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심상정 비대위’가 승부수를 던졌다.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회는 26일 워크샵을 갖고 내달 3일 열릴 전당대회에 상정할 안건을 확정하고 이를 27일에 공개했다. 비대위가 공개한 ‘평가와 혁신’안과 ‘18대 총선 비례대표 선출방안’은 예상보다 훨씬 ‘과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 심상정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장. ⓒ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비대위는 먼저 ‘평가와 혁신’안에서 이른바 ‘편향적 친북 행위’를 지적했는데, 그 도마에 오른 것은 소위 ‘일심회’사건과 ‘북핵자위론’ 발언이다.

예상보다 ‘과격한’ 방안 나와

먼저 비대위는 ‘일심회’ 사건에 연루된 최기영, 이정훈 당원을 ‘제명’키로 했다. 애초 일심회 사건은 그 사실관계가 복잡하고, 국가보안법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입장을 고려하여 ‘당기위’ 등 법률검토가 가능한 기관에 판단을 요청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었다.
그러나 비대위는 이를 당 대의원대회에 안건 형식으로 상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비대위가 판결문 검토 등을 통해 최기영 당원 등의 ‘해당(害黨)행위’를 증명할 수 있는 물증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또 다른 ‘친북 행위’로는 북핵실험을 둘러싼 정치논쟁이 꼽혔다. 비대위는 이용대 당 정책위의장의 ‘북핵 자위권’ 발언과 지난 대선 당시 제출된 ‘미군 철수 완료시점에 북핵무기 폐기 완료’ 정책을 강령 위반 사례로 들었다.
그러나 이는 특정한 시기의 정책을 반핵이라는 당 강령에 기계적으로 대입한 것으로 다소 무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북의 핵무기에 자위적 성격이 있다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다양한 인사들이 내놓은 인식이었기 때문이다. 북핵 폐기의 시기를 미군철수와 연계시킨 것도 다양한 북핵 폐기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결국 비대위는 ‘거두절미하고 무조건 핵은 안돼’라는 근본주의적 입장을 취한 셈이다. 자주파의 한 인사는 “이런 식이라면 그 동안 민주노동당이 의회 활동의 ‘성과물’이라고 내세워왔던 대부분의 법안도 근본주의의 덫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를 테면 심상정 의원이 주도해 찬성표결을 한 대부업법 같은 것도 ‘강령 위반’이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비례대표 전략공천도 예상보다 폭이 넓어

비대위는 또 비례대표 후보 공천과 관련해 비례대표 1번부터 8번까지의 순위를 모두 전략추천명부에 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2일 중앙위원회가 심상정 비대위에 전권을 위임한 것은 전략공천 주장을 인정한 것이긴 했지만, 당시에도 전략추천이 당헌상의 당원 직접선출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었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 당선권으로 예상되는 4~5번을 넘어 8번까지를 모두 ‘낙점’형식으로 세우는 것은 심상정 비대위원장이 의원직 ‘독식’에 욕심을 낸다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벌써부터 비대위의 방안이 관철된다면 당원 직선으로 치러지는 비례대표 선출 선거는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불평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대의원들이 비대위의 방안을 받아들일 지 여부는 미지수다.

작년의 민주노동당 대회에서의 의견분포를 보면 범자주파가 과반에서 2/3에 조금 못미치며, 범평등파가 1/3을 간신히 넘는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민중참여경선제 등에서 이같은 의견분포는 확인된 바 있다.

심상정 비대위가 당대회라는 파도를 넘자면 범자주파의 일부라도 설득할 수 있는 의견을 내놓아야 하는데, 이번에 내놓은 안은 오히려 예상보다 더 강경한 안이라는 것이다. 특히 90년대 이후에도 계속해서 국가보안법에 의해 탄압을 받아왔던 ‘자주파’로서는 최기영 당원 출당 건 등은 정서적으로라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평가다.

다른 변수가 없는 한 비대위가 이날 발표한 방안은 당 대회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없어보인다. 더구나 비례대표 선출 방안의 경우는 2/3 지지를 받아야 하는 당헌 개정사안이라는 점에서 더욱 통과가능성이 낮다고 할 수 있다. 심상정 비대위가 이같은 ‘과격한’ 제안을 내놓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기사입력 : 2008-01-27 12:41:51 최종편집 : 2008-01-28 10:55:34

미디어스 기사제휴 / 문형구 기자 mun@voiceofpeople.org (민중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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