런 식으로 보여준다.

이주민 자녀들에 대한 방송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에게 ‘엄마는 어느 나라 사람이니’라 묻고, 국적을 강조하는 기사·방송이 많다. 아이의 특수성을 강조해 사건을 만들고 싶은 언론의 욕망이 있는 것이다. 이주민 자녀들은 한국에서 문화적, 사회적 관습을 습득했다. 그냥 한국인인 것이다. 근데 언론은 ‘너희는 한국인이 아니야’라는 인식을 각인시키고 있다. 이는 낙인이고 선입견이다.

반면 서구 유럽국가 출신 백인은 다르게 표현한다. 백인이 한국 음식을 먹고, 한글을 배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백인 선망이 있는 한국인의 내면이 담긴 방송이다. 한국인은 백인에 대한 인정욕구가 있다. 모두 다 바람직한 방송은 아니다.

이주민방송 MWTV

- 포괄적 차별금지법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주민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거두어내기 위해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해 보인다

이미 유엔은 한국에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사람이 사람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담긴 기본법이다.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필요한 덕목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는 기본법이 만들어지면 형사법, 민사법, 노동법 등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 약자가 보호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필수적이다. 일부에선 ‘역차별’을 이야기하는데, 그냥 ‘평등기본법’으로 생각하면 된다.

주요 선진국은 차별금지법과 유사한 법을 가지고 있다. 한국만 없는 셈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없으면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 시민 모두가 똑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니기에 구조에 의한 차별을 개선할 수 있는 방지책이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이 시작된 지 10년이 흘렀다. 초창기에는 운동 진영 일부가 모여 제정 운동을 했지만, 이제는 단체·지역별로 많은 사람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다.

- 이주민방송이 바라보는 한국 언론은 어떤가?

이념 양극화가 심하다. 보수적인 사람은 TV조선 등 보수 매체만 보고, 진보적인 사람은 JTBC, 경향신문 등 진보 매체만 본다. 서로 소통하지 않고 다른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확증편향이 심해지고 있다. 그럴 때일수록 당사자성이 담긴 매체를 보는 것이 필요하다. 여성, 장애, 노동자, 이주민 등 소수자가 자신들의 이슈를 직접 말하는 매체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 경향신문, 오마이뉴스처럼 소수자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들어주는 매체가 있어야 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도 필요하다. 언론 권력화는 오래된 일이다. 다만 정권이 적당한 신호를 보내주면 언론도 조금은 바뀔 수 있다. 문제는 문재인 정권이 진보적인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동성애 인권을 위한다면서 동성혼은 반대하는 정부 기조, 이주노동자 감축 대책을 마련한다는 조국 전 장관 등이다. 이런 메시지는 보수 세력에 힘을 실어준다. 

- 그런 상황에서 이주민방송이 지향하는 목표는 뭔가

이주민의 입장을 대변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내보내는 것이다. 이주민,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은 시민, 인권 관련 단체에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 이들이 우리 방송을 보고 뭘 느끼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주민에 대한 인식이 퍼진다면 선주민과 이주민이 연결될 수 있다. 이게 이주민 방송의 역할이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어떤 미디어 프로그램을 봐야 하는지 취사 선택의 능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디어를 통해 가짜뉴스는 왜 가짜뉴스라 불리는지, 혐오란 뭔지를 배워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차별적 시각이 어느 정도 사라질 수 있다.

언론은 보도준칙만이라도 잘 지켰으면 좋겠다. 현재 각종 보도준칙과 심의규정이 있다. 건강한 미디어를 만들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그런데 지켜지지 않는다. 방송심의 시스템도 허술하다. 기사 쓰기 전 보도준칙을 한 번만이라도 읽어봤으면 한다.

방송심의의 경우 당사자성이 필요하다. 방송심의 시스템에 소수자들의 입장이 담겨야 한다. 모니터링 요원에 한국어를 잘하는 이주민이 들어가고, 차후에는 위원에 이주민이 포함됐으면 한다. 각 방송국 시청자위원회나 자체 모니터링에도 이주민이 들어가야 한다. 이주민의 지적과 시각이 방송에 녹여져야 한다. 언론이 어떻게 하면 이주민을 대상화하지 않고 동등한 시민으로 여길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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