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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동 꿈꾸던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어쩌다 적폐청산의 선봉장이 되었나[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9.04.10 15:54

그가 공무원이 된 목적은 '무사안일'이었다. 그래서 '복지부동'으로 일관하려 했다. 그렇게 6년을 보냈다. 자신을 찾아와 호소하는 노동자들의 하소연에 질끈 눈을 감았다. 좋은 게 좋은 거니 서로들 말로 해결을 해보시라고 했다. 알바생의 시급을 떼어먹은 점주를 '감독'하는 대신, 알바생에게 봉투를 주며 어차피 돈 받기 힘들다고 억울하면 공부 열심히 해서 이런 대접 받지 않게 살라는 계면쩍은 핑계를 댔다. 

그런데 딸아이가 '아빠가 부끄럽다'고 했다. 하필이면 그가 감독해야 할 운수회사에서 이제는 운수 노동자가 된 오래 전 제자를 만났다. 돈 3000원 때문에 '버스비 횡령'으로 해고될 처지의 제자는 그간 못 받은 돈도 돈이지만 억울하다 했다. 두 눈 질끈 감고 살려고 했는데, 그게 맘처럼 쉽지 않다. 아니 애초 '복지부동'으로 살기엔 그의 피가 너무 뜨거운 탓이 아닐까? 한때 조장풍으로 날렸던 전직 유도선수에 전직 선생님이었던 근로감독관 조진갑말이다. 

적폐 청산의 주역이 된 감사와 근로감독관 

MBC 월화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MBC 주중 미니시리즈는 '적폐 청산'의 시대다. 월화드라마 <더 뱅커>가 대한은행을 배경으로 '정재계의 카르텔'에 날을 세우더니, 그에 이어 수목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명성 그룹을 주축으로 미리내 재단, 성도 운수 등 재계의 카르텔을 저격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바로 그 적폐 청산의 선봉에 선 ‘당사자들’이다. <더 뱅커>가 전직 사격선수에 별정직 사원으로 은행에 입사한 고지식한 은행원이었다가 행장의 복심으로 감사가 된 노대호(김상중 분)라면,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조진갑은 공교롭게도 전직 유도 선수에 의협심이 강해서 선생을 그만 두게 된 공무원 조진갑이다. 

말끝마다 아재 개그를 남발하는 자타공인 썰렁한 아재 노대호나, 전작인 <손 the guest>와의 캐릭터 차별성을 위해 장장 10KG를 찌워 돌아온, 초등학생 딸까지 둔 조진갑은 말 그대로 '아재'들이다. 그리고 그저 맡은 바 일을 충실하게 해내며 자신의 직업에서 정년을 맞이하고 픈 평범한 직장인들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의 먹고사니즘의 근원이 된 바로 그 '일'이 그들을 '정의'의 선봉으로 밀어버린다. 

회계부터 업무 전반에 걸쳐 '감사'를 하는 은행 감사 일의 성격적 특성으로부터 그 일을 '제대로' 하는 과정에서 적폐의 카르텔과 맞닥뜨리게 된다면, 조진갑의 직업인 '근로감독관' 역시 직업적 특성으로부터 '정의'가 도출된다. 즉, 두 드라마는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해내는 주인공'들을 통해 제대로 된 적폐 청산을 위해서는 누가 주축이 되어야 하는가를 보여주고자 한다. 

근로감독관이 된, 한때 조장풍 선생이던 조진갑 

MBC 월화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근로감독관,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내용의 실시여부를 감독 지도하는 고용노동부 소속 공무원이다. 일찍이 전태일 열사가 스스로의 몸을 불태우며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한 게 1970년. 하지만 이 근로기준법의 실시 여부를 감독 지도하는 공무원인 근로감독관은 드라마에서 그린 대로 과도한 업무에 밀려, 또한 갑인 업주가 가진 재력의 위세와 권능에 밀려,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에는 늘 역부족이라 평가받는 직업이다. 이 직업을 가진 공무원들이 일을 ‘제대로’ 했다면 우리 현대사의 구비구비를 채운 그 수많은 쟁의와 투쟁들은 없었을 것이다. 

