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1조 원대 사기행각으로 1만2000여 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IDS홀딩스가 뉴스1에 기사 삭제를 청탁한 정황이 포착됐다. 미디어스가 입수한 검찰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IDS홀딩스 관계자가 홍선근 머니투데이그룹 회장, 뉴스1 간부들을 잇따라 만난 뒤 기사가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뉴스1은 IDS홀딩스의 사기행각을 사건 초기부터 꾸준히 보도했다. 뉴스1은 2014년 11월 13일 <'압구정 미꾸라지'의 KR선물 산 회사 대표 사기혐의로 기소> 기사를 시작으로 2014년 11월 24일 <'압구정 미꾸라지' 선물사 새주인 사기로 공판…주인 또 바뀔판>, 2015년 2월 6일 <김성훈 IDS대표 "733억, 투자가 아니라 단순히 빌린 돈">, 2015년 3월 15일 <733억 사기 의혹 IDS 김성훈 대표 "사업 정리하겠다">, 2015년 5월 5일 <판사 앞에선 안한다더니…'사기 혐의' IDS홀딩스 계속 자금모집>, 2015년 5월 6일 <검찰, IDS 김성훈 대표에 "투자 실행 안됐다" 유죄 입장>, 2015년 5월 6일 <IDS김성훈 대표 '폰지사기정황' 드러나…檢, 7년 구형>, 2015년 5월 8일 <사기 혐의 회사 대표 투자설명회…취재기자에 폭행 후 "밤길 조심" 협박>, 2015년 5월 12일 <김성훈 IDS 대표, 적격성 심사 없이 KR선물 불법인수 의혹> 등 수 차례 고발 기사를 작성했다.

그러나 IDS홀딩스 사기사건에 대한 뉴스1의 당시 고발 보도는 현재 찾아볼 수 없다. 뉴스1 기사가 삭제된 이유는 검찰 수사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 26일 미디어스가 입수한 검찰 수사보고서에서 IDS홀딩스가 뉴스1에 기사 삭제를 청탁한 정황이 다수 포착됐다.

▲뉴스1 로고. (사진=뉴스1 홈페이지 캡처)

미디어스가 입수한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와 IDS홀딩스 회장 직함을 가진 A씨와의 카카오톡 메시지 내역이 담겨 있었다. A씨는 IDS홀딩스의 대외관리 업무를 담당했었다. 해당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김 대표가 A씨를 통해 자신들의 사기행각을 보도한 뉴스1의 간부들을 접촉해 고발기사를 삭제한 정황이 드러나 있다. 이들은 뉴스1 기사 삭제를 위해 뉴스1 간부를 만난 내용을 공유했고, 취재기자를 매장시켜버리겠다는 험악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

*2015년 5월 19일

A : 뉴스1 유OO국장·강OO 부장 만나서 기분좋게 김 대표가 준 술 다 먹고, 월요일 강OO·강OO 부장 우리 회사 방문해 마무리하자고 했어요. 돈 이야기는 안 했고 회사끼리 윈윈하기로 했어요. 오늘 분위기 화기애애 기분 좋게 헤어짐. 일 잘 보고 오세요~~^^

*2015년 5월 20일

김성훈 : 네 회장님.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들을 회사 사무실에 들여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성재 변호사 오라고 해서 상의를 해보심이 어떨지요. 이OO 상무님께도 어제 이후 뉴스원 분위기도 슬쩍 파악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놈들을 믿기 어렵습니다.

A : 그럴 정도는 아닌 듯한데, 좀 더 심사숙고하지요. 유국장이 도와주려는 의도는 확실해보였어요. 강OO이는 까칠해보이나 대화 나누는 속에서 fx에 대해 모르고 있었고 강OO 기자 존중하는 차원에서 서로 인사 나누는 자리로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아무리 나쁜 놈이라 해도 그 정도는 안 될 것 같아요.

(A씨가 유OO 국장에게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메시지 전달)

A회장님, 반가웠습니다! 앞으로 많이 협력하는 관계가 됐으면 합니다! 유OO 국장

김성훈 : 네 알겠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조심하시죠. 기자들이란게...

*2015년 5월 26일

A : (A씨가 뉴스1 관계자로부터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메시지 전달) 회장님! 강OO 부국장과 강OO 기자 방문은 29일 후로 미루자고 했습니다. 물론 그때까지 기사도 홀딩하자고 했습니다.

*2015년 6월 11일

A : 김 대표 바쁜가봐요. 오늘 머니투데이 홍성근(홍선근의 오기로 밝혀짐) 회장하고 운동중입니다. 기사 어제 다 내리기로 했는데 유국장이 입원해서 월요일 다 내리도록 합시다~~^^

*2015년 6월 17일

A : 김대표 오늘 뉴스원 기사 내린다 합니다~ 오후에 회사 갑니다 ^^

*2015년 8월 7일(김성훈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후 시점)

A. : 김 대표 저녁에 뉴스1 기사 내려갑니다. 일 잘 보고 와요~^^

*2015년 8월 8일

김성훈 : 뉴스1과 네이버에서는 삭제된 게 맞습니다. www.diodeo.com이라는 사이트에서 뉴스1기사를 무단으로 퍼다쓴 거네요. 기사 도용한 거니까 지워달라고 연락해야겠군요.

http://m.news1.kr/news/category/?detail&2079399&15
이거 하나 안 내려갔습니다.
나머지는 전부 내려갔습니다.
이거 하나 빼고요.
뉴스원 홈페이지에서 내려야 다른데도 내려집니다.

