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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만찬>에서 말한 ‘아이고 사건’, 알면 기막힐 사연[미디어비평]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9.04.27 11:03

제주에는 제삿날이 같은 집이 많다. 이유는 집단학살이었다. 기가 막힌 사연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아주 긴 세월 동안 그 아픔과 분노를 드러낼 수 없었다. 가만히 있어야만 했다. 침묵과 인내는 강압되었다. 눈물마저 금지됐다. 그 사연을 잠깐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메어지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말도 못한 세월 70년을 견뎌야 했다. 어디 견딜 만해서 견뎠겠는가. 

제주 사람들이 통곡과 눈물마저 숨겨야 했던 이유가 있었다. 울지도 못하게 했었기 때문이다. <거리의 만찬>에서 지난주에 이어 제주 4·3 이야기 2부에 지나치듯 소개된 ‘아이고 사건’의 사연은 알고 나면 기가 막힐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역사적 사실들은 지명이나 날짜로 기록된다. 그러나 이 사건에 유독 ‘아이고’라는, 우리 민족 특유의 의성어가 붙은 이유를 알고는 그야말로 “아이고”라는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다.

KBS 1TV <거리의 만찬>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 2부

이 사건은 시작과 결말에 아주 긴 시간의 틈이 존재한다. 일단 원인이 되었던 사건은 1949년 1월 17일 벌어졌다. 제주에 주둔 중이었던 부대가 무장대의 기습을 받았고, 2명이 숨졌다. 사망한 군인들은 수습되지 않고 거리에 버려졌다. 사람으로서 그럴 수 없는 일이기에 마을 어르신 몇 명이 시신을 수습하여 부대로 찾아갔다. 

마을사람들의 친절과 수고에 대한 보답은 학살과 방화였다. 하급장교들은 시신을 수습해온 주민들을 모두 사살하고, 마을을 찾아가 집 300채에 불을 놓았다. 마을은 삽시간에 초토화되었다. 뒤늦게 지휘관이 학살을 중단시켰으나 이미 400명의 무고한, 그야말로 무고한 희생자가 눈도 감지 못할 한을 안고 세상을 떠난 뒤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북촌리 사람들은 자진해서 참전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빨갱이마을’의 오명을 씻고 싶었을지 모를 일이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마을에서는 전몰자 청년의 ‘꽃놀림’을 거행했다. 꽃상여를 메고 마을을 도는 추모행사였다. 상여가 학교 운동장에 도착했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그곳에서 억울하게 죽은 가족이고, 친지이고, 이웃이었던 사람들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었고, 여기저기서 “아이고 아이고” 울음이 터져 나왔다.

KBS 1TV <거리의 만찬>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 2부

마을사람들의 곡소리는 경찰에 보고되었고, 그렇게 울었다는 이유만으로 이장 등 마을주민이 경찰에 끌려갔다. ‘아이고 사건’의 내막이다. 이 사건은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의 모티브가 되었다. 그러나 소설은 1979년 출간되었지만 판금되었다. 1994년이 되어서야 출간이 허락되었다. 이렇게 눈물마저 금지당했던 세월은 이승만 정권에 국한되지 않았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고서야 비로소 햇볕을 쬘 수 있었다. 그리고 70년이 지나서야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회복이 시작되었다.

제주 4·3은 그런 긴 세월의 금기 속에 알려서도, 알아서도 안 되는 일로 굳어졌다. 제주 사람들조차 모르는 것이 제주 4·3이었다. <순이삼촌>의 저자이자 대표적인 4·3 작가로 통하는 현기영은 자신의 문학을 “기억의 투쟁”이라고 했다. 그의 일련의 작품들이 독재정권에 의해 자행된 학살과 이후 기억마저 강제로 지우려는 재갈 물리기에 대한 저항이기 때문일 것이다. 

두 주간에 걸쳐 <거리의 만찬>이 제주 4·3 생존자들의 육성을 들려준 것은 그래서 결코 작지 않은 용기의 행동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매년 4월이 되면 뉴스에 나기는 해도 워낙 모르기 때문에 흘려들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게, 제주 4·3의 그 아픔을 단면이나마 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눈물마저 금지되었던 세월을 다 견딘 이들에게 아주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었다. 우리라고 특별한 것 없다. 그저 그 세월의 다 하지 못한 이야기일망정 끝까지 들어준 것만도 지난 세월을 생각한다면 큰일 한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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