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 유승민 의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과 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막겠다고 밝혔다. 공수처 설치는 유 의원의 2017년 대선 공약이다.

또 유 의원은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동시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주장했다. 유 의원은 대선후보 시절 박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사법적 판단 이전까지 논의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 의원은 21일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내 소속 의원들과 회동해 입장을 정리했다며 "현재 여권이 추진하는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법안에 반대하며 12월 초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까지 이 법안을 막아내는 소명을 다한 뒤 탈당과 신당 창당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10월 21일자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인터뷰. 종합 01면, 정치 04면.

유 의원은 공수처법과 관련해 "우리는 공수처에 기본적으로 반대한다"면서 "'권은희 의원 안'이 민주당 안보다 훨씬 낫지만 여전히 집권세력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공수처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선거법 개정과 관련해선 "'게임의 규칙'으로 여야가 각자의 안을 들고 모두 참여해 합의로 처리하는 게 원칙"이라며 "군사정권 시절에도 이렇게 야합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변혁' 멤버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공수처법 우선처리 주장에 선거법을 우선처리하기로 한 기존합의와 맞지 않다며 "민주당이 선거법 합의 처리를 약속하면 공수처법은 우리 당 '권은희 의원 안'을 바탕으로 한 수정안을 먼저 표결하는 걸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한 것과 대조적이다.

유 의원은 2017년 대선후보 당시 공약으로 공수처 설치를 주장했다. 당시 홍준표 한국당 의원을 제외한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등 주요 대선후보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통합한 공수처 설치에 동의했다. 이 중 유 의원은 국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형태의 공수처 설치를 주장했다. '변혁'에는 유승민·안철수계 의원 15명이 참여하고 있다. 유 의원과 안철수 후보 모두 공수처 설치를 주장했던 인물들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수처법의 국회 통과를 막겠다고 천명한 '변혁' 의원들의 입장은 이전과 180도 달라진 것이다.

이 같은 입장과 함께 유 의원은 '변혁'의 바른미래당 탈당과 신당 창당 시점을 12월로 공식화하고, 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열어뒀다. 유 의원은 이른바 '보수통합' 요구에 대해 "지역구인 대구에 갈 때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면서 "하지만 단순히 합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보수 정치의 목표가 '반문(反文)'만이 될 순 없다는 얘기"라고 운을 뗐다.

이어 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유 의원은 "자유만 얘기하는 '외눈박이' 보수로는 안 되고 공정·정의·평등·복지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황교안 대표의 한국당이 이런 변화에 동의하고 우리와 마음을 터놓는 대화를 한다면 통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엔 '사면'을 주장했다. 유 의원은 "탄핵에 찬성했지만 개인적으로 그분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국민통합과 나라의 품격을 위해선 재판이 끝나면 당연히 사면돼야 한다"고 했다.

유 의원은 대선후보 시절 박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저는 법치에 대해 누구보다 엄격하다. 사법적 판단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려 보겠다"며 "그때 가서 국민의 요구, 시대적 상황을 다 봐서 결정하겠다"고 말해 사법적 판단 이전의 사면논의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안철수 후보도 "재판이 시작되지 않았는데 너무 앞서간 이야기"라면서 "저는 사면권은 남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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