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MBC가 개편을 이유로 방송작가를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해 논란이 불거졌다. 24일 MBC보도국 시사프로그램인 <뉴스외전>에서 일했던 A 방송작가와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는 서울 상암동 MBC본사 앞 1인 시위에 나섰다.

해당 작가와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는 “추석 연휴 다음날 사무실에 출근한 작가는 계약기간이 연말까지 명시된 계약서에 서명했음에도 당일 계약해지를 통보 받았다”며 “일주일 전에 일방적으로 통보하면 계약해지를 할 수 있는 계약서를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24일부터 MBC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방송작가 A씨 (사진=미디어스)

A 방송작가는 지난해 8월부터 1년 넘게 <뉴스외전>에서 일해왔다. 추석 연휴 다음 날이자 <뉴스외전> 개편 첫날이었던 16일, 오전 아이템 회의에 참석한 A 작가는 업무를 배정받지 못했다. 또한 회의에는 처음 보는 작가가 함께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새로 채용된 후임 작가였다.

A 방송작가는 전체 아이템 회의가 끝나고 나서야 <뉴스외전> 팀장으로부터 “이번 개편에 따라 함께 일할 수 없게 됐다”는 내용의 계약해지 통보를 구두로 받았다.

A 방송작가는 “개편 당일까지 아무것도 몰랐다. 심지어 준비한 아이템을 소화하기 위해 계약해지 통보받은 다음 날에도 출근했다”며 “개편을 준비하는 동안 작가들은 의사결정에서 배제됐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계약해지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더니 팀장님은 되려 ‘일주일 동안 정리할 시간을 주면되냐’ ‘절차상에 문제는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A 방송작가는 “20년 넘게 작가 일을 하며 이 같은 일을 안 당해 본 건 아니다. 하지만 MBC는 방송 정상화를 위해 투쟁하셨던 분들이라 아픔을 경험하며 달라졌을 거라 기대했다”며 “프리랜서는 언제든지 자를 수 있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계약서를 작성하면 뭐하나. 일방적으로 해지통보를 내놓는 상황에서 일주일 시간을 주겠으니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게 맞냐. 그들은 여전히 방송 갑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MBC 측은 위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MBC가 작가들과 맺은 계약서 8조 ‘계약의 해지’ 조항에는 “갑 또는 을은 마지막 방송 제작일 7일 전에 예고하고 본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MBC와 방송작가 간에 계약해지를 자유롭게 해왔고, 일주일의 시간을 주었으니 계약 위반은 아니라는 것이다.

MBC 보도국 관계자는 “실무팀에서 개편 과정에 더 적합한 작가를 원했기 때문에 (계약해지를) 진행했다. (작가가) 부당한 행위를 당했다면 문제이지만 업무상 평가와 관련된 부분에 따른 결정이었다. 사규와 규정에 따라 봤을 때 어긋나게 처리한 건 없다”고 했다.

작가들이 맺은 MBC 계약서 (출처=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하지만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는 24일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MBC와 작가가 맺은 계약서는 부실하기 짝이 없는 계약서”라며 “계약해지를 일주일 전에 일방적으로 통보하면 갑이 임의로 계약을 해지해도 무방하게 돼 있다. 작가에겐 해고나 다름없는 계약해지를 ‘갑’인 방송사가 마음껏 할 수 있는, 한마디로 갑질 계약서”라고 지적했다.

이윤정 방송작가유니온 수석지부장은 “동료에 대한 해고 방식이 비인격적”이라며 “SBS는 작년 ‘뉴스토리 작가 해고 사태’ 이후 4주 전 서면 통보 조항을 넣었고 KBS도 이를 따르고 있는데 MBC 집필 계약서에는 그 기간이 일주일이다. 1년을 함께 일한 이에게 적어도 4주 전에는 통보를 해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계약서가 전혀 프리랜서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캐나다는 ‘계약종료수당’이라고 해서 남은 계약 기간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해준다. 지금의 계약서는 위로금은커녕 프리랜서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방송작기지부와 A 작가는 해당 작가 업무 복귀,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새로운 계약서 마련 등을 MBC에 요구한 상태다. 특히 <뉴스외전> 패널과 일부 작가는 A 작가 문제로 출연-집필 거부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같은 요구사항에 대해 MBC 측은 “프리랜서와 표준계약서를 작성하자는 논의가 몇 해 전부터 있었고 실제로 10월부터 이를 적용하기 위해 작가들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프리랜서와의 계약에 있어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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