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를 사유화해 자신의 딸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SOK가 별도 공모 없이 나경원 원내대표 딸을 글로벌 메신저로 선정했고, 나 원내대표는 SOK의 법인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다.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은 “나경원 원내대표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SOK 사유화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신동근 의원 질의서에 따르면 나 원내대표의 딸은 스페셜올림픽 폐막식 축사,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공연 등을 진행했다. SOK는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의 스포츠·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하는 비영리 국제조직이다

(사진=SOK 홈페이지 캡쳐)

신동근 의원은 이런 활동이 나경원 원내대표의 SOK 사유화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SOK 회장직을 역임했다. 현재는 SOK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신동근 의원은 “2014년 SOK가 별도의 공모 절차 없이 나 원내대표 딸을 글로벌 메신저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면서 “공교롭게도 나 원내대표는 2011년 이후 지금까지 SOK 이사회 임원을 맡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동근 의원은 “심지어 나 원내대표 딸은 글로벌 메신저 자격으로 SOK 당연직 이사를 맡고 있다”면서 “이사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SOK 운영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됐다. 회장이었던 나경원 의원의 SOK 내 입지가 딸에게 세습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신동근 의원은 나 원내대표의 딸이 국제행사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성신여대 교수인 이 모 씨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동근 의원은 “스페셜올림픽 관련 문화예술사업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이 모 씨(기타리스트,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라면서 “이 씨는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에서 개·폐막식 예술감독을 맡았다. 나 원내대표 딸이 UN 본부에서 공연할 때, 그 공연을 지휘한 사람이 이 모 씨”라고 했다.

신동근 의원은 SOK 법인화 과정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장애인체육 가맹단체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제고하겠다’면서 법인화 지원사업을 실시했다. 그해 SOK는 문체부 예산지원을 받았다.

(사진=2015년 회계연도 예산안 심의 당시 예결위 소위자료)

신동근 의원은 “2015년 회계연도 예산안 사업설명자료에는 장애인체육 법인화 지원사업 예산이 명기돼 있지 않았다. 그런데 교문위에서 이상일 의원이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SOK 전신) 관련 예산 15억 8300만 원 증액’ 의견을 냈다”면서 “당시 예결위원이었던 나경원 원내대표는 ‘장애인 가맹단체 법인화 지원을 위한 예산 20억 원 증액’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신동근 의원은 “그 결과 스페셜올림픽위원회 법인화 10억 원의 신규 예산이 확정됐다”면서 “소위 ‘꼬리표’를 다는 방식으로 법인화 예산이 확정됐다. 당초 나경원 원내대표는 단체를 특정하지 않았는데,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SOK를 법인화하기로 아예 확정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동근 의원은 “그런데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는 이미 사단법인이었다”면서 “사단법인을 또다른 사단법인으로 변경하는 것이 무슨 ‘법인화’인가. 또 법인화 지원 예산 10억 원은 SOK의 통장에 고스란히 있다”고 밝혔다.

신동근 의원은 “SOK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문체부는 SOK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버텨도 속수무책”이라면서 “SOK에 대한 감사나 검사, 조사도 한 적 없다. (SOK의) 법인화 지원 예산집행의 적절성 등을 포함해 SOK 운영 전반에 대하여 감사하고, 그 결과를 보고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감사 준비 기간이 필요하고 통보를 한 후 감사를 하게 되는데 시간이 빠듯하다”면서 “감사실에 확인해서 별도로 보고를 드리겠다”고 답했다. 안민석 문체위 위원장은 “스페셜올림픽 관련 문제가 제기돼 회장이었던 나 원내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경원 원내대표 아들의 ‘학술 포스터 제1저자’ 논란에 대해 “교육부가 감사할 수 있는 사안인지, 확인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나경원 원내대표 아들은 미국 고등학교에 다니던 2014년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인턴을 하고, 다음 해 국제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의공학 포스터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미디어스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의원실에 수차례 연락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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