A : 김대표 조치되었어요~^^

김성훈 : 두군데 정도는 강OO(뉴스1 취재기자)이가 시켜서 게재되어 있는 거 같습니다. 기왕 할 때 확실하게 해당 업체에 요청해서 기사 내려달라고 이게 확실합니다.

A :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김성훈 : 네 알겠습니다. 머니투데이 방송에서 저희 회사를 심층 취재 하려고 한다는 정보가 있어서 제가 월요일에 그쪽 방송국에 들어가서 이야기 해보기로 했습니다. 참 쉬운 일이 없네요.

A : 홍선근 회장에게 부탁해보자구요~^^

*2016년 2월 11일

A : 뉴스1은 내가 강력히 홍선근 회장 찾아가 항의해서 강OO이를 매장시키도록 합시다.

김성훈 : 참 어이없습니다. 강OO이는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구속을 못시키면 건드리는 게 의미가 없습니다. 차라리 손해배상 청구소송 내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내일 좀 더 상의를 해보겠습니다. 정말 하루도 편할 날이 없네요.

홍선근 머니투데이그룹 회장(연합뉴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이 같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근거로 "A는 김성훈으로부터 IDS홀딩스 관련 부정적인 기사 무마 등의 청탁을 받으면 평소 알고 지내던 언론계·정치권 인사들을 통해 언론사 부·국장은 물론 언론사 대표까지 만나 지속적으로 술·골프 접대 등을 하면서 기사 무마의 대가로 광고비 명목 등의 금품을 제공한 정황이 다수 발견된다"며 "이는 IDS홀딩스와 관련된 불리한 기사가 보도되지 않도록 뉴스1 부·국장에게 금품로비를 하였다는 구체적인 정황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 남아있는 기사 중에서 IDS홀딩스의 유사수신 등 불법행위를 최초로 고발하는 기사는 2015년 6월 19일 1심 선고로부터도 한참 뒤인 2015년 11월 22일 '유사수신 판결, IDS홀딩스, 왜 성업중일까'라는 기사로서 그 이전의 기사들은 모두 삭제되었음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A가 '홍성근 회장한테 부탁해보자구요'라고 말하는 '홍성근'은 뉴스1을 자회사로 가지고 있는 머니투데이 대표이사인 '홍선근'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성훈은 수많은 언론사가 IDS홀딩스가 유사수신업체임을 고발하는 기사를 취재하거나 실제 기사 게재를 하였으나 언론계 인사와 교류하는 A를 통해 기사 무마의 조건으로 광고비를 지원하거나 심지어 해당 기자를 폭행하는 방법으로 기사가 삭제되도록 사주하였다"고 결론내렸다.

실제로 뉴스1에 기사 삭제를 대가로 광고비가 집행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IDS홀딩스 전직 관계자는 미디어스에 "KR선물을 통해 기사를 삭제하는 대가로 뉴스1에 5000만 원 광고비를 집행했다"고 말했다.

뉴스1이 IDS홀딩스로부터 고발기사 삭제를 청탁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미디어스는 지난 2015년 6월 경 IDS홀딩스 모 지점의 영업자 설명회 녹취록을 단독 입수해 관련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 IDS홀딩스, 뉴스1에 고발기사 삭제 청탁했나)

당시 IDS홀딩스 지점장 전 모 씨는 영업자들에게 "뉴스1 기사는 사라질 것"이라며 "회장님(A씨)도 오셔서 저한테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전 씨는 "회장하고 술 먹었어. 머니투데이 회장하고. 있는 기사 다 내려갈 거야"라고 말한 A씨의 발언을 전했다.

검찰의 수사보고서에 언급된 뉴스1 전현직 간부들은 당시 다툼이 있는 사안에 대해 IDS홀딩스로부터 압박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뉴스1 국장으로 현재 머니투데이 계열사 사장을 맡고 있는 유 모 대표는 미디어스와 전화통화에서 "해당 기사들은 IDS홀딩스와 다툼이 있는 기사였다"며 "나중에 수사가 이어질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IDS홀딩스 측에서 변호사까지 대동하고 고소하겠다고 했고, 심지어 우리 기자와 몸싸움도 있었다"며 "다소 난처한 상황에서 압박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부장으로 머니투데이 계열사 편집국장을 맡고 있는 강 모 국장은 "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술자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변호사가 배석해 틀린 얘기를 쓴다며 소송할 것이라고 험악하게 나왔던 기억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홍선근 회장은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뉴스1 취재기자였던 강현창 기자의 생각은 달랐다. 강 기자는 "당시 취재 과정도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었으며, 기사의 내용도 변호사를 대동해 압박해왔다고 삭제할 내용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사가 삭제된 후 700억 원 규모였던 IDS홀딩스가 세력을 키워 1조 원이 넘는 대형 사기사건이 된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