바로 그렇게 법과 현실의 행간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진갑의 후배 이동영(강서분 분)의 말처럼 자긍심보다는 자괴감이 앞서는 직업. 안타깝게도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을 모토로 6년을 버티던 조진갑 역시 그런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딸은 부끄럽다고 하고, 그것도 어떻게 눈을 질끈 감아보려 했는데, 6년 전 그로 하여금 교사직을 그만두게 했던 그 사건의 피해자 선우(김민규 분)가 체불 임금 노동자로 그의 앞에 나타났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실화'에서 출발한다. 현금 승차 승객이 낸 3100원으로 인해 해고를 당하게 된 버스기사의 사연, 거기서부터 주인공 조진갑과 선우의 만남이 시작된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는 6년 전 유도선수 출신으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 선도에 앞장서던 조 선생이던 시절, 선우는 학교 이사장 아들로 인해 괴롭힘을 당하다, 그만 손에 잡힌 시멘트 블럭을 휘둘러 학창시절을 미처 다 마치지 못하게 된 조 선생의 아픈 손가락이다. 

2015년 학창시절 좀 놀았다던 엄마의 사연과, 이제는 고등학생이 된 그 딸의 겪는 교육의 문제를 절묘하게 직조하여 교육 문제에 '메스'를 들이댔던 김반디 작가는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을 통해 다시 한번 '과거'가 매개된 현재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 적폐'에 날카로운 비판의 칼을 들이댄다. 

MBC 월화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명성학원이라는 사학재단을 중심으로 왕따를 선동했던 재단이사장 아들과, 그의 하수인으로 불가피하게 폭력을 행사했던 천덕구(김경남 분)와 왕따의 피해자였던 선우, 그리고 그 사건에서 중재하려 애썼지만 그 자신 역시 교사직을 잃게 되며 가정까지 놓쳤던 선생 조진갑. 이들의 '과거 악연'은 이제 명성그룹이라는 재계 카르텔과 그 계열사 상도여객에서 부당 해고를 당한 선우, 근로감독관이 되어 선우를 만나게 된 조진갑, 그리고 흥신소 직원이 되어 돌아온 덕구를 통해 새로운 '현재'로 조우하게 된다. 즉 과거의 해결되지 않은 악연이 결국 부메랑처럼 다시 '현재'의 사건으로 등장하며 적폐를 실감케 한다. 

과거 왕따 폭력사건에 오지랖, 욱함과 개도 안 물어갈 정의감 ‘3종 세트’로 인해 직업도 잃고 가정도 잃었던 조진갑. 한때 조장풍 선생은 공무원을 준비하며 그 반대의 삶,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의 삶을 살겠다 다짐했었다. 하지만 아픈 손가락이었던 선우가 다시 목숨마저 위협을 받는 처지에 이르자, 그는 다시 한번 예의 '욱'을 발동하며 근로감독관으로서의 오지랖을 펴기 시작한다. 

4회를 마친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이렇게 ‘한때 조장풍’이었던 조진갑의 과거를 풀어내며 악연의 역사를 드러내고 성도운수를 중심으로 미리내 재단을 이끄는 구대길(오대환 분)을 등장시켜 '악의 축'을 구축한다. 그리고 그에 대응하여 어떻게든 복지부동하려 했지만 과거의 조장풍으로 돌아간 조진갑의 활약상을 그려낸다. 근로감독관이라는 '법'의 테두리와, 흥신소 덕구를 활용한 법의 경계를 넘어선 '조력', 거기에 끝내 주먹이 앞서는 조장품의 욱함은 <손 the guest>의 윤화평을 잊게 만드는 김동욱을 비롯한 출연진의 호연과 김반디 작가의 과거와 현재를 종횡무진하는 대본을 절묘하게 풀어낸 박원국 피디의 적절한 조율로 선배 <더 뱅커>를 훌쩍 넘어 월화드라마의 강자로 등극할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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