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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표현 문제로 이득 볼 생각 버려야[기자수첩] 정치권 차원의 혐오 해소 논의를 환영하지만
송창한 기자 | 승인 2019.01.22 18:23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혐오의 가장 큰 원인제공자는 누구인가' 

지난해 세계일보와 '공공의창'이 함께 설계하고, 여론조사기관 세종리서치가 수행한 '혐오의 파시즘'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혐오의 가장 큰 원인제공자는 '정치권'(27.2%)이었다. 이는 '일간베스트'(일베), '워마드' 등 혐오의 온상지로 꼽히던 극단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23.5%)보다도 높은 수치다. 언론(21%)과 유튜브(15.3%)도 이들에 뒤이어 혐오의 원인제공자로 지목됐는데, 정치인의 말이 언론과 유튜브를 통해 적극적으로 확산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혐오 문제와 관련해 정치권이 져야 할 책임은 결코 작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이 혐오와 차별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당 차원의 논의에 착수했다.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필요하다면 법·제도 개선에도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혐오에 대한 큰 책임을 안고 있는 정치권에서 이 같은 논의를 시작한 건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단, 해당 논의가 결실을 맺으려면 정치인의 말, 즉 자신들의 말을 곱씹는 작업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어제(21일) 민주당 주최로 열린 '혐오와 차별 문제 해소를 위한 토론회'는 정치권의 자아성찰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축사에 나선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는 포용국가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차별과 혐오가 늘어나지 않도록 갈등을 해소하는 게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 정신장애인 비하, 베트남 여성 비하 발언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혐오와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정치권 논의의 시작은 정치인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 장면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1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한국사회 혐오와 차별에 대한 현상진단'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진 발제에서도 정치권 인사들의 혐오표현에 대한 비판과 함께 자성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김은경 민주당 여성리더십센터 소장은 민주당 소속 인사들의 여성혐오성 발언을 소개하며 "(당내)비민주적, 비인권적 발언에 대해 당 차원의 단호한 대처가 필요한데 당이 어떤 조치를 내렸고, 어떤 입장인지 표현한 적이 많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내 차별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들조차도 당내 모든 사람들이 토론해본 적이 없다고 했을 때 문제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있을 뿐, 해결된 상태가 아니다"라며 "민주당 내부에서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천명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혐오 표현을 실효성이 낮은 처벌이나 규제가 아닌 '코너'로 몰아세우기 위해서는 "정치인과 사회유력인사들이 혐오표현에 있어 단호한 태도를 취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보여야 한다"는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의 설명과 맥이 닿는다. 

정치인들의 혐오표현은 단순히 사회적 약자·소수자에 대한 감수성 부족의 결과라고 볼 수도 있지만, 최근의 흐름은 소수를 공격하는 방식을 통해 다수의 지지를 얻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제50차 최고위원회의 및 확대간부회의에서 자료를 들어보이며 남성혐오 인터넷커뮤니티인 '워마드'를 지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근래 대표적 사례로 '워마드와의 전쟁'을 선포한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을 꼽을 수있다. 지난해부터 공개적으로 '워마드'를 비판해 온 하 최고위원은 "올해를 워마드 종말의 해로 만들어 드리겠다"며 '워마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23일 '워마드를 해부한다'는 제목의 긴급 토론회를 주최한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하태경TV'와 SNS계정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워마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으며, 문제의 해결책으로는 '워마드 폐쇄'를 제시한다. 

하 최고위원이 문제 해결책으로 제시한 '워마드 폐쇄'가 워마드로 표출되는 일련의 혐오표현을 제거하거나 줄일 수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 의문은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 실효성 문제와도 연결된다. 홍 교수는 "혐오표현 정책은 반차별 정책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는 혐오표현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둘 것인가, 혐오표현에 대한 판단 주체는 누구인가, 표현의 자유와 저촉 문제 등 많은 물음을 낳고 있다. 이에 실제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가 좁아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다. 반차별 정책을 통해 혐오표현을 '코너'로 몰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일베, 워마드 등에서 나타나는 혐오표현 문제의 해결책은 성별 간 갈등 문제의 해소일 수밖에 없다. 이는 경제적 맥락을 포함한 복합적인 사회구조적 문제로 불특정 개인이 문제의 원인이 아니다. '워마드 폐쇄'는 답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워마드 폐쇄'는 이를 주장하는 이에게 실효성이 있다고 의심된다. 지난 7일 정혜연 정의당 부대표는 하 최고위원의 발언과 관련해 "성별 갈등에 기대어 주목 경쟁을 벌이는 질 나쁜 정치는 당장 그만 두시라. 바른미래당은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 대신 불화·반목에 기름을 끼얹고 '세대 내전'으로 내몰아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쌓으려 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홍 교수는 혐오의 매커니즘을 설명하면서 혐오는 복잡한 원인들로 발현되는 현대사회 문제를 소수자의 책임으로 전가하기 때문에 문제를 정면으로 직면할 수 없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도덕적으로 무고한 동료시민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우리사회 문제를 직면하기 위해 혐오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은 국민을 대리해 사회문제를 직시하고 이를 해결해야 하는 책무를 맡고 있다. 혐오표현을 대하는 정치권의 태도 개선이 시급하